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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 Feb 18. 2023

엄마에게 사랑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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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있는 사랑은

이미 다 퍼주어서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속담을 떠올려본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딸로 살아왔음에도

나의 딸과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르다.


엄마가 된 이후

내리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여행.

아가씨 시절, 부모님 없이 친구들과 떠난 여행은 세상 즐거웠다. 내 눈에 경치를 담고 웃고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가볍게 세상을 만났다.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러나 드릴 선물을 하나 사는 정도의 마음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워킹맘 친구와 시간을 잘 맞추어 친구와 둘만의 여행을 나섰다. 남편의 응원 속에 아이 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자유를 만끽하라는 그의 말이 무색하게도 아이가 없는데도 아이와 내내 함께하는 것 같았다. 그 탓인지 여행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복통으로 걷는 것도 힘들 정도의 날도 있었다. 아이 없는 여행은 무거웠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아이는 내 안에 있었다. 남편 그리고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이건 뭔가 다른 느낌이다.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게 된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운동, 라디오 진행,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일주일 내내 외출이던 내가 아이를 낳은 이후 아이에게만 매달리게 되었다.


나를 찾아보자고 일부러 벗어나 보지만 벗어나보면 오히려 선명해진다. 그럴 수 없음을.


아이와 함께할 때면

아이에게 맞춘 음식

아이에게 맞춘 일정

아이에게 맞춘 장소


점점 내가 텅 비어 가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도

선뜻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잃어버린 빛바랜 여자.


그즈음이 되면

아이는 커서

내게 주던

사랑스러운 눈빛과 행동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나를 잃어버리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면

나를 찾아야 하는 외로운 과정이 시작된다.

(나의 엄마도 외로웠겠지...)


그러서인가.

그렇게나 사랑이 고프다.

(나의 엄마도 그러하겠지...)



*  가 텅 비게 되고 남편과 갈등을 빚은 것은 어쩌면 책 육아의 폐단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육아를 하게 되면 남편이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부부 중심의 육아를 할 것 같다. 지금은 부부와 아이가 균형을 이룬 삶을 위해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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