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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Dec 09. 2017

고향으로서의 인천

나의 살던 고향은.

  누군가 고향이 어디냐 물으면 인천이라 한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서울에 살지만, 유치원부터 초중고를 인천에서 다녔기 때문이다. 이른바 성장기를 보낸 곳이 고향이 아니면 달리 어디겠는가.

 그런데 대학교를 다니고 서울에 살면서부터, 인천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범죄가 많고, 못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마계 인천'이라는 별명도 있다. 인천이 고향이라 하니 "인천에서 잘된 편이네"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다면 진짜 인천은 어떤 곳인가. 서민들이 주로 사는 동네는 맞다. 그런데 애초에 인천 토박이는 별로 없고, 산업화 시기 지방(농촌)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인천이라는 정체성이 희박하다. 인천에 사는 50, 60대에게 고향을 물으면, '전라도 어디' 또는 '경상도 어디'라고 답하지, '인천'이라 답하지 않는다. 인천은 고향이 아니고 거주지일 뿐이다. 그것도 서울에 집 살 돈이 없어 머무는 거주지.

 희박한 애향심과 잡다한 취향과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모여 번잡함을 이루는 곳. 그게 인천이다. 이러한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소가 있다면 '부평지하상가'다. 난개발로 인해 미로 같은 통로, 33개의 출구와 1408개의 점포를 자랑하는 이곳은, 한번 들어오면 외지인은 물론 인천 사람들도 자주 길을 잃는다. '빛과 소음'이라는 인디 뮤지션이 '부평지하상가'라는 노래를 통해 이곳을 적절히 표현했다.

"기다란 몸통 같은 끝이 없는 길

반짝이는 별들의 거리를 지나가면

조그만 출구 끝에 너의 집에 놀러

가곤 했지 부평지하상가 

그 먼 끝에 부평지하상가

이 동넨 원래 그랬어 부평지하상가"

  마지막 가사가 가장 와 닿는다. 이 동넨 원래 그랬다. 세계적으로 복잡한 지하상가지만, 여기서 자란 사람에게는 원래 그런 곳일 뿐이다. 다른 도시도 지하상가는 이렇게 복잡한 줄 알았다. 원래 이렇게 출신지가 다 다르구나 했고, 원래 이렇게 아끼며 사는구나 했다. 

  변변한 돈 없이 고향을 떠나왔지만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밀려나 자리 잡은 곳. 전국 꼴찌의 성적을 자랑하는 곳. 공부는 못하지만 착하고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 친구들이 사는 곳. 세련되지도 깔끔하지도 않지만 가끔 가고 싶은 곳. 누군가의 고향 인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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