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유> <동백꽃필무렵>
2019년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든 드라마 검블유입니다. 인터넷 포털 기업 유니콘과 바로에서 일하는 세 여성들의 뜨거운 일과 사랑이야기(?)였죠.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전혜진·이다희와 이전 회사 선후배인 임수정·전혜진, 현 회사 동료인 임수정·이다희의 얽히고 설킨 마치 만화같이 로맨틱한 관계성과 IT회사의 업무를 엿볼 수 있는 재미를 톡톡히 보여주었고 반응도 당연히 좋았습니다. 일에 관련되어서는 임수정·이다희는 본부장 급, 전혜진은 대표이사이며 그 외의 여성 캐릭터들도 임원급으로 나오는 점, 그리고 유니콘과 바로는 같은 포털 회사이지만 분위기가 거의 정반대인 점 등이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을 떠올리게 하는 점도?
캐릭터 관계도 촘촘히 얽혀있고 긴장감이 있어 여러 가능성을 예측해보는 재미가 컸습니다. 다만 남자주인공이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없이 자주 등장해서 좀 김이 빠진 감이 있죠. 게다가 임수정·전혜진이 깊고 깊은 애증의 관계인 것처럼 애닳게 해놓고 왜 그런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 프리퀄 시즌이라도 있는지요? 흑흑. 메인인 세 캐릭터 외에도 전혜진의 시어머니인 KU 그룹 회장 역 예수정 배우, 유니콘 대표 유서진 배우가 호방한(?) 고위직 인사로 나와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취미로 젊은 남자 몸에 타투 새기는 장년 여성과 쓰리피스 정장 처돌이 대표님이라뇨. 한편 동료 직원들의 서사도 한번씩은 짚고 넘어가는 앙상블 구성도 좋았습니다.
* 검블유
: 시대극에서 발전한 여성캐릭터가 많이 나와서 아직도 현대물에서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가보다 싶었는데 검블유가 보여주는 판타지는 짜릿하고 좋았네요.
* 임수정
: 꾸준히 여성서사에 대하여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하시고 지지하신 배우님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을 너무나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셔서 꼽았습니다.
* 예수정
: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니라 장희은 이라는 이름과 회장님이라는 역할이 너무 좋았고 예수정 배우의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너무 멋진 캐릭터가 되었다.
추천 팟캐스트
시스터후드 36화: 세 여자의 일과 사랑,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111/clips/36
2019년 여름을 검블유와 함께했다면 가을은 동백꽃과 함께했습니다. 공효진 배우의 오랫만의 드라마 출연이기도 했고 역시 대박이 났습니다. 다만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보여준 반면 드라마는 로맨스코미디에 강한 배우였는데요 시골에 사는 미혼모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습니다. 드라마의 특징으로는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고 (다행히) 여자 캐릭터들도 많이 나옵니다. 특히 여러 모습들을 가진 시골 사람들, 아빠없이 애키우는 엄마, 배우자에 기눌려 사는 사람들, 연고지나 지인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들, 장애인 등의 캐릭터를 앙상블로 다루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흠있는 사람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풀어내 많은 층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았지만 한편으로는 따듯하게 봐서는 안될 문제도 그렇게 넘어갔다는 한계점도 있습니다. 특히 젊은 여자에게 접근하는 노규태, 케어도 못하는 친자를 데려가려는 강종렬 캐릭터는 적잖이 폭력적인데 반해 연민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연출한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외부인에 동네 남자들이 좋아하는 술집 주인인 동백이를 따돌리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마지막엔 동백이를 범죄위험으로부터 감싸주긴 하지만 사실 시골 텃세나 커뮤니티 내 따돌림은 최근 이슈가 되는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아쉽습니다. 혼전임신으로 강종렬과 결혼한 모델 출신의 제시카 역할 역시 소위 '취집'에 대한 혐오적인 분위기 가운데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을 했었는데요 마냥 악역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보면 또다른 동백이라는 점에서 더 다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미혼모인 동백 캐릭터도 사실 어떻게 보면 진부하지만 이렇게까지 사랑받고 이입할 수 있었던 것은 공효진 배우 덕분이라고 보입니다.
