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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Apr 15. 2017

NHK 대하사극, '나오토라' 감상평

여자도 있다.


 일본 사극을 즐겨보는데, 최근에 빠져있는 것은 NHK에서 방영하는 '나오토라'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싸우고 활약한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 전국戰國시대. 단어 뜻 그대로 지방 영주(다이묘)들이 서로 죽이고 죽었던, 처절한 싸움의 시대다. 일본은 지금도 지방색이 강하지만, 그때도 마찬가지여서 한 지방을 '나라(國)'라고 부를 정도였고, 다이묘가 그 지방을 전적으로 다스렸다. 한마디로 왕이었고, 그만큼 책임도 막중했다.


 험한 시대였던 만큼, 다이묘의 아들들은 14살만 넘어도 전쟁터에 나갔고, 다이묘의 딸들은 다른 나라와 동맹하기 위하여 신부로 '팔려'나갔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여성인권은 한없이 추락한다. 그것도 1500년대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시대에서, 여자 다이묘가 있었다면 어떨까?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다. '이이 나오토라'다. 일본도 성이 앞으로 온다. '이이'라는 작은 지방을 다스리던 '이이'가문의 '나오토라'라는 이름의 여자다.


 


 그녀가 다이묘가 되기까지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다. 하지만 구구절절함은 NHK 사극으로 시청하는 것이 옳으니, 간단히 요약한다. 한마디로 '이이' 가문의 모든 남자가 죽었기 때문이다. 약소 가문이었던 '이이' 가문은 그 당시 강대국이었던 '이마가와' 가문의 핍박으로 전쟁터에 내몰려져 죽고, 이마가와에 배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이유로 척살당하고, 이래 죽고 저래 죽는다. 어딜 가나 힘없는 나라의 남자들은 손쉽게 목숨을 빼앗긴다.


 결국 '이이' 가문의 남자는 3살 배기만 남았다. 그 3살 배기 남자아이가 성년이 되기까지 '임시적'으로나마 다이묘가 된 것이 이이 나오토라다. 역사 기록에 의하면, 나오토라는 이이 가문을 잘 이끌었고, 3살짜리는 무사히 성년이 된다. 그가 이이 나오마사. 훗날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보좌하여 일본을 통일하고 이이 가문을 엄청난 영지를 가진 대영주 집안으로 부흥시킨다.


 어쨌거나 집안의 모든 남자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고, 여자가 하나 남은 아들을 열심히 뒷바라지하여 그 아들이 집안을 일으켜 세운다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두 세대만 올라가면 6.25 전쟁에서 우리의 할아버지들이 죽었고, 우리의 할머니들이 집안 생계를 책임졌다. 게다가 자녀들은 다섯이 기본이었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에 그치며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우리의 아버지들이 대학에 나와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나. 


 고생한 것은 남자만이 아니고, 뛰어난 사람도 남자뿐만이 아니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사극은 참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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