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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Jul 03. 2022

마스크 쓰고 보면 좋은 영화

영화, 탑건:매버릭(Top Gun: Maverick, 2021) 감상평

  감상평을 길게 쓸 영화는 아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훌륭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이 영화의 미덕이 복잡하지 않다는 의미다. 몇 가지 단어로도 이 영화의 장점은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톰 크루즈, 1986년, 전투기, 2022년, 그리고 톰 크루즈. 1986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36년 만의 후속작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톰 크루즈의 연기 인생 40년을 관통하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이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만 볼 수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미첼은 톰 크루즈로 보이며, 관객은 (어쩔 수 없이) 영화의 안과 밖을 넘나든다. 그가 보이는 전투기 액션 씬은 톰 크루즈 연기 인생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수많은 스턴트 액션 씬의 일부 또는 화룡점정으로 보인다. 사실 영화의 진짜 재미는 전투기 액션 씬인데, 이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직접 보아야 안다.


  마블 영화가 휩쓸고 간 자리에 이 영화가 우뚝 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마블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화려한 CG와 특수효과에 지친 관객들에게, 과거의 영광이지만 그 과거가 여전히 유효한 것임을 보여주는 '아날로그'식 액션은 오히려 신선했다. 필자는 80년대생으로, 1986년작 탑건을 본 적이 없다. 따라서 그 옛날 탑건의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모른다. 그러나 모르고 보아도 재미있을 정도로, 옛 방식으로 요즘 관객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아날로그의 힘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물체의 존재감, 그 화면이 주는 힘이랄까. 과거의 무엇이 요즘 더 신선해 보인다는 점에서 탑건:매버릭은 요즘의 뉴트로 열풍과도 닮았다.


영화를 보다보면 오토바이에 관심이 없어도 타고 싶어진다.


  보고 나면 과거 유행한 '애국주의' 영화라기보다 '직업의식'을 다룬 영화처럼 보인다. 일단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이유를 알겠다. 보고 나면 (미국인이 아님에도) 미국 국뽕이 차오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영화를 제작한 미국이란 나라 자체의 강대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탑건:매버릭은 군인이 주요 인물인 영화임에도, 적국敵國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우라늄을 불법적으로 적재해 두고 있는 어떤 나라라고 할 뿐, 그 나라의 사악함이나, 그 나라의 특정 인물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불가능한 작전을 가능케 하려는 해군 엘리트 파일럿들의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직업의식' 또는 '직업윤리'에 가깝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누가 보아도 누구나 감동받을 수 있게 짜여졌다.


  고백한다. 이 영화가 시작하고 5초 만에 눈이 돌아가 버렸음을. 필자를 감동하게 만든 것은 인트로 장면이다. 황금빛 노을을 바탕으로 전투기가 뜨고 내리는 항공모함 갑판을 담은 그 영상. 분주히 움직이는 갑판 위 사람들과 신호수들, 비행기를 정비하고 점검하고 이륙과 착륙을 돕는 무명의 사람들이 나를 감동시켰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인트로 장면은 탑건 1과 거의 비슷하게 연출되었는데, 클래식은 굳이 바꿀 필요가 없음이다. 같은 방식으로 촬영했음에도, 이렇게 신세대인(?) 필자를 감동시키지 않았는가.


이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톰 크루즈만 알고 가면 된다.


  사회생활 7년 차가 되니, 인트로 장면이 다르게 보인다. 가끔씩 내가 하는 일이 하찮아 보일 때, 별다른 성과로 나타나지 않을 때, 초라함에 자책할 때, 이 인트로 장면을 다시 꺼내어 볼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전투기가 뜨고 내린다. 그 조종사는 충분히 멋지고 빛나고 주목받을 가치 있는 자들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조종사를 돕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도 충분히 아름다우며 내가 그들 중 일원이라는 것을.


  필자는 영화를 보는 동안 쉬지 않고, 같이 보러  아내를 향해 (인트로 장면의 신호수들이 그랬듯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영화 상영 중이라서 조용히  감동을 전하고 싶기도 하고, 마스크를 썼기도 했고, 영화  조종사와 신호수들을 따라 하고 싶기도 해서. 그러고 보니 (보건용) 마스크를   모습이 (조종사용) 산소마스크를   크루즈 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랬다.  영화가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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