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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Dec 31. 2018

아쿠아맨이  SKY캐슬을 만났을 때

영화, 아쿠아맨(AQUAMAN , 2018) 감상평

  DC 코믹스 원작 영화라면 일단 기대를 거두고 보아야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나온 DC 코믹스 원작 영화(다크 나이트 제외) 중에서는 제일 괜찮다. 하지만 마블 유니버스의 신호탄, '아이언맨 1'보다 나은가 묻는다면,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겠다.


  영화의 최대 장점은 수중 액션씬이다. 아니, 지금까지 수중 액션씬이 있는 영화가 있었나 싶다. 물속에 뛰어들어 총알을 피하거나, 죠스나 악어를 피해 헤엄치는 장면 정도는 영화에서 종종 다루었지만, 이렇게 물속을 날듯이 헤엄치고 상어 위에 타서 레이저를 쏘며 초거대 대게를 해치우는 액션씬은 없었다. 그만큼 독보적이고, 신선하다. 수중 액션 하나만으로도 일단 이 영화는 볼만하다.

  두 번째 장점은 앰버 허드의 미모다. (농담이 아니다) 가만 보면 주인공 제이슨 모모아(아쿠아맨 역) 보다 앰버 허드의 클로즈업한 얼굴이 더 많이 비추는 것 같은데, 감독이 영리하다. 제이슨 모모아는 근육질 전신 샷이면 충분하니까. 앰버 허드의 얼굴은 여기서 특히 예쁘게 나오는데, 아예 감독이 대놓고 관객에게 "때려 부수는 건 이쯤 하고, 앰버 허드 얼굴 한번 보고 가시죠."라는 느낌이다.

  세 번째 장점은 제이슨 모모아 본연의 매력이다. 감독과 제이슨의 인터뷰들을 보면, 아쿠아맨과 제이슨의 실제 성격이 많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그게 영화에서도 물씬 풍긴다. 아쿠아맨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나쁜 놈은 때려잡고, 착한 사람들은 돕는다. (고민하는 역할은 주로 앰버 허드가 맡는다) 인상 쓰면 무서운 근육질 털보지만, 웃을 때 해맑은 미소가 영락없는 개구장이다. 거친 액션을 보여주지만 단순하면서도 천진한 매력. 다행히 배우의 매력이 아쿠아맨의 매력으로까지 이어진다. 배우와 배역의 궁합이 좋다는 점은 아이언맨과 비슷하다.

  단점은 이런 영화가 그렇듯 엉성한 스토리 라인이다. 원래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뻔한 이야기인데도 인물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서자/적장자 간의 갈등, 부모에게 사랑받는 형제와 그렇지 못한 형제간의 싸움, 혈통에 따른 차별 문제 등 이제껏 자주 보아왔던 고전적인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 쉬운 이야기 속에서, 악역이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왜 그렇게 열정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빌런(주된 악당)을 2명이나 내세워서 이야기가 산만해진 듯한데, 빌런을 한 명으로 집중해서 이야기를 좀 더 단순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엉성한 스토리 라인을 메꾸는 것은 두 여성 캐릭터(메라, 아틀라나)인데, 여느 영화와 다르게 여성임에도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액션 씬에서도 적극적으로 때려부순다. -제이슨 모모아가 하와이 원주민 혼혈임을 고려하면, 말레이시아 출신의 감독(제임스 완)이 다양한 인종과 소수자를 고려하는 감독이 맞는 것 같다- 물론 메라와 아틀라나는 각각 아쿠아맨의 연인과 어머니로서, 주인공을 돕는 역할이다. 하지만 여기서 아쿠아맨은 메라(앰버 허드)와 아틀라나(니콜 키드먼)에게 그저 끌려다닌다. 엄마가 전설의 트라이던트 찾으라면 찾고, 여친이 왕이 되라면 되고, 위기에 빠지면 여친이 구출해주고, 중요한 순간에선 잘한다 잘한다 하며 격려해 주는 것이 마치 아들 교육시키는 극성 엄마, SKY캐슬의 염정아와 김서형을 보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극성 엄마와 여친에게 끌려다니는 아쿠아맨이 밉지 않은 것은, 제이슨 모모아의 천진난만함과 앰버 허드의 미모 덕분이 아닐까. 모쪼록 이 영화가 DC 유니버스의 "아이언맨"이 되기를 바라 본다. 업계의 독점은 소비자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니까.


아까 말한, "이쯤 하고 앰버 허드 보고 갑시다"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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