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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Apr 16. 2016

물에 잠기는 꿈

4. 16. 밤.

 꿈속에서, 나는 어떤 종류의 문인文人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 찾은 어느 시골에서, 3층짜리 여관에 묵기로 했다. 더운 지방에나 있을 법한, 창문이 크고 많은 집이었다. 벽이 얇고 하얗던 것이 기억난다. 객실은 3층이었는데, 나무로 만든 마루가 삐걱거리고, 침대가 3개나 있었다. 창가에 있는 침대 하나를 택했다.
 자려고 누웠는데, 주변이 싸늘해서 눈을 떴다. 지붕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비가 오는지 창밖은 어둑어둑했다. 그래서 추웠나 보다. 마룻바닥이 질척였다. 참고 자려고 했으나, 물은 점점 불어나 발목까지 차올랐다. 참다못해 객실 밖으로 나가 복도에 이르자, 물은 어느덧 무릎까지 차올랐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내려가는 계단 쪽으로 복도를 걸었다. 물은 어느덧 허리까지 차올랐다. 걷기가 힘들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물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 목 언저리까지 차오르자, 나는 영화에서 본 것처럼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계단 쪽으로 잠수했다. 어찌어찌 1층까지 잠수해서 헤엄쳐갔다. 1층 로비 문은 잠겨 있었다. 주변에 있는 우산으로 창문을 깼다.
 그러자 한 번에 물이 빠져나가면서 나도 여관 마당으로 휩쓸려 나갔다. 몸을 일으켜 보니 여관 주인 부부가 마당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추워서는 아니었다. 옷이 젖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여관 문을 잠그고 피신한 자들인 듯했다. 왜 문을 잠갔냐고 따졌다. 무서워서 그랬다고 했다.
 그리고 잠을 깼다. 꿈이 너무도 생생해서, 내일 아침에 적어두리라 생각하고 다시 잠들었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서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꿈일까.
 네이버에 꿈 해몽을 의뢰해 볼까, 하면서 세수를 하는데 퍼뜩 생각난 것이 있었다. 어제 본 뉴스에, 오늘이 세월호 2주기라고 했다. 세월호에 관한 꿈일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죄책감 때문일까. 그렇다면 내년 이맘때에도 이런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지난날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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