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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Oct 25. 2016

백남기와 뮤직 페스티벌

2016. 10. 23.

 세 달 전에 음악 페스티벌 표를 2장 예매했다. 여자친구와 가기 위해서였다. 음악 공연표를 사는 것이 난생처음이었다. 한 달 전부터 설레었고, 일주일 전부터 일정표를 확인하고 어떤 뮤지션을 볼지 고민했다. 날씨는 맑으나 기온이 좀 떨어진다고, 일기예보까지 확인했다. 


 2016. 10. 23. 공연 날이 왔다. 아침부터 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이 집행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떴다. 오늘은 음악 페스티벌 날인데, 동시에 백남기 농민이 강제로 부검될지도 모르는 날이었다. 


 오전 10시에 경찰이 들이닥친다고 했다. 일단 여자친구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갔다. 경찰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서울대병원 옆길에 서 있었다. 여경들도 10명 정도 있었다. 아마 수녀님들을 끌어내기 위한 여경들 이리라. 종로경찰서장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진짜로 오늘 강제집행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구호를 외쳤다. 중간에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도 들렀다. 빈소에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번에도 안에 들어가서 절하지 못했다. 멀찍이 서서 영정사진만 보았다. 


 우리는 12시가 넘어서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나왔다. 따뜻한 쌀국수로 배를 채웠다. 여자친구는 밥을 먹는 도중에도 계속 뉴스를 확인했다. 종로경찰서장이 '오늘은 강제집행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음악 페스티벌에 가야 했다. 큰맘 먹고 산 공연표였다. 예정된 가수를 보려면 이제 출발해야 했다. 


 영안실 가는 길을 막고 앉아있던 학생들이 생각났다. 가까이서 보니 이제 막 이십 대 초반, 어린 청년들이었다.


 우리는 음악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오늘은 영장집행 안 할 거야.'라는 말을 서로에게 다섯 번 정도 했다. 스스로에게도 되뇌었다. 오늘은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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