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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Apr 11. 2023

중요한 건 꺾여도 하는 마음

영화 '리바운드(Rebound, 2023)' 감상평

별다른 기대 없이 극장에 왔다. 농구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장항준 감독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는다(그의 예능은 좋아한다). 출연하는 배우도 안재홍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다. 게다가 출연진이 모두 남자. 여러 가지로 기대할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웬걸. 의외로 괜찮다. 충분히 잘 만든 상업영화다.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처럼, 언더독의 반란, 굽히지 않는 의지, 끝없는 열정이 강조되는 건 사실이나 과하지 않다. 어려운 가정환경이 부각되는 장면이 있지만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들이 나오나 궁상맞지도, 과하게 처절하지도 않다. 청춘영화 답게 밝은 분위기도 적절하고, 과하게 까불지 않는 유머도 반갑다. 오히려 영화는 과장이나 각색을 많이 덜어내고, 실화의 힘으로 움직이려 애쓴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의 초반, 강양현 감독의 크나큰 시련이자 한번 웃게 만드는 장면.

영화를 보다 보면 일본의 유명 만화 '슬램덩크'가 생각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건 실화니, 표절 논란이 설 자리는 없다. 오히려 그 실화의 경이로움에 놀라게 된다. 언더독의 반란을 그린 스포츠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 '머니볼(Moneyball,2011)'이 생각나기도 하고, 남자 고등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는 영화라는 점에서는 영화 '워터 보이즈(2001)'가 생각나기도 했다.


(연출의 톤이 간결하다는 점에서 일본 영화가 떠오르는데, 영화에 클로즈업 장면이 많다. 클로즈업 장면 대신 멀리 떨어져서 인물들을 담는 롱 쇼트가 더 들어갔다면, 오히려 더 감동적이고, 보다 완성도 높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선수들을 모으는 강양현 감독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간단하다. 25살의 어린 나이에 부산 중앙고 농구부 코치가 된 강양현이 해체 직전까지 간 농구부를 이끌면서 선수들을 하나둘 씩 모아 '전국대회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이룬다는 이야기. 사실 영화를 보다 보면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을 고작 "6명"의 선수로 일구어냈다는 사실이다. 다른 고등학교 농구팀은 평균적으로 16명의 선수단을 가지면서 지친 선수들을 교체하곤 하는데, 중앙고 농구부는 단 6명으로 모든 경기를 치렀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


그나마도 대회 초반 1명의 부상으로, 그 이후부턴 5명 전원이 교체 없이 뛰었다는 것인데, (농구는 아니지만) 크로스핏을 좋아하는 나는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그들의 지친 모습에 너무나 와닿았다. '어린 학생들을 저렇게까지 혹사시켜야 하나'는 생각이 든 것도 잠깐, 그들은 그들의 열정을 이 경기에 '불태우고' 있었고, 이게 청춘의 특권이 아닌가 싶었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영화의 마지막. 결승전에서 지칠 대로 지친 선수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영화는 전반전 만을 보여줄 뿐, 후반전은 자막으로 대체한다. 2명이 5 반칙으로 퇴장하고 3명만이 남아 전국 최강 용산고와 맞섰는데, 오히려 전반전보다 점수차는 줄었다는 말. 그 짧은 문구와 함께 영화는 실제 선수들의 사진과 배우들의 영상을 오버랩하는 것으로 엔딩을 대신한다. 스포츠 영화의 마지막은 선수들이 단체로 오열하거나 환호하는 모습으로 끝날 거라는 클리셰를 벗어난 장면이면서, 실제 선수들 사진을 보니 '저렇게 어린 선수들이 이만큼 노력했었구나'싶어 가슴이 뭉클해졌다.

영화 중반이 되어서야 나타나지만, 후반에서 이 두 선수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또 한 가지 칭찬해 줄 만한 점은 농구 경기를 역동적으로 잘 담았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농구 영화인 만큼 농구 경기 장면이 어설프거나 느슨하다면 그 매력이 떨어진다. 영화는 그 본분에 맞게, 농구 장면을 역동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과 패스를 놓치지 않고 보여주었다. 농구에 별 흥미가 없는 나도, 농구 자체를 잘 모르는 아내도 재밌게 보았다고 하니, 영화는 충분히 성공한 셈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인기다. 이 말에 관하여 개그맨 박명수는 '중요한 건 꺾여도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둘 다 같은 말이라는 누군가의 해석도 있었다. 셋 다 맞는 말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꺾여도 하는 '행동'으로 표출된다. 때로는 행동만이 마음을 보여준다. 2012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 선수 6명과 감독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전국 고교농구대회 준우승이라는 성적은, 그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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