한편 장점도 많습니다. 착한 동백이가 당하게만 두지 않았던 이웃들, 범죄자는 그저 실패자일 뿐이며 일상을 완성하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메세지 등이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싱글맘인 곽덕순/정순/동백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고두심/이정은/공효진 배우, 미성년/기생충을 거쳐 스릴러 전문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정은 배우, 역시 걸캅스/82년생김지영을 거쳐 주인공의 강력한 조력자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염혜란 배우, 얄미우면서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미스터리한 향미 역의 손담비 배우까지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호흡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임에도 하루에 21시간 일하는 등의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했던 제작사가 문제가 되었는데요,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되는 만큼 연예인이나 시청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동백꽃 필 무렵
: 동백꽃 필 무렵 찬양글 같은데, 대본을 갖고 싶을 정도로 모든 내용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미혼모의 삶을 조명해줘서 그 삶이 자녀에게 반복되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몫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점이 좋았다.
* 공효진
: 동백꽃 필 무렵은 공효진의 드라마였다. 이번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헤테로 로맨스 드라마 성공 신화가 이대로 괜찮을까? 슬슬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영화 ‘미씽’에서도 대단한 호연을 펼쳤다. 왜 공효진의 헤테로 로맨스 드라마만이 성공하는가.
추천 팟캐스트
시스터후드 56화: 옹산의 여자들, <동백꽃 필 무렵>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111/clips/56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 동백꽃 필 무렵: 범죄와 시민/사회 (상/하)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846/clips/45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846/clips/46
이전 드라마인 <나의 아저씨>의 선택으로 안겨준 아쉬움을 만회할 만한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로 돌아온 이지은(아이유) 배우가 꼽혔습니다. 주로 키 큰 여자배우들이 맡던 유아독존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었고 그런 점에서 반대로 생각해보면 키가 작고 어려보이는 외모를 가지면 아무래도 역할 자체가 제한되어 제 몫을 보이기가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연예인 자체가 이미지를 파는 직업이긴 하지만 남자배우들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배역을 맡는 걸 생각하면 많이 억울하죠. 그럼에도 이지은은 훌륭한 음악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면서도 연기 분야에서도 여러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드라마 안에서 화려한 의상과 제멋대로임에도 밉지않은 캐릭터를 소화해낸 건 이지은이라 가능했을 겁니다.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멋있고 매력적인 장만월.
다만 대중도 그렇고 컨텐츠 제작자들도 그동안 이지은을 지나치게 대상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대중들은 아이유/이지은의 면모들을 하나하나 유추/예측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좋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고 제작자들은 제한된 역으로만 쓴다던가 하는 일들 말이죠. 옴니버스 영화 <페르소나>는 제목과는 다르게 여자감독이나 남자감독 모두 이지은을 대상화된 뮤즈로 역할하게 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4명의 감독이 이지은을 어떻게 해석했나 싶었지만 크게 보면 이전의 작품들과 혹은 대중들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누가 이지은을 아이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 드라마를 기점으로 여러 사람들의 이지은을 읽어내는 방법이 많이 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신입사관 구해령
: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은 초반부터 페미니즘을 대놓고 드러내는 대사를 배치하였고 개성있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조주연에 4명이나 포진해있었지만, 여성 캐릭터들을 유기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구해령의 상대역인 이림의 성장서사에 더 공을 들여 타이틀롤 구해령이 그의 성장을 돕는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게한 죄가 크다. 결과적으로 타겟이었던 여성시청자들에게 어필되었을지는 몰라도 매회차 여러 캐릭터의 대사로 역설하던 여성의 주체성과 상반되게 극의 전개는 여성을 주변부로 밀어냈으며 구해령과 그의 동기들을 응원하는 시청자로서 우롱당한 느낌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