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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Aug 30. 2016

노을 앞에서

2016. 7. 10. 라이딩 일기

 더운 여름날이었고, 한강에서 자전거가 타고 싶었다. 그래서 한낮을 피해 집을 나섰다. 그날도 나보다 빨리 달리는 누군가에게 지기 싫어 한참을 내달렸다.


 이것이 모든 인과관계다. 아름다운 노을을 만나게 된. 저절로 입술이 벌어지고,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 있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고 느꼈다. 행복했다.


 사회에서 대부분의 성취는 경쟁으로 얻는다. 노력 없이는 높은 지위로 올라설 수 없다. 그래서 성취한 사람 또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나는 그럴 만한 사람'으로 여긴다. 오만해지고, 다른 이들을 깔본다. '개돼지'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는 다르다. 자연 앞에서는 모두가 거저 얻는다. 노을은 내가 노력해서 아름다워 지지 않았다. 그냥 우연히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을 뿐이다. 순전한 행운이다. 어떠한 노력도 필요 없으므로, 우리는 평등하다. 운이 조금 더 좋다면, 이런 노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을 앞에서 겸손해진다. 나는 얼마나 잘났지? 그냥 이렇게 별생각 없이 한강에 자전거 타러 나온 사람이 아니던가.  



2016.7.10. 라이딩
총 주행거리 : 79km
소요시간 : 3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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