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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 Feb 06. 2023

[자신을 잃어버린 당신을 위한 영화] 어디 갔어 버나뎃

            남극 배경의 소설 원작 영화

엄마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세상에 존재하는 위협적인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집 안에서조차 마음 편히 있을 없음을 안다.


집안팎 모든 사물이 신경 쓰인다.  

하루 종일 집 안에 있어도 어깨를 누르는 피로감이 너무나 크다.


연년생의 엄마가 된 나는

그런 위험 신호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많은 해의 가을을 잃었고 봄을 잊었다




엄마도 그랬던 거 같다

위험신호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삶의 아름다움은 다 잃어버린 것 같았다


어쩌면 아빠도 엄마의 보석 같은 면을

보지 못하게 됐겠지


- 비의 내레이션 -


위험, 생존 신호를 탐지하기 위해

여전히 오늘도 뇌가 움직인다.


엄마가 되면

그러한 동물적 감각이 극대화된다.


딸에게 위험이 되는 요소에 집착한 나머지

삶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된 엄마.


그러한 엄마를 안타까워하는

딸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의 내레이션 뒤로  

남극을 유유히 1인 카약으로 항해하는

중년 여인의 설레고 행복한 표정이 보인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을 하나 키우는

그녀의 이름은 버나뎃!


아이와 남편을 둔 중년의 여성이

혼자 남극에서 카약을 타고 있는 장면만으로

알 수 없는 통쾌함과 가슴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다

사실은 나도 다 내려놓고

오롯이 혼자만 떠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가족을 이룬

중년의 괴로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적인 삶.

다시 돌아간대도

그 이상은 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았던

그 시기를 거쳐

알 수 없는 틀에 갇힌 지금.


나는 영화의 주인공,

버나뎃에게 위로받는다.

같은 고통을 나누고 있다는 이유로.


중년 여성 버나뎃은

아이를 낳기 전 전도유망한 건축계의 아이콘이었다

최연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작가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픈 아이를 낳아

건강하게 기르는 과정에서

아이를 헤치는 위험 요소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을 잃고 만다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남편과의 관계도 자꾸만 멀어져 가는 버나뎃

이웃과의 관계 맺기도 되지 않는 버나뎃


삶의 많은 부분을 AI 비서에서 맡기게 된다.


그러나 AI 비서는 사실 러시아의 단체였고  

러시아 마피아에게  

개인정보를 모두 넘긴 버나뎃 때문에

버나뎃 가족들은 안전, 재산에 문제가 생긴다

어이없게도 국제 범죄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워커홀릭 남편 엘진은

버나뎃을 정신병원에 보내고

딸만 데리고 남극에 여행을 가려고 한다.


그 여행은 원래 세 가족이 함께하기로 했었다.


이에 버나뎃은 정신병원으로 가려는 찰나

탈출하여

혼자 남극 여행을 떠난다


나도 지금 도망을 시도해 볼까?



비 : 엄마가 실종됐는데 출근한다고요?


엘진 : 그럼 어떡할까?


비 : 엄마를 찾아야죠


엘진 : 비, 들어봐. 엄마는 준비가 되면 돌아올 거야. 엄마는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


비 : 아빠가 힘들게 했으니까요


엘진 : 그만해 잘 들어 엄마 스스로 결정한 거야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달아나기로 했지 이번이 처음도 아니야 LA에서도 마찬가지였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지 어제도 그래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다가갔는데 엄마는 또 달아났어




엄마를 대하는 딸과 아빠의 다른 온도.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나의 남편과 나의 딸의 모습도

저러했을까.



엄마 버나뎃은 자신을 걸고 딸을 키웠고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낀 딸은

세상 그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고 지지한다.



딸 비는 이웃집 아주머니를 통해

버나뎃이 남극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음을 알게 되고

아빠인 엘진과 함께 엄마가 있는 남극으로 출발한다


그 시각

남극이 펼쳐진 지도를 보며

남극기지 설계를 꿈꾸는 버나뎃


드디어 예전의 빛을 되찾는 버나뎃!


창의적인 버나뎃은

열정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극기지에 가게 되고


결국 그곳에 남아 설계를 하게 된다.




빙상이 움직이는 곳 이래

1년에 30m씩 움직여서

공식적인 남극점 표지를

매번 옮긴다는 거 알아?


풍력 발전으로 게처럼 움직이는

이글루를 지어야 할지도 몰라

고민해 봐야지


어떤 건축물을 만들든

결국 미국과의 협업이 필요할 거야

못 하나까지도 비행기로 공수해와야 해

그러려면 돈이 엄청 깨질 테니까


하나도 낭비하면 안 돼


내가 이렇게 된 건

시애틀 탓이 아닌 걸 깨달았어

뭐, 조금은 맞을 지도

나중에 판단하자


우선은 예술가부터 될게

사회의 위협이 아니라  


이거 하나는 약속해

큰 약속이야

난 앞으로 나아갈 거야



버나뎃 같은 예술가는 예술을 해야지

예술을 하지 않으면

사회의 위협이 된다는 친구의 말처럼

버나뎃은 가진 열정을 건축에 쏟으며

예술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시 빛나는 사람이 된다.


자신은

자신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그 공간에 있어야 한다


나를 위해

온전한 가정을 위해

그러다 보면 사회에 일부분 기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과학자들은 젠투펭귄 부부가

평생을 함께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에 그중 20%는

그렇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그렇다면 평생을 함께하는 녀석들은

어떤 선택을 했다는 뜻일 거다

우리 엄마랑 아빠처럼




결혼 생활의 위험은  

나를 잃게 두기

알맞은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가족이 한 번에 생기고

이른바 사람다운 도리를 하고자 들면

나를 위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거기다 워킹맘이라면

그저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듯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게 된다


아이, 남편

나의 엄마 아빠

시어머니 아버지

나의 형제자매

남편의 형제자매

가깝고 먼 친척까지


어른이 된 나는

모두를 챙겨야 할 것만 같았다


이제 일에서도 적지 않은 나이라

실수할 수 없고

어린 후배님들께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남편과의 교류   

아이의 교육

청소, 빨래, 음식


수없이 많은 일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정신없이

나를 헤집고 들어온 일들을 해결하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린 중년의 여인이 거울에 비친다.


우선순위가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그 우선순위에는 반드시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집고 들어오는 일들에 자신을 내주게 된다  


나는 언제 행복한가?

누군가로 인한 행복이 아니라

혼자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은 무엇인가?


아이와 남편이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려면

엄마도 엄마 혼자서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가장 빛나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나는 그 빛을 찾을 수 있을까?

빛나는 버나뎃이 부럽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원작이라 그런지

내용이 탄탄하고

대사가 마음에 박힌다






케이트 블란쳇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도

영화의 몰입도를 최고로 만들어준다


                                                                            사진출처 : 어디 갔어 버나뎃 영화 공식 예고편



남극의 모습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잃고 있다 느껴지는

수많은 맘들에게

자신의 빛을 찾도록 도와줄 영화이기에

마음을 다해 추천한다



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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