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야
브런치라고 있어.
그냥 하루 살았던
소소한 이야기를 쓰는 거거든.
오늘 내가 읽은 건
교사의 이야기더라고.
너 생각나더라.
작가 하고 싶어 했잖아.
여기에서 써 보는 건 어때?
블로그를 시작한 내게
남편은 브런치를 권했다.
당시 블로그는
일일 조회수가
100을 넘더니
가속도가 붙어
일 조회수 700을 찍었다.
광고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치하자 조회수는 급추락,
현 조회수는 100 정도)
예를 들면
필요한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사이트를 주고 글을 쓰면
글 하나당 몇만 원을 주겠다거나
음식이나 헤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글을 써 달라고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어떤 광고에도 응하지 않고
내돈내산. 글만을 올렸다.
조회수가 오르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남편은 그런 정보성 글 말고
쓰고 싶은 걸 써 보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진짜 쓰고 싶은 건
노트북에 나 혼자 보는 글이지
남에게 보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실은
나도 브런치를 기웃거리고 있던 때였다.
솔직한 에세이 위주의 브런치를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메니에르에 직면하고 싶어져
작가를 신청했다.
쓰다 보니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남편에 대해 쓰게 되었다.
나 브런치 시작했어.
당신 이야기도 나와.
보내줄까?
아니야.
그럼 네가
내 흉보기도 어렵고
편하지 않잖아.
그냥 편하게 써.
지난해 9월 시작한 브런치.
처음으로 올해 2월 남편에게
브런치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는 헤드라잇에 연재할
글의 방향성을 잡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목을 불러줄게.
클릭할 것 같은
제목 좀 알려줘.
발행하지 않고 서랍 안에 있던 글.
발행한 글.
순서대로 불러본다.
그가 선택한 제목의 글을 읽어보라고 했다.
그의 선택은 역시
전시.
앙드레 브라질리에와 이중섭전이었다.
[전시] 눈물 쏟은, '이중섭 전' (brunch.co.kr)
https://brunch.co.kr/@gyeongju/53
[전시] 아름다움만 보이는 망원경, 앙드레 브라질리에 (brunch.co.kr)
https://brunch.co.kr/@gyeongju/106
너무 좋다!
너무 좋은데?
환상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난 읽겠어.
경주야.
너의 글은 고저가 있어.
문장으로 나를 쥐었다 놓았다 해.
이 감성으로
교사하면 힘들었겠어.
하고 싶어 했잖아.
작가 하자.
소설 쓴다고 했잖아.
공모전 내봐.
당선될 거 같은데?
이번에 냈지.
떨어졌어.
떨어질 리가 없는 문장력인데?
그가 나를 추켜 세우자
나도 핑계를 찾아본다.
쓰다가 그게 마감은 12월이거든.
한창 쓸 때가 11월이라
그때 두통 심할 때 있잖아
그때라서
계획한 만큼
글 전개시키지 못하고
4분의 1만으로
중장편 아니라
단편으로 내보냈어.
그거 다시 완성해서 내봐.
잘될 거야.
난 칭찬 잘 안 하는 사람이야.
당신 글은 정말 훌륭해!
내가 보았던
어떤 글보다 훌륭해!
그에게
이런 극찬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의 나보다
더 큰 나를 봐주는 그.
그가
나의 남편이라서 참 좋다.
그는
정말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편이다.
아들이 우리를 그려준 그림. 도대체 내 코는 왜 저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