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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May 11. 2017

가장 기쁜 날에 가장 슬픈 자들을 떠올리다.

문재인 당선 소회

  문재인이 대통령이라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예상대로의 결과이기에 놀랍거나 날듯이 기쁘지는 않고, 다행이라는 생각만이 든다. 할 줄 아는 외국어 하나 없는데 이민 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된 날이다. 당연히 문재인이 당선될 줄 알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에 일어났는데, 박근혜가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우울감이 일주일은 갔다. 정치가 나 개인의 삶을 이 정도로 우울하게 만들 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이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메르스 사태로 38명이,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생활고로 굶어 죽고 시위 중에 경찰 진압으로 죽고 일자리를 구하다 스스로 죽었다.
  문재인은 그 뒤로 많이 변했다.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누군가로부터 떠밀려 나온 듯한 느낌이 많았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든지 넘치도록 가진 '권력의지'가 그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다.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못 미더웠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과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본 문재인은 누구보다 절실해 보였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자기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메르스와 세월호로 죽어간 사람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대선에서 내가 지는 바람에 저 사람들이 죽은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크지 않았나 싶다. 문재인은 실제로 그런 말을 방송에서 몇 번 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대선은 두 가지 사건,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약진한 것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재인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너무 많은 기대를 한 나머지 너무 큰 짐을 지웠다. 다만 바라는 것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문재인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앞장섰으면 좋겠다. 그 뒤를 국민들이 떠받쳐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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