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첫 부산여행
우리 아이들이 4살 때다. 친정 식구들과 아이들과 함께 부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차에 6명이 타고 이동했다. 아직 아이들의 덩치가 작아서 가능했다. 아이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 계획을 촘촘하게 세웠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리니 변수가 많이 생겼다. 시간은 계획한 것보다 지체되었고 모두들 빨리 지쳐서 힘들어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해양박물관이다. 물속의 물고기를 보며 즐거워할 것이라 상상했는데 아니었다. 첫째 아이는 물고기를 무서워했고 둘째 아이는 물고기 구경보다는 에스컬레이터 타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았다.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첫째 아이를 데리고 조금 작은 물고기가 있는 곳으로 찾아다녔고, 나와 동생은 둘째 아이와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뱅뱅 돌며 오르락 내리락을 했다. 그다음은 국제 시장에 가서 상점들을 구경하고 맛있는 간식도 먹는 계획이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사람들에게 밀려서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잃어버릴까 걱정부터 되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빠져나왔다. 내가 텔레비전으로 본 것은 평일 오전이었나? 이렇게 골목 가득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었다면 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은 자갈치 시장에 가서 구경을 하고 숙소에 가서 먹을 회를 떠서 가는 것이었다. 시장도 주차장도 어느 곳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서 주차가 어려우니 회를 사 오면 데리러 오시겠다고 했다. 해양 박물관 보다 자갈치 시장에서 아이들이 더 물고기에 관심을 가져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회를 사고 아버지께 전화를 하니 시장 입구에 차가 있다고 해서 갔다. 거기에 아버지께서는 어떤 아주머니와 싸우고 있었다. 거칠게 욕을 하시며 가게 앞에 차를 세워둔 아버지께 핏대를 세우고 계셨다. 우리 가족에게는 순하시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지 않는 아버지도 같이 언성을 높이고 계셨다. 아버지께서는 주차할 곳은 없고 식구들이 나오고 있으니 잠시만 대고 있으면 안 되는 거냐고 하셨고, 아주머니는 아버지 차가 입구를 막고 있어서 손님이 가게에 못 들어온다고 하셨다.
서로 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자 내가 아주머니께 잘못했다고 먼저 사과를 했다. 차는 입구를 막고 있지도 않았고 사람들 다니기에도 충분했지만 다른 상인들까지 와서 싸움을 거들려고 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지역에서 와서 잘 몰랐다고 하면서 우리가 위치를 잘 몰라 늦었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께 큰 소리를 낸 것 같다. 손자들도 보고 있으니 그만하시고 얼른 가자고 말이다. 내가 아버지께 큰소리로 말하니 아주머니도 조금 주춤하셨다. 계속 사과를 하면서 시장을 빠져나왔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서 다른 사람과 싸우는 모습을 종종 봐왔던 터라 부끄럽다 하시며 고개만 절레절레하셨다. 우리는 숙소에 가서 저녁을 먹고 나는 회를 안주삼아 술을 한잔 하시는 아버지께 큰소리내서 죄송했다고 했다. 아버지께서는 벌써 다 잊으셨는지 내가 싸움을 말린 걸 잘했다고 해 주셨다. 손자들 앞에서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어른답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술을 마시며 여행을 즐기셨다.
다음날 여행의 마지막으로 용궁사에 갔다. 용궁사의 구불구불한 길도 멋있었고 바다가 보이는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다. 부모님들도 여기에 몇 번 와봤지만 볼 때마다 좋다고 하셨고 처음 온 아이들도 즐거워 보였다. 바다 절벽가까이에 이렇게 절을 지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곳을 오지 않았다면 부산 여행은 안 좋은 추억이었을 것이다. 반짝이는 윤슬을 볼 수 있는 용궁사는 어제의 힘들고 안 좋았던 일들을 다 잊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좋은 추억이었길 바라며 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