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단상

4월 남프랑스 여행 후기

by 김우중

날씨가 화창하고 바다는 온화했다. 지중해는 바다는 바다였으나 육지로 둘러싸여서 그런지 안온하면서도 끝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밝고 온순하며 여유가 있었다. 일단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었고, 검은 머리 동양인이 더듬더듬 영어로 말을 걸면 못하는 영어라도 손짓 발짓 섞어가며 성실히 대답해 주었다.

니스 시내를 걸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상 누군가는 조깅을 하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말이다. 여기 사람들은 일을 안 하는 거야?! 보다 못해 질투 섞인 물음을 외쳤다. 나중에 들으니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워서 그렇단다.
여기 사람들은 느긋하고 여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답답하고 조바심 났다. 병원 진료 한 번을 받으려고 해도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하고, 예약한 시간에 맞추어 가도 1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여유롭게 앉아서 기다린다. 이틀, 삼일이 지나자 나는 점점 그들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시차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 사람들과 나는 속도가 달랐다.

너도 관광객이니 느긋해질 수 있는 거 아니냐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관광도 바쁘게 한다. 일상이 바쁘니 휴가가 짧고,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휴가가 짧으니 휴가도 바쁠 수밖에. 오늘 안에 여기를 가면 저기도 보아야 하고, 동선을 절약하여 스케줄을 꽉 채운다.
그래도 신혼여행이니 부러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는데도 남프랑스 사람들에 비하면 조급했다. 조금씩 일정을 빼고, 일정 중간에 쉬는 시간을 넣고, 밥을 먹고 나면 일단 산책부터 했다. 그렇게 하고 보니 그렇게 살아지는 거였다. 시나브로 그들의 리듬에 맞추었다.

남프랑스를 떠나면서, 그렇게 천천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떠나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이번엔 철도 파업이었다. 4시간 연착. 이참에 잘되었다 싶어 몽펠리에 기차역 근처 시내를 돌아다녔다. 돌아다닌 끝에 닿았던 공원이 특히 좋았다.

마침내 남프랑스를 떠나 파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언젠가 저렇게 살 수 있기를 기원했다.



KakaoTalk_20180427_192545651.jpg 남프랑스 에즈Eze의 어느 음식점. 전망이 이토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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