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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피차 Dec 20. 2019

2019 우걸 어워즈 2. 영화 부문

영화 / 주연 / 조연

2. 영화 부문 (영화 / 주연 / 조연)     

2-1. 걸캅스 / 라미란


영화 데뷔 14년 만에 영화 첫 주연작, 라미란의 <걸캅스>입니다. 찰떡같은 연기 때문에 어딜 나와도 존재감이 폭발했지만 주로 ‘아줌마’ 역할을 하는 ‘중년’‘여성’배우가 주연을 맡기까지는 참 오래 걸렸습니다. 2015년 ‘응답하라1988’의 인기 이후로 드라마, 예능, 이제 영화까지 주연으로 종횡무진하는 라미란을 볼 수 있습니다.     

 

<걸캅스>가 여성경찰 콤비물로 알려지자마자 일부 ‘한국남성’들이 뻔해서 망할 거라는 우려를 보인 바와는 정반대로 순조롭게 손익분기점을 넘었습니다. 불법촬영을 다루고 있어 자극적인 연출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잘 넘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력반형사인 새언니를 보고 경찰이 된 지혜(이성경 분)가 다른 여성동료들과 함께 사적으로 여성피해자를 돕는 이야기는 많은 여성들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특히 주연 역할의 상사(조연 역할)로 여성배우(민원실장 역/염혜란 분)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어서 이점도 좋았습니다.       


2-1-1. 참여자 코멘트      


* 걸캅스가 여성투톱영화임에도 상업영화로서 성공한 게 통쾌했다. 재미와 페미니즘을 다 잡았다. 다만 영화 내에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코믹 요소로 사용한 점은 비판받아야한다.

* 여자가 주연이고 조연이면 집중이 잘 됐고 공감도 되다보니 웃음포인트가 많아서 좋았다.    

     


2-2. 미성년 / 이정은


알탕영화의 화신 김윤석 배우가 감독으로 나선데다가 “너 때문에 우리집은 지옥이다”라는 카피문구로 간만에 만나는 여성 앙상블 영화가 볼품사나워지는 건 아닌지 큰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사실은 괜찮은 영화였던 <미성년>입니다.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캐릭터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배우들 간의 합이 좋아 보는 재미가 큰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염정아·김소진 배우의 미친 연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가족 구성원이나 가족 대 가족의 관계는 한국미디어판에서 전형성이 큰 소재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렇지 않은 연출과 스토리, 전형성을 잊고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가 있어서 좋은 평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한편 트위터판에서 주목받은 부분은 주리-윤아의 관계성과 학교 옥상 등의 분위기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마치 <여고괴담2> 등의 세기말 청춘물을 연상시키는 설정은 원작자로부터 온 것일까요? 그 외에도 신도시라는 장소, 주리-윤아(가족)의 상반되는 배경, 시골에서의 에피소드 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옆침대산모역 정이랑 배우와 산모엄마역의 염혜란 배우가 너무 닮아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정말 잠깐 등장하는 방파제 여인 이정은 배우가 톡톡한 몫을 해내는데요, 그 장면이 실제같기도 하고 연기도 너무 좋아서 이 영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생충>에서도 어쩌면 어려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그 정도의 임팩트는 이정은 배우라서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언급이 되지 않아 많이 아쉽습니다. 이정은 배우에 대해서는 드라마 부문에서 더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2-3. 벌새(김보라) / 박지후 / 김새벽      


2019년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보물, 44관왕에 빛나는 <벌새>입니다. 1994년 서울에 사는 중학생 은희의 보편적이고도 개인적인 기억이 따듯한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어떻게 보면 정말 보통의 이야기입니다만 비슷한 배경의 <응답하라 1994> 등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너무나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그때의 폭력성은 그저 우스운 옛날이야기로 치부되곤 하지만 그 시기를 겪고 현재를 살고 있는 어른이 된 ‘은희’들은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요?      


폭력은 상처로 남았지만 쉽게 말할 수 없었기에 <벌새>가 ‘은희’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고, 그 경험의 보편성 혹은 특별성 때문에 외국에서도 호평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의 내용 자체도 좋았지만 여러 곳에서 김보라 감독이 한 말들 역시 여성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또한 각본집이 동시에 나왔고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벌새 단체티를 입고서) GV·팟캐스트에 많이 출연했고 관객들을 ‘벌새단’으로 부르는 등 감독 뿐만 아니라 배우들 모두 이 영화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잘 전달되어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 안에서의 박지후·김새벽 배우는 20년도 더 전의 배경으로 정말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특히 김새벽 배우는 거의 신과 같은 분위기의 김영지 선생님 역할을 정말 그런 느낌으로 연기해 관객들이 더 몰입하고 감동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아니 그럴수록 구어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각본을 쓴 김보라 감독이 잘 표현하고 김새벽 배우가 잘 소화해 냈습니다. 두 배우 뿐 아니라 은희의 언니·친구들의 역할과 연기도 너무 좋았습니다.      


‘김혜리의 필름클럽’ 관련 클립 추천합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410/clips/122     


2-3-1. 참여자 코멘트

      

김새벽:

* 김새벽이 연기한 김영지 선생님은 영원히 우리들 마음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 힘들 때 손가락을 보게 되었어요.     


김보라:

* 전세계를 날이다니는 영화 벌새의 감독. 문화예술은 여성의 얼굴을 한다.     


