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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Oct 29. 2021

사막에 관한 판타지

영화, 듄(Dune, 2021) 감상평

 영화 듄(2021)은 미국의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 '듄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그는 듄 시리즈로 일약 세계 최고의 SF 소설가가 되었고, '듄 시리즈'는 영미권에서는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 만한 SF 소설이다. 물론 SF 소설이라는 장르 문학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나, SF 소설이 할리우드 영화, 나아가 전 세계 영화계에 끼친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그 원작이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우리나라 관객에게 '듄'이란 여전히 생소한 소설의 이름일 뿐이고, '듄 시리즈'의 장대함과 거대함이 이 영화에서는 다소 단점으로 작용하는 나머지,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 1편과 비교하자면, 반지의 제왕 1편은 그래도 많은 갈등과 해결, 기승전결이 분명한 가운데 전반부의 이야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반지 원정이 시작되겠구나, 하는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는 이제 막 주인공이 활약이 시작될 거 같은데, 갑자기 끝나는 느낌이다.


 필자는 원작 소설 '듄'을 본 적은 없고, 유튜브를 통해 듄의 간략한 내용과 설정, 영화를 보기 전 알아야 하는 내용 등을 찾아보고 갔다. SF 소설을 즐겨읽지는 않지만 SF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듄의 주요 설정 정도는 알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마찬가지로 SF 영화에 애정이 있는 관객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간략한 설정 정도는 미리 찾아보고 가기를 권한다. 영화가 더 풍부하게 보인다.


 원작 소설을 모르고, 원작에 관심도 없는 관객에게는 이 영화의 장점 네 가지만 꼽고 싶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 티모시 샬라메의 수려한 외모, 사막 그 자체를 체험하고 탐험하는 듯한 영상미, 한스 짐머의 음악이 그것이다.

죠슈 브롤린도 꽤 많이 나온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은 그의 전작들로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 컨택트(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중 하나만 재미있게 보았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하다. 드니 빌뇌브는 특유의 느린 화면과 정물화 같은 미장센으로 때론 장대하게, 때론 긴장감 넘치게, 때론 경이롭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연출에 아주 능한 감독이다. 한마디로 믿고 봐도 좋다.

정물화 같은, 장대한 부감 샷을 좋아하는 드니 빌뇌브.

 티모시 샬라메가 정말 잘생기게 나온다. 실제로 잘생긴 배우지만, 유독 이 영화에서 클로즈업이 많이 잡힌달까. 주인공이기도 하고, 자다가 꿈을 꾸고 깨는 장면, 스스로 결심하거나 예지 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유독 그의 얼굴이 극장 스크린 한가득 잡히는 적이 많았는데, 남자인 필자조차도 그 장면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계속 보다보면, 티모시 샬라메가 지구인의 최선이 아닐까, 그래서 이처럼 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티모시 샬라메는 정말 잘생겼다.


 소설의 제목이자 영화의 제목인 '' 모래언덕을 뜻하는 영단어. 한마디로 사막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우주적인 이야기인데, 영화도 사막과 모래라는 테마를 아주  활용한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 그래비티(2013) 비견할 정도로 사막을  체험할  있는 영화로 꼽을 정도.  정도로 사막의 아름다움, 광대함, 변화무쌍함과 막막함을 집요하게 표현해냈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끝나고 극장이 밝아지고 나면 실제로 모래로 가득한 어느 외계 행성에 있다가  지구로 다시 떨어진 듯한, 어느  세계에 잠깐 있다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맥스로 보지 않았는데도  정도인데, 아이맥스로 보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사막이 달리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스 짐머의 음악. 앞에서 말한 사막과 모래를 체험하는 영상미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한스 짐머가 '듄'의 오랜 팬이기도 하고, 드니 빌뇌브의 연출 방식과 잘 맞아떨어지는 소리와 음악을 제공하기도 하는 탓일 텐데, 어쨌거나 영화와 아주 잘 어울린다. 그는 어떨 때는 효과음, 어떨 때는 음악, 어떨 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의 목소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는데, 영화의 절정에 이르러 나오는 노래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피가 끓어오르면서 없던 초능력도 생길 것 같은 음악이었다.


ps. 개인적으로 하비에르 바르뎀의 마초적인 이미지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가 딱 마초적인 매력을 발산하면서 나온다. 짧지만 인상적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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