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말의 맛에 대하여
세상에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유독 특이한 맛이 나는 말들이 있다. 주로 나이드신 분들의 말들 속에서 나는 그런 말을 발견한다. 세대마다 쓰는 단어가 다르다고, 그분들의 언어는 확실히 우리의 언어와 다르다. 잘 모르겠다고? 1900년대 중후반 한국 단편 소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또는 60~8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 포크 송에서도 그런 말들을 찾을 수 있다.
나는 함중아씨의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그 맛있는 단어들을 발견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리메이크했고, 범죄와의 전쟁 OST로 유명세를 탔다. 이 노래를 들어보면, 가사와 멜로디가 정말 잘 맞아떨어진다. 그 가사 하나하나가 운율이 있고 맛이 있다. 특히 풍문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내 주의를 잡아끈다.
풍문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특별한가. '풍문(風聞)'. 바람 풍에 들을 문자를 썼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풍문은 소문과는 다르다. 소문은 어딘가 저열한 뒷담화의 냄새가 풍기는 데에 비해, 풍문은 전설처럼 나부끼는 이야기들이 어디 먼데서 들려올 것만 같다.
소문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이라고 정의된다. 소문은 확실하지 않지만 모두들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사실인냥 떠든다. 소문은 모두의 관심사이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정보 전달이 아닌 흥미와 재미만을 위한 것이기에 그 주인공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풍문 역시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단어 속에 '바람'이 들어간 만큼 모두들 그것이 사실이 아닐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열성으로 주워섬기지 않는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대'하고 마는 것이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이야기들. 그래서 소문과 같이 누구를 찌르지 않는다. 그냥 스쳐간다. 소문이 자기 주변 이야기처럼 구전되는데에 비해, 풍문은 제3자의 이야기임을 충분히 알고 아스라히 퍼져간다.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고 누군가에겐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것이 풍문이다. 그래서 나는 '풍문'이라는 단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