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중 Aug 21. 2016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

본 투비 블루(2015)를 보고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 쳇 베이커 평전(2007, 을유문화사)의 부제다. 쳇 베이커는 평생 동안 마약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그 때문에 연주 실력도 들쑥날쑥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뛰어난 연주라기보다, 개성적이고 특유한 주법과 창법을 자랑하는 재즈 음악가다.  


 그런 그를 에단 호크가 연기했다. 본 투비 블루(2015)다. 마약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아이 같이 순수한 쳇 베이커를 훌륭히 연기했다. 단순히 그의 생애를 따라가는 전기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에단 호크의 연기가 절정을 맞는다.


 우리는 왜 마약에 빠진, 저 한심하고 심약한 작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여주인공과 같은 고민에 빠진다. 잘생겨서? 모성애? 일단 나는 아니다. 보호본능? 그걸로는 부족하다.


 아마도 쳇에게서 어떤 '원형'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가진, 순수한 욕망. 책임과 윤리를 벗어던진, 자기를 파멸로 이끌더라도 꼭 가지고 싶은 금기 말이다.  그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평생 했다. 그것이 어떤 카타르시스와 연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 -이미 그의 인생이 스포일러기 때문에, 비밀스러울 것도 없다만- 쳇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의 몫으로 남겨둔다. 누구든 에단 호크의 연기를 본다면, 이 어쩔 수 없이 구제불능 덩어리인 남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못하는 곳에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