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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Sep 02. 2017

우린 우리 자신일 때 더욱 빛나!

넉살, 쇼미더머니6 그리고 '작은 것들의 신'에 대하여

 올해 3월 즈음인가, 유튜브에서 코드쿤스트(피처링 넉살)의 '향수'를 처음 듣고 넉살에 빠졌다. 처음엔 비트가 좋아서 들었는데, 그다음에는 벙거지 모자를 쓴 작은 래퍼가 장난스러우면서 파워풀하게 랩을 하는 모습에 또 들었고, 계속 듣다 보니 가사가 참 좋은 거라. 가사를 음미하면 할수록 그의 노래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이야기 흐름이 있고 전하고 싶은 문제의식이 있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거라는 게 2016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을 때 이미 정해졌듯이, 넉살이 쇼미더머니6 결승까지 진출하리란 것도 2016년 2월 넉살의 '작은 것들의 신' 앨범이 나오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넉살은 래핑, 작사 능력, 라이브 실력, 경험과 노련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래퍼였고, 이는 쇼미6에 나온 래퍼들 중에서도 압도적이었다.


 쇼미6을 보면서 계속 느꼈던 것은, 엠넷 방송국의 악마의 편집과 치열하고 잔인한 경쟁 붙이기 속에서도 넉살만이 가장 '자유로운' 참가자였다는 점이다. 그는 '우승후보 넉살'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면서도 웃었고, 즐기려고 노력했고, 마침내 결승에서까지 자기만의 무대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쇼미6 결승 무대, 행주가 지코 작곡, DJ DOC 피처링에 대중적으로 신나는 리듬의 '돌리고'를 부를 때, 넉살은 어떤 무대장치, 특별한 의상, 흔한 피처링 하나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노래를 불렀다.

(그는 결승 패배 직후, "아까 승패는 상관없다고 했지만 지금 기분은 어떠신가요"라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 좀 짜증나네요, 막상 닥치니까.'라며 웃었다)


 자기가 뱉은 말을 지키기란 얼마나 힘든가. 뱉은 말은 생명이 없으므로 변하지 않고, 말을 뱉은 사람은 생명이므로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넉살은 뱉은 말을 지켰다. "우린 우리 자신일 때 더욱 빛"난다고(노래 '팔지 않아'). 그는 쇼미더머니6라는 부와 명예, 욕망과 경쟁으로 점철된 무대 위에서 끝까지 자기 자신을 지켰다.


 물론 넉살이 자기 자신을 돈에 파는 쇼미더머니6에 나온 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철저한 생활인이고, 랩으로 돈을 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사람이고, 랩으로 돈 버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다(노래 '작은 것들의 신'). 거기다 "아티스트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비현실적 자부심 또는 힙부심 없이, 랩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으로 밥값을 버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있다(노래 '밥값').


 넉살의 노래에는 세 가지가 없다. 그의 노래에는 힙합 노래라면 질리도록 나오는 "여자, 돈자랑, 남들 욕"의 세 가지가 없다. 대신 "자기성찰, 밥벌이의 어려움, 평범한 직장인들에 대한 공감"이 있다. 그렇기에 넉살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장담컨대 그는 앞으로 오래가는 뮤지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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