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계피차 Jan 05. 2022

21. 플로렌스 퓨: 레이디 맥베스(2016)

팟캐스트 "소덕소덕" 스크립

팟캐스트 "소덕소덕" 21화 - 플로렌스 퓨 특집: 레이디 맥베스

https://podbbang.page.link/F28nL7r8HjoV1Jze7


이번주는 플로렌스 퓨 배우 특집인데요, <블랙 위도우>의 여운에 휩쓸려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배우, 작품 소개

국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미국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이나 영화 <미드소마>의 주인공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작은 아씨들>과 <블랙 위도우> 등 대형급 영화를 통해 좀 더 대중적으로 각인되었습니다. 사극이나 액션물, 서브장르물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레이디 맥베스(2016)>는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1856)>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이 소설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에 의해 1932년 오페라화 되기도 했습니다.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는 원래 연극 연출가였으며 장편 영화는 <레이디 맥베스>가 처음입니다. 당시 프로렌스 퓨 역시 주연은 처음이었는데 이 영화는 처음 공개될 때 뜨거운 반응이 있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극단적인데 반해 연기와 연출은 미니멀했달까요, 개인적으로는 <더 페이버릿>같은 느낌입니다. 주인공 캐서린의 얼마 안되는 말투나 표정으로 내외면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는데요, 플로렌스 퓨 특유의 개구짐과 다부짐을 잘 살린 연기였습니다.

이 작품은 플로렌스 퓨의 초반작이라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별로 없는데 ‘유명한’ 원작이 있는 ‘사극’에 ‘노출’ 장면도 많고 감정표현도 ‘억제된’ 연기를 선보여야 했는데 너무나도 잘했습니다. 이 후로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스칼렛 요한슨이 외유내강 스타일이라면 플로렌스 퓨는 겉바속촉 이랄까요. 음 하지만 우리 감자돌이 플퓨가 더 쉬운 길을 갔으면 좋겠달까요…

주인공의 이름이 영어이기도 하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어 영미권 작품으로 오해하기도 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러시아 문학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19세기 러시아 사회를 풍자한 내용이라 예전에 다루었던 정반대의 분위기인 <안나 카레니나>를 같이 들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줄거리

어린 캐서린은 지주 ‘보리스’의 아들 ‘알렉산더’에게 팔리듯 결혼하게 되는데 늙고 유약한 ‘알렉산더’는 캐서린과 인간적인 관계와 잠자리를 하지 않고 시아버지는 얼른 임신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느날 하녀 ‘안나’를 희롱하고 있는 하인 ‘세바스찬’과 마주치는데 서로 끌림을 느낌니다. 결국 함께 잠자리까지 하는데 시아버지에게 들키고 맙니다. 캐서린은 시아버지를 독살하는데 이 모든 사건들을 알고 있는 하녀 ‘안나’는 충격과 공포로 말을 못하게 됩니다. 캐서린은 시종 무덤덤한 표정과 태도로 일관하는 반면 오리지널 캐릭터인 ‘안나’는 역시 감정을 마음대로 드러낼 수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간적인 ‘안나’의 감정표현을 통해 겨우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세바스찬과 함께 남편과 혼외자를 죽이게 되는데 원래 폭력적이었던 세바스찬은 더이상 못하겠다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캐서린은 그를 위로합니다. 결국 세바스찬은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둘이 살인범이라고 고백하는데 캐서린은 그를 거짓말쟁이로 몰아 쫒아냅니다.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면서요.


잘 수 없어요: 조는 캐서린과 잠이 오지 않는 세바스찬

원작은 세바스찬까지 죽이고 본인도 자살하는 결말인데요, 상대적으로 캐서린이 얌전해진 대신 ‘안나’가 감정표현을 도맡고 있습니다. 마님이랑 바람이 난 하인이 “계속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없어”라며 뛰쳐나가려던 것을 마님이 계속 잡아주지만 결국 범행을 폭로당하고 맙니다. 동료 하인들을 괴롭히던 세바스찬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요?

대신 ‘안나’가 둘 아니 세 또라이 사이에서 홀로 스트레스를 견디는 모습이 나오는데  가장 불쌍한 인물이에요. <안나 카레니나>에서 작가 본인을 대변하는 바람직한 인물상이 나와서 관객의 시선을 대변한다면 여기서는 ‘안나’가 그 역할을 하면서 계급적으로 ‘여자’ + ‘노예’가 제일 불쌍하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깨닫게 만듭니다. 영화 안에서 ‘안나’가 ‘캐서린’에게 힘쓸 수 있는 것은 머리빗기, 코르셋 조이기 정도가 있는데요, 결국 마지막에 모함을 받아 '세바스챤'과 함께 잡혀가게 됩니다. '안나'의 연기가 참 좋은데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따위 시즌2(2019)>,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 등에 출연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오히려 주인공 '캐서린'은 젠더성이나 계급성에 얽매이는 느낌이 덜하고 약간 짐승적인 인물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물론 '캐서린'이 처해진 상황은 팔려온 신부라는 위치 때문이긴 한데요, 노예 신분을 벗어나고 싶어 마님에게 접근하는 '세바스챤'을 생각하면 '캐서린'은 오히려 더 본능적이고 돌발적입니다. 자지말고 깨어 남편을 기다리라는 시아버지의 주문에도 '캐서린'은 계속 좁니다. 반면 양아치 '세바스챤'은 살인까지 반복되자 잠도 못자며 후회를 합니다. 어린 신부를 사오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 시아버지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들은 혼외자도 있고 며느리는 애인은 물론이고 사이코패스력까지 있으니… 막장물로 치면 신분제사회 자체가 제일 큰 막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반에는 '캐서린'의 시선을 따라가는 듯 하다가 캐릭터들의 대비들을 통해서 캐서린이 포지셔닝, 타자화되는데 이점 또한 신선한 방식같습니다. 연애.계급상승.자유 등에 대한 열망을 다루는 컨텐츠들의 일반적인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레이디 맥베스>의 분위기는 오히려 스릴러에 가까운데 또 스릴러물의 법칙을 따르지는 않습니다. 익숙한 컨텐츠를 새로운 감독, 새로운 배우, 새로운 문법을 통해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공개 당시 큰 관심을 받은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9. 정유정: 종의 기원(201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