2-4. 윤희에게 / 김희애   

   

우리에게 첫눈같이 내려온 선물, 겨울 중년 퀴어영화 <윤희에게>입니다. 보수적인 시대,  겨울, 여행, 한쪽이 유자녀 기혼자라는 점 등 때문에 초반에 <캐롤>과 비교되었는데요, 한국배우가 한국말을 쓰며 한국에서 등장하는 영화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느껴지는 감동이 매우 달랐습니다. 물론 퀴어·레즈비언 영화는 간간히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만 중년이 주인공인 경우는 거의 없었죠. 제 기억 상으로는 2011년 KBS 드라마 스페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이후로 매우 오랜만입니다.      


<윤희에게>는 <캐롤>처럼 스윗하진 않구요, 일본쪽 배경인 오타루의 사람 키 만큼 쌓인 눈처럼 먹먹함을 주는, 동북아시아 중년여성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입니다. 담담하면서도 먹먹한 감정을 김희애 배우와 나카무라 유코 배우가 매우 잘 보여줬습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그 둘 사이를 윤희의 딸 새봄과 쥰의 고모 마사코가 이어주는데요, 이 두 캐릭터가 남성이었다면 두 주인공은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의 가족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너무 실제같아서 먹먹하기도 했고 그 가운데서도 인연이 이루어져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템포가 느린 편이고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연출과 더불어 그 간격을 메우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분일 겁니다.     

 

‘시스터후드’ 관련 클립 추천합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111/clips/58     


2-4-1. 참여자 코멘트     


* 중년 여성과 중년 여성 사이의 성애를 이야기하면서 성애적 장면을 두드러지게 그리지 않았던 점이 좋았다. 게다가 영화에서 새봄과 윤희의 모녀 관계를 주로 그린 점이 좋았다. 자칫 우울하고 피곤해질 수 있는 레즈비언 이야기에서 불행을 선두로 내세우지 않고 담담하게 그린 점을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뜬금없는 경수 캐릭터(심지어 스무살과 열아홉이라는 성인-미성년자 커플)는 의아함을 숨길 수 없었다. 그의 역할이라곤 윤희가 새봄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담고 있는지 (그와 새봄의 관계를 알아차림으로써) 알려 주는 것밖에 없었는데 이를 굳이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 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김희애:

* 김희애 배우는 정말 한국여배우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너무 멋지고 보석같은 배우. 이 배우의 소중함을 알고 윤희에게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다.

* 작년의 허스토리에 이어 올해는 윤희에게로 대중에게 다가와 꾸준한 목소리를 내고 있음.

* 대한민국 40대 여성의 초상 그대로.

* 좋은 각본과 캐릭터를 찾는 열정과 강력한 연기력. 여성 메이저 스타로서 본보기.


2-5. 82년생김지영(김도영) / 정유미     


걱정 반 기대 반, 큰 관심 속에 개봉하여 원작소설의 위상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 <82년생 김지영>입니다. 배우출신 김도영 감독의 따듯한 연출과 정유미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빚어낸 결과죠. 제목처럼 한 인물의 연대기를 다루는 작품인데다 어떻게 보면 거친 원작의 메시지가 상업영화에 잘 담겨질까 하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상업영화의 적당한 분위기도 있으면서 너무 신파적이지 않고 쉽게 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많은 여성분들이 울었습니다.      


이야기 내의 상황은 정신없더라도 영화 자체는 의외로 꽉 채워져 있지 않았습니다. 관객이 상황을 파악하고 이입할 수 있는 적당한 타이밍을 남겨둔 거죠. 원래 정유미 배우가 현실감있는 연기로 유명한데요,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 했었나 하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엄마 역의 김미경 배우와 언니 역의 공민정 배우 간의 합도 좋았습니다. 특히 공민정 배우는 정말 주변에 있는 사람 같지 않았나요?      


전반적으로 캐스팅 자체가 참 좋았는데요, 특히 스카프 여인의 염혜란 배우도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염혜란 배우가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가 커서 우리편이면 참 든든하겠다 싶은 느낌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최근에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미성년·걸캅스 등) 드라마 부문에서 더 서술하겠습니다.      


2-5-1. 참여자 코멘트      


정유미:

* 제작 발표회에서 이 작품의 출연을 결정한 용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주연 배우 정유미의 말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용기를 내야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 용기 있는 작품선택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2-7. 총평과 추천     


* 퀴어 영화 찍어주셔서 감사한 김희애 배우와 올해 상 쓸어모은 벌새의 박지후 배우, 스캐로 빠졌었는데 미성년이랑 뺑반에서도 너무 연기 좋았던 염정아 배우와 모두가 인정하는 조연퀸 이정은 배우.     

* 올해 특히 "위안부" 관련 좋은 다큐들이 나왔는데 여성감독/여성주연의 영화라고 보기는 애매해도 기릴만한 일인 것 같아요.     

* 한국어로 된 한국말 하는 배우가 연기하는 중년 여성 퀴어물이 나오고 어린 여자아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 등 여러모로 여성의 일대기가 많이 나와 기뻤어요. 올해는 확실히 다른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는 생각입니다.     

문소리:

* 문소리 배우가 점점 더 유독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배심원들:

* 까칠하고 전문성을 중시하고 예민한 판사 이미지를 여성에게 준 것이 좋았으나 너무나도 많은 중년 남성의 모친 살인 이야기를 '이러한 예외도 있었다!'며 영화화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배심원을 통해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준 것은 좋았지만 남성 중심 이야기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이는 뺑반도 동일하다. 멋있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으로 비판을 피해 보려는 듯싶어 엥? 스러운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생일:

* 고통을 전시하는 영화가 아니라 담담하게 현실을 그려낸 영화라 좋았고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님의 진심이 느껴져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전도연:

* 한국영화 100주년에 빠질 수 없는 배우로, 여성영화인 중에 최초로 헌정관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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