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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Apr 08. 2018

돈의 값, 돈의 가치.

영화 "올 더 머니(2017)" 감상평.

  돈이란 무엇일까. 표준 국어대사전은 그 첫 번째 정의로 "사물의 가치"라 말한다. 두 번째로는 "물건의 값"이라는 정의를 든다. 한마디로 돈은 "가치" 또는 "값"이라는 것이다. 


 하지만(래퍼 넉살이 말했듯) 값과 가치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값은 이를테면 우리의 '연봉'일 것이다. 숫자로 명확하게 나오고, 때로 오르고 내린다. 국어사전도 값을 "사고파는 물건에 일정하게 매겨진 액수"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가치는? 우리 자신의 가치는 연봉처럼 숫자로 매겨질 수 없다. 국어사전은 가치를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라고 정의한다. 사물에 한정하는 이유는, 사람은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값은 얼마인가. 그리고 그 값은 돈으로 표상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영화가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 영화 "올 더 머니(All the Money in the World , 2017)"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석유재벌 폴 게티의 손자가 유괴되었다. 몸값은 1,700만 달러(186억 원).  그게 유괴범들이 매긴 손자의 값이다. 폴 게티는 이어지는 TV인터뷰를 통해 단 한 푼도 내줄 수 없다고 선언한다. "나에게 14명의 손자가 있고, 이런 식으로 돈을 준다면 14명 모두가 납치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손자의 어머니(폴 게티의 며느리)의 생각은 좀 다르다. 내 자식이다. 무조건 구해야 한다. 그렇게 영화는 세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유괴범(들). 폴 게티. 폴 게티의 며느리. 그리고 손자의 몸값은 이 세 주체가 생각하는 손자의 '가치'와 '값'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가치는 감히 매길 수 없다"라고 말한다. 가치를 매길 수 없다면 "사람의 값"은 매길 수 있는가. 우리가 매일 보듯, 사람의 값은 시급, 수임료, 연봉 등 다양하게 정해진다. 그럼 억만장자 손자의 값은? 영화는 유괴범, 폴 게티, (폴 게티의) 며느리를 통해 손자의 몸값을 매기는 과정을 긴박하고 흥미 있게 보여준다. 그 사이사이 폴 게티의 우울한 내면과 그보다 더 우울한 가족사가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진다.  


 폴 게티는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고, 매일같이 돈을 기부해 달라는 편지를 받는 사람이다.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모두 그의 돈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그는 이제 사람이 싫어진다. 그에게 더이상 사람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대신 미술품을 사모은다. 손자의 몸값은 한 푼도 내줄 수 없지만 아기가 그려진 그림은 주저 없이 170만 달러에 사들인다. 그가 보기에 그 그림은 170만 달러의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170만 달러를 "값"으로 지불할 만하다. 그렇다면 그에게 손자의 가치는 얼마일까.


 얼마 전 암호화폐 붐이 일었다. 코인의 급등과 급락을 보며 "돈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루아침에 몇천만 원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코인 투자자들은 돈을 무엇으로 볼까? 


 이 영화는 재미있다. 일단 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한 가지 화두를 가져갈 수 있다. 돈이 "값 또는 가치"라면, 나의 가치는 나의 연봉과 얼마나 같거나 다른가.


 이 영화를 본다고 돈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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