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중 Jul 23. 2018

그의 죽음에 부쳐

노회찬, 2018.7.23.


  죽을 일이 아니었다. 죽을 죄가 아니었다.
 잘못된 선택을 한 그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그 마음은 이해가 간다. 어렵게 어렵게 진보 정치의 맥을 20년 넘게 이어왔다. 정의당의 간판이었고, 한국 정치에 몇 안남은 "진보" 정치인이었다. 대중적으로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정의당 지지율이 두자리를 넘어 자한당을 넘보기까지 했다. 썰전에도 메인 패널로 캐스팅되었다. 오랜 꿈이 현실이 되는 문턱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드루킹 특검이 터졌다. 진실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그는 그렇게 뻔뻔한 인간이 되질 못했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좀 더 뻔뻔하게 살아도 되었을 것이다.
 4천만원이 뭐라고. 당신의 유명세를 이용하면 그깟 돈은 금방이다. 당신은 그렇게 깨끗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런 걸 기대하지 않았다. 좀 더 오래 살아서 더 넓은 걸음으로 진보 정치를 펼쳐주길 기대했다. 정치자금법 정도 위반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나보다. 그게 미안하다. 그는 최근의 정국을, 최근의 지지율을, 천신만고 끝에 얻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가 더 깨끗하고 정의로워야 진보 정치가 발전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작은 잘못에도 애면글면 했을 것이다. 그 절실함이 유서에서 느껴져서 가슴이 아프다. 미안하다. 잘못한 건 우리다.
  당신을 잊지 않겠다. 진보 정치를 잊지 않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의 첫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