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사피엔스(2011) 서평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2011)’를 읽고 깨달았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피엔스'를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달라졌다고.
주희는 “공자를 읽기 전과 읽고 난 뒤의 내가 똑같은 인간이라면 그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는데, 내 안의 고정관념과 생각의 틀을 깨부수는 것이 독서의 큰 보람임을 알았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어보고 이 책을 읽었다면 감동이 덜했을지 모른다. 저자가 '총 균 쇠'에 영감을 받아 저술을 시작했다고 하니까. 하지만 ‘총 균 쇠’는 몇 장 읽고 지루해 덮어버렸고, ‘사피엔스’는 처음부터 너무 재미있어 빠져들었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역사학 교수인데, 초심자에게 강연하듯 쉽고 재미있게 인류의 시작과 현재까지의 역사를 알려준다.
인류학, 생물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역사학을 모두 아우르는 이 책은, 어쩌면 새로운 내용은 없을지 모른다. 깊이는 이들 전공서적만 못하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이 다양한 학문을 일관된,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다는 점에 있다. 저자의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반대되는 양쪽 관점을 균형감 있게 서술하면서도, 통일성을 가지고 인류사를 통찰했다.
어쩌면 이 책의 가장 위대한 점은, 쉽고 재미있게 쓰였다는 것일지 모른다.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대학교 수준의 교육만 받았다면 무리 없이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학교에서 한 번도 배우지 못한 지식이다!
최근 2년간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때로는 컴퓨터 게임보다 재미있기도 했다. 왜일까. 평소에 궁금해하던 것들에 대한 해답을 속 시원히 내어주기 때문이다. 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이빨은 왜 이렇게 쉽게 썩을까, 우리는 왜 쉽게 비만에 걸릴까, 공산주의와 기독교는 무엇이 같고 다를까, 등등..
이 책의 내용을 말하자면 길다. 책 자체도 두껍다. 하지만 단언컨대 새로운 관점을 열어줄 것이다. 너무 새로워서 가치관의 혼란이 올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