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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그 갈림길에는 큰 밤나무가 한그루 있다. 이곳에선 아버지와 함께 왔을 때 의식처럼 하는 것이 있다. 땅에는 바람에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연녹색의 밤송이들 있다. 아버지께서는 밤송이 하나를 양발로 고정시키고 바깥쪽으로 힘을 주면 밤송이 껍질이 벗겨진다. 밤송이 안에는 아직 익지 않은 연두색의 밤알이 나타난다. 우리는 밤알이 두 개인 것도 보았고 세 개인 것도 보면서 신기해하곤 했다. 내가 이제는 이 의식을 사촌 동생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땅에 밤송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온 끈이 긴 가방을 휘둘러 밤나무 가장 낮은 곳에 달린 밤송이 하나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는 동생들 앞에서 아버지가 하신 방법대로 밤송이를 깠다. 동생들이 즐거워하며 밤을 가져가서 먹자고 했다. 하지만 아직 안 익었다고 먹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무척 아쉬워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계속 걸어 두 번째 갈림길을 만났다. 여기에는 작은 우물터가 있다. 지금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마셨을 거라 짐작된다. 마을 입구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다면 분명 이쯤에서 목이 많이 말랐을 것 같다. 이 우물을 남자 사촌 동생이 들여다보고 싶어 했다. 나는 무서워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위험하다고 타이르며 바로 보이는 할머니 댁으로 어서 가자고 했다.
할머니 댁은 어린 내 눈에도 상당이 큰 집이다. 마을 입구부터 할머니 댁까지 걸어오면서 이 집만큼 큰 집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예전 할아버지 댁이 이곳 유지로 땅도 많고 부자였다고 하셨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큰 씀씀이에 재산이 다 없어졌다고 하시며 안타까워하셨다.
대문 안에 큰 마당에는 깨를 심어서 마당이 초록빛이다. 대문 입구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작은 방이 있고 아궁이가 있는 작은 부엌 그리고 또 옆에는 소를 키우는 공간이 있다. 집안에 외양간이 두 군데나 있지만 더 이상 소는 키우지 않는다. 정면에는 큰 마루가 중간에 있고 양쪽에 방이 있는 기와집이 있다. 그리고 기와집 왼편으로 부엌과 기와집보다 키가 더 큰 감나무가 있고, 그 앞에는 역시 더 이상 쓰지 않는 작은 우물이 있다. 그리고 할머니가 우리를 보고서 다가오신다. 할머니와 잠시 쉬고 다시 우리의 여행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