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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Jun 01. 2019

영화 기생충 스포일러 없는 리뷰

기생충(Parasite,2019) 감상평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예고편에도 나온 송강호의 이 대사에서 시작하고 싶다. 예고편만 봐서는 어떤 영화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영화, 관객이 어떤 예상과 계획을 갖고 극장에 가든 배신당하는 영화, 스포일러를 하지 말아 달라고 기자들에게 신신당부했던 감독의 행동이 영화를 보고나니 이해가 가는 영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2019)'이다.

  스포일러 없는 리뷰를 쓰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밌게 봤는데, 스포일러 있는 리뷰를 쓰려니 할 말이 너무 많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포일러 없이 영화를 온전히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일단 영화가 재미 없을 수 있다. 원래 영화제 수상작들이 그렇다. 작년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2018)'도 국내에서는 별다른 반향이 없었다. 영화 '기생충'도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필자는 봉준호의 팬이어서 그런지 재밌게 보았다. 현재까지 관객들의 평도 좋은 편이다.


 봉준호는 귀국한 뒤 인터뷰에서 "'봉준호가 곧 장르가 되었다'는 외신의 평이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의 평이 이해가 된다. 영화 '기생충'은 어디서 본 듯한 장르 영화의 공식을 따라가는 것 같으면서, 관객들의 기대를 하나하나 꼼꼼히 배신한다. 그렇게 영화의 장면 장면마다 조금씩 기존 영화의 공식을 '비틀기'한 끝에, 다다르는 종착역은 관객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다. 한마디로 흥미진진하고, 영화가 어디로 흘러갈지 감도 잡을 수 없다. 관객들마다 달랐지만 필자는 영화 내내 웃었고, 가끔 씁쓸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기분이 복잡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올랐던 문장 하나. '기생충'은 완벽한 판타지 영화다. 정말 말도 안되는 허구의 이야기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이야기란 소리다. 그런데 그 비현실성을, 감독은 절묘하게 쪼개 놓았다. 잘게 쪼개서, 영화의 인과관계 곳곳에 흩어 놓았다. 그랬더니, 제법 현실적이고 어딘가 그럴싸하면서, 왜인지 모르게 기괴한 영화가 되었다. 한마디로 그로테스크하다. (그로테스크는, 이질적인 것이 결합하여 괴상하고 기이한 것을 말한다)


  봉준호 영화 중 최고인지는, 아직 복잡한 마음을 추스릴 길 없어 판단을 유보하겠다. 어찌되었든, 봉준호 영화 중 가장 관객의 '평상심'을 흩어놓은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다르게 말하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일상에 '기생충'이 침범할 정도로, 인상깊고 여운이 오래 가는 영화다. 


 봉준호를 매번 영화를 찍을 때마다 '영화라는 매체가 다다를 수 있는 경지'와 '인간'에 대해서 고민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고민은 성공했다. 이제까지 본 어떤 영화들보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이 인간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였으니까.



**이 리뷰의 유튜브 버전은 아래 링크

https://youtu.be/Lv_0VY9e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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