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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피차 Jan 05. 2022

19. 정유정: 종의 기원(2016)

팟캐스트 "소덕소덕" 스크립트 

팟캐스트 "소덕소덕" 19화 - 정유정 특집: 종의 기원

https://podbbang.page.link/GwbGxzBzx8Y28xBJ9


***스포일러 주의***


이번주 특집 주제는 <7년의 밤(2011)>부터 계속 베스트셀러를 쓰고 있는 스릴러 전문 작가 정유정씨입니다. 제가 소개할 책 <종의 기원(2016)>은 <7년의 밤>, <28(2013)>과 더불어 악의 3부작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그 이유는 사이코패스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릴러, 범죄 장르를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데요 정유정씨의 소설은 자극적인 소재에 비해 묘사들이 그렇지 않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고 연출력이 좋아서 몰입감이 큰 데에서 다른 작가나 컨텐츠에 비해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역시 아직 접해보지 않았지만 인기가 많은 <종의 기원>을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악의 3부작 중에서도 소재가 가장 자극적이기 때문에 이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저는 아무래도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편인 <28>이 셋 중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코로롱 시국을 맞으면서 <28>이 재평가되고 있어서 흥미롭다는 생각이 드는데 같이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소설 자체나 사이코패스 보다는 장르적인 문법을 위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평범한 사람인 우리는 왜 범죄물을 즐거워하는가

원초적인 질문인데요 대부분의 독자는 사이코패스이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상태가 아님에도 범죄물 장르를 즐깁니다. 게다가 2010년대쯤 부터는 미국드라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범죄물이 엄청 늘어났습니다. 실제 범죄를 다루고 있는 <그것이 알고싶다>나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실 천사같은 친구들이 이런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볼 때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볼 때 범죄물을 즐기는 층의 내면에 폭력성이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공포물을 즐기는 심리와 비슷하게 컨텐츠는 무섭지만 그것을 즐기는 지금의 나는 안전하다라는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범죄물은 주로 추리나 액션을 즐기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애청자로서 사이코패스나 연쇄범죄자들이 대단한 천재가 아님을 알게된 이후로 이 소설에 나오는 사이코패스 역시 이렇게 술술 읽히게 말하고 쓸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러 무섭지 않게 되었습니다. 원래도 그렇게 몰입해서 감상하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요. 여러분도 글을 써보시면 알게 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처럼 말을 잘하는 범죄자는 있을 수 없어! 제3, 4, 5자의 입장에서 즐기게 되니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왜 사람은 도라이로 발현,발견되는가

작가의 말에도 나오듯이 작가는 어떤 잔혹한 범죄자의 소식을 접하면서 어쩌다 사람이 이렇게 지독하게 악인이 되는가에 대해 고찰하다가 이 소설을 썼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또 하나의 의문이 든 것이 간호사 일을 하다가 상대적으로 느지막히 전업 소설작가가 된 정유정씨는 어쩌다가 사이코패스에 집중하게 된 것이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 그것도 아프고 지친 사람을 케어해야 하는 간호사를 했던 작가가 사이코패스에 대해 집중하게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사이코패스 악당 뿐만 아니라 강박증이 있어 타인을 억압하는 인물도 하나 이상씩 등장하는데 이것 역시 너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회사가면 성격이 나빠지니까요. 이런 부분은 메타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사이코같은 면은 없는지 찬찬히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또 하나의 주인공, 엄마 

표면적인 주인공은 젊은 남성 사이코패스인 (막내 아들) 유진인데요, 중간 즈음 엄마의 일기가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약간 반전이 됩니다. 항상 억압적이던 엄마는 사실 아들을 더 풀어주고 싶어 했고 상담때마다 밝게 웃어주던 이모는 유진을 항상 의심했던 것이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점점 어른이 되어가면서 굳이 결혼 육아를 경험하지 않았어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왜 그랬었는지는 알기는 알 것 같더라구요. 물론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경험도 했고 배우기도 해서 옛날 어른들 처럼은 안하려고는 하지만요. 그래서 엄마인 지원의 표현이 너무 이해되기도 하고... 이 부분은 휴먼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정유정 작가의 따듯함과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유진은 겉으로는 간질 때문에 약을 먹다가 성격이 포악해지는 듯하게 묘사가 되어 간호사 출신이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싶었는데 사실 어렸을 때부터 성격적 장애가 드러나 약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범죄자인 유진의 입을 통해 말해지긴 하지만 "약을 먹는다고(눈에 보이는 장애가 없어진다고) 무해한 사람이 되는게 아니다"라는 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줍니다. 특히 최근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젊은이나 엘리트, 상류층 등이 행하는 범죄나 혐오가 부각되면서 진짜 통제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철없음이나 장애인 등의 조금 부족함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폭력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21세기 쯤 되면 세상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는 없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 추리똥촉인 저조차도 어느 정도의 반전은 눈치채곤 합니다. 하지만 정유정씨가 워낙 글을 잘 쓰기도 하고 반전시키는 타이밍이나 챕터를 끊는 타이밍이 절묘해서 너무 재밌습니다. 그래도 잔인하고 폭력적인 부분이 많아 내용적인 면은 많이 다루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런 장르를 즐길 때에는 내가 사이코패스다 생각하면서 몰입하지 말고 범죄자를 어떻게 잡을까 생각하면서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폭력이 덜 하면서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릴러 컨텐츠(조이님의 원픽 여고추리반...?)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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