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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Sep 13. 2018

감독과 각본의 처절한 실패

영화 명당(明堂 , FENGSHUI , 2017) 감상평

  조승우, 지성, 백윤식, 김성균. 네 배우만으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스크린 앞에 앉았으나, 이게 웬걸, 영화 시작 30초 만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딘가 생뚱맞은 부감 씬과 더불어 쓸데없이 엄중한 조승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배우가 아무리 뛰어나도 각본과 감독이 엉망이면 그냥 엉망인 영화가 나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본래 형편없는 영화는 아예 감상평을 쓰지 않는 것이 개인적 소신이나, 본 영화는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의 초대로 본 것이기에 감상평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음을 미리 밝힌다)


  장면과 장면은 연결되지 않고, 다음 이야기를 위해 중간 과정은 밑도 끝도 없이 생략된다. 인물은 갑자기 화내거나, 갑자기 울고, 갑자기 좌절한다.(심지어 갑자기 죽기까지 한다!) 뚝뚝 끊기면서 어렵게 어렵게 영화는 실제 역사 내에 있었던 사실을 향해 좌충우돌 달려간다. 그 충격으로 내내 부딪히는 것은 관객의 멘탈이요, 부서지는 것은 섬세한 감수성이다. 


  영화 내내 인과관계는 설명되지 않고 이야기의 상징성만 부각된다. 예고편만 봐도 드러나는 상징성은, 현재 우리 사회의 부동산 문제와 이를 둘러싼 욕망의 상승곡선이다. 그리고 이를 비판하려는 감독의 문제의식은 영화 곳곳에 꼴사납게 튀어나와 있다. 명당을 이야기하며 지속적으로 강남 3구를 언급하는 지관들과, 명의를 도용하여 힘없는 백성의 땅을 빼앗는 양반들, 상권이 죽어가자 이를 살리는 지관의 모습 등.. 현대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대입하여 거부감이 인다. 이럴 거면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낫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다.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욕심, 부귀영화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사회와 공익을 위해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다"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영화 '강남 1970'의 사극 버전이기도 한 이 영화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이면서도 이를 설득시키기 위한 짜임새는 어설프다.


  영화의 악덕은 김좌근(백윤식 분)이 왕을 하대하며 호통치는 장면에서 백미를 이루는데, 정말이지 상영 중간에 뛰쳐나가고 싶었다. 세도정치의 모순을 극적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 같으나, 사극 중간에 갑자기 튀어나와 주인공을 치고 지나가는 8톤 트럭 차량처럼 생뚱맞고 당황스러웠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슬펐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승우가 매우 뛰어난 연기를 펼친다는 것이다. 조승우는 박지관 역할에 딱 적합하게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가 우는 연기를 펼칠 때, 나는 그를 이런 영화에서 보아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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