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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Jul 21. 2023

나의 머슬업 실패기

2년 동안 실패한 기록.

머슬업 Muscle-up. 위키피디아는 "래디얼 풀업과 딥을 조합한" 운동이라고 설명하고, 나무위키는 "철봉이나 링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듯 (철봉의) 바나 (링 원의) 중앙쯤 되는 높이를 신체의 명치 정도까지 올라간 후 팔을 바 딥스를 하듯 전환하여 바 딥스까지 수행하는 동작"이라고 설명한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글로만 읽어서는 머슬업이 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머슬업을 좀 더 간단히 말하면, "철봉에 매달린 뒤 내 몸 전체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라고 하겠다. 맨몸운동 또는 체조의 일종인데, 이쪽 운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동작이다. 한마디로 풀업(Pull-up, 턱걸이) 보다 어렵다. 턱걸이가 되어야 머슬업을 시도할 수 있으며, 철봉을 턱이 아닌 가슴께까지는 올릴 줄 알아야 머슬업이 가능하다. 풀업보다 머슬업이 훨씬 어려운 동작이어서, 풀업을 잘한다고 머슬업이 바로 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난(약 2년 전) 어느 날, 나는 목표를 하나 잡았다. 바로 "머슬업 1회 성공하기"였다. 크로스핏을 시작한 그때, 나는 풀업 1회도 할 수 없는 하찮은 몸뚱이를 가지고 있었다. 초록색 고무 밴드를 발에 걸고 힘들게 철봉과 씨름할 때, 나를 비웃던 코치의 눈빛을 기억한다(물론 장난이었고, 서로 친했다). 그러던 내가 머슬업을 한다는 것은 참 요원한 일이었다.


왜 머슬업을 운동목표로 설정했느냐. 간단하다. 겁나게 멋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어디든 "머슬업"을 검색하면 그 동작을 보여준다. 보면 알 것이다. 엄청 어려워 보이고 엄청 멋있다는 것을. 또 한 가지는 크로스핏을 하다 보면 그날의 운동(wod) 중에 머슬업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머슬업을 못하고 풀업으로 동작을 대체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한마디로 크로스핏이 요구하는 모든 동작을 전부 다 할 수 있는 운동능력을 갖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자면 일단 풀업을 잘해야 했다. 아무런 반동 없는 풀업(strict pull up)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던 터라, 그것부터 연습했다. 크로스핏 운동 갈 시간이 없으면, 회사 근처 공원 철봉에 가서 연습했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연습했다.


6개월이 지났을까. 풀업은 잘 되지만 머슬업은 감도 오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수없이 많은 영상을 보았지만, 도통 어떻게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반동을 주어야 한다는데, 반동까지는 되지만 그다음이 어려웠다. 아무리 많은 이론이 머릿속에 있어도 몸에서 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크로스핏 체육관의 코치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몇 번 코칭을 해주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았다. 함께 체육관에 다니는 고수(라고 쓰고 고인물이라 읽는다) 형님들에게 코칭을 부탁했다. 각자 다른 말을 해주었다. 전부 다 다른 팁을 주는데, 전부 다 알고 있어야 머슬업이 가능했다. 그만큼 복잡하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동작이 머슬업이었다.


머슬업을 성공하는데 얼마나 다양한 장애물이 있냐 하면, 머슬업이 성공하면 그 특성상 거의 체육관 천장 가까이 머리가 올라간다. 그만큼 몸 전체가 높이 위치하다 보니, 그게 무서워서 계속 동작이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랬다. 한마디로 고소공포증(?)까지 극복해야 머슬업이 가능한 것이다.


일 년이 지나자, 조금씩 열정이 식기 시작했다. 머슬업이 뭐라고. 그거 하나 하지 못해도 내 인생이 손해 볼 것은 없었다. 하지만 크로스핏 체육관에서 머슬업 운동이 나올 때마다, 머슬업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일 년 반 정도가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풀업 또는 머슬업의 구분동작을 연습했다. 이쯤 되자 오히려 마음이 느긋해졌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인디언 기우제'가 생각났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서, 기우제의 성공률의 100%라는.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언젠가 머슬업에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될 때까지 할 것이니까.


2년이 가까워오자, 또 다른 목표를 정했다. 머슬업이 성공하면, 그동안의 생각을 글로 적어서 브런치에 올릴 것이다. 그리고 제목은 '머슬업 실패기'로 정해야겠다 싶었다. 성공하기 전까지는 계속 실패만 할 것이니까. 성공한 날, 나의 실패기를 올리면서 그동안의 실패를 마무리하리라는 생각이었다.


2023년 7월 초의 무더운 어느 날. 오늘도 머슬업이 운동으로 나왔다. 속으로 투덜거리며 체육관으로 향했다. 머슬업이 뭔가 될 거 같으면서도 마지막 동작에서 실패하던 나날이었다. 머슬업 연습을 멈춘 지 2주 정도 된 날이었고, 이날 내가 머슬업을 성공하리라는 기대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운동에 나온 동작인 만큼 30분 먼저 와서 머슬업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제 가슴께까지 철봉을 올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개선하면 머슬업이 가능한 정도였다. 옆에서 보던 코치님이 '높이는 충분한데'라며, 슬쩍 '철봉을 잡는 그립을 조금 바꿔봐'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서 알려준 대로 그립을 바꿔서 다시 시도했는데, 얼레? 아주 쉽게 상반신 전체가 철봉 위로 올라갔다. 약간 팔에 힘을 주어 상반신을 끝까지 밀었다. 성공. 머슬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년 만에 내가 염원하던 동작에 성공한 순간. 역시 모든 성취는 계단식이었다. 한번 되니까 너무 쉽게 느껴졌다. 옆에 있던 동료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머슬업 하는 장면을 다시 찍게 했다. 인스타에 자랑해야 하니까. 나는 그날 무려 5번이나 머슬업에 성공했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


이제 나의 머슬업 실패기에 종지부를 찍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그다음 주 내내 머슬업에 실패했고, 2주 뒤가 되어서야 1번 성공했다. 어쩌다 성공한 머슬업이 완전히 내 것이 되는 길은, 여전히 험난했다. 나의 실패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실수 없이 시도하는 족족 머슬업에 성공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공할 때까지 할 것이니까. "실패와 성공은 한 몸"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나는 온몸으로 느낀다.


오늘도 머슬업이 나왔다. 머슬업 첫 성공으로부터 3주 차. 이번에는 5개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패가 더 많다. 어깨와 팔꿈치가 아프다. 누군가가 블로그에 머슬업에 대해 이렇게 썼더라. "머슬업은 사실 근육을 키우는 데는 적절하지 않은 운동이다. 단순히 턱걸이, 딥스를 따로따로 하는 게 부상 위험도 적고 효과도 좋다. 그러면 머슬업을 왜 하는 걸까? 더 높은 자기만의 챌린지, 더 어려운 링 운동을 위한 기술, 퍼포먼스라고 생각된다."라고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머슬업이 무얼까?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쓸데없는 것에 온몸을 던져보는 경험을 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성공하는 경험, 성취하는 경험이 삶을 조금 더 풍부하게 해 주니까. 머슬업이 아니고도 나는 많이 실패할 것이고 개중 성공하리라.


머슬업에 처음으로 성공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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