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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Mar 08. 2023

크로스핏의 즐거움

크로스핏 6년 차의 소회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이후 크로스핏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승자 우진용이 크로스핏 선수이자 크로스핏 체육관 관장이기 때문이다(정해민과 우진용을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자). 그래서인지 '피지컬: 100' 마지막화 방영 직후 내가 다니는 크로스핏 체육관(크로스핏에서는 '박스 Box'라고 부른다)에 신입 회원이 늘어난 느낌이다.


어느덧 크로스핏을 한 지 만 5년이 넘었다. 현재 내가 다니는 박스에서 1년, 그전 박스에서 4년 가까이 다녔다. 다만 취미로만 하다 보니 그 경력에 비해서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다치지 않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쉬기 위해 하루 건너 하루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크로스핏 자체가 '체격' 보다는 '체력'을 키우는 운동이고, 워낙 힘들고 고된 운동이다 보니, 이 힘든 운동을 5년 넘게 해오고 있는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크로스핏 전에 운동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전에는 검도를 1년, 검도 전에는 자전거를 2년 정도 탔었다. 크로스핏을 시작한 것도 거주지를 옮기면서 새로운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었다. 집 가까운 곳에 크로스핏 박스가 있어 시작한 것뿐.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크로스핏의 매력이 남달랐다. 일단, '짧고 굵어서' 좋았다. 바쁜 도시인에게는 짧은 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장점이다. 1시간이면 운동이 끝난다. 그런데, 그 1시간이 정말 정말 힘들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한동안 누워서 숨을 고른 뒤에야 몸을 추스르고 씻을 수 있을 정도다. 밥 먹은 뒤보다는 밥 먹기 전에 운동을 하는데, 밥을 먹고 운동하면 그 격한 동작에 못 이겨 속이 더부룩하거나 토할 거 같기 때문이다. 운동 후 음식점에 도착해 숟가락을 잡으면 손에 힘이 잘 안 들어갈 때도 있다. 그 정도로 힘들다.


다들 묻는다. '그렇게 힘든 운동을 왜 하세요?' 그럼 답한다. '제가 하는 일보다는 덜 힘들어서요.' 듣는 사람들은 웃는다. 농담 반 진담 반이다. 변호사로 일하는 것은 고되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고, 퇴근해서도 일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괴롭다. 그런데, 크로스핏을 하는 1시간 동안에는 일 생각을 하려야 할 수가 없다. 1시간 동안 머릿속에는 '동작 제대로 하자. 동작 이상하면 다치니까.'를 주로 생각하고, 가끔은 '아 숨이 너무 막힌다. 숨 쉬고 싶다.'는 생각 또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정도의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것은 일종의 명상이다. 아니, 명상 그 자체다. 일 생각은 물론 어떤 잡념도 끼어들 틈 없이, 철저히 운동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시간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 몸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시간이다. 내가 이 동작을 어느 정도로 빠르게 할 수 있을까, 쉬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까, 몇 초나 숨을 고르고 다음 동작을 이어가야 할까, 계속해서 내 몸에게 묻는다. 몸은 그 동작으로 답한다. 나 스스로 묻고 답하는 몸의 대화. 언어는 힘을 잃고 오로지 육체만이 존재하는 시간, 그것이 나의 명상이고 운동이다.


피지컬: 100에도 나왔던 윤성빈의 팬이다. 윤성빈은 자기 유튜브에서 말했다. 아침에 일어날 땐 정말 운동 가기 싫다 하다가도, 어느새 몸이 운동하러 가고 있다고. 5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을 이해한다. 그것은 몸의 대화다. 몸이 시키는 것을 알아듣는 것, 몸이 시키는 것에 따르는 것 등 몸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인간의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즐겁다.


결국 크로스핏을 하다 보니 세상이 넓어졌다. 또한 스트레스가 풀리고, 먹고 싶은 데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몸이 건강해졌다. 이러니 즐거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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