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일주일 살아보기

0 아버지와 아이들

by 은하

중학생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친정 부모님이 계시는 대구로 아이들과 떠났다. 친정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바로 거제도에 가서 부모님과 아이들과 일주일 동안 살아보기를 하려고 한다.


흔히 낚시꾼들이 농담 삼아하는 말이 있다. 물때를 잘 만나야 고기를 잘 잡는데, 좋은 '물때'란 '부인이 낚시를 보내주는 때'라고 말이다. 우리 아버지에게는 그것이 내가 포항에 낚시를 하러 오시라고 할 때이다. 하루 짧은 시간 낚시를 하고 가시거나 아니면 길다 하더라도 1박 2일, 2박 3일의 일정으로 왔다 가시면 너무 아쉽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물때를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바다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항상 급하게 시작하는 낚시에 물고기는 아버지를 피해 다니는 듯했고 아버지는 짧은 시간 동안 쫓아갈 수 없는 꿈을 멀리서 바라만 보고 계시는 듯하여 그것이 나는 늘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길게 낚시를 하실 수 있도록 거제도에 숙소를 정하고 일주일 살아보기를 하기로 했다. 그 정도면 아버지께서도 마음껏 낚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원하는 사이즈의 물고기를 잡지는 못하시더라도 '시간이 없어서'가 물고기를 못 잡은 이유는 되지 않게 해드리고 싶었다.


처음 이것을 결정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이제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중학교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때가 왔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학업 성적이 달라진다고 한다. 안 그래도 짧은 여름방학에 계획을 알차게 짜서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일주일 동안 여행을 다녀오면 아까운 시간을 그냥 낭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자연과 낯선 지역을 관찰하고 뭔가 느끼는 게 있다면 괜찮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방에서 게임만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의 우선순위를 따르기로 했다. 아버지와 아이들 중 누구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더 짧은 지를 묻는다면 그것은 슬프지만 아버지일 것이다. 아직 아이들이 1학년이라 조금은 자유롭고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는 더 가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숙소를 정할 때 아이들 방도 따로 있고 각자의 책상이 갖추어져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햇살이 뜨거운 낮에는 집에서 공부를 좀 하거나 독서를 하고 해가 지면 관광을 조금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도 일주일의 시간이 있듯이 우리도 일주일의 시간이 있으니 해가 진 오후에 잠깐씩 나간다고 해서 결코 관광 시간이 적을 것 같진 않았다. 공유 숙소 앱에서 바다 근처의 숙소 중 방도 넉넉하고 책상이 방마다 있는 곳을 찾아냈는데 그곳이 바로 거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