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친구들이 회계사, 고시 등을 공부할 때 ‘CFA를 따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은행원 시절, 범이와 같이 주말 시간을 쪼개 시청에 있는 학원에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듣기도 하고, 당당히 1차에 불합격하기도 했다.
대학원에서는 직업적(?)인 필요성을 느꼈는지 좀 더 공부했고, 회사에 입사한 시점에는 1차를 합격하고 2차를 준비중이었다.
먼저 CFA를 합격하고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던 친구 커트는 “MJ, level 2는 투입시간과의 싸움이야. 절대 공부량이 중요하지.”
라며 뼈때리는 조언을 날려줬다. 매일 퇴근하고 저녁 시간에 3시간, 주말에는 거의 12시간을 공부했다. Equty(주식)와 Fixed Income(채권)의
가치평가는 정말 문제만 봐도 공학용 계산기를 두드릴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해 6월 level 2를 합격했다.
결혼을 하고, 첫째가 태어나는 등등 화살같이 시간이 흘렀고, 2년 뒤 다시금 몸과 마음을 재편해 level 3를 마침내 합격하고, CFA가 되었다.
나는 무언가 대단한 걸 이룬 것 같았지만, 자격증 수당 조금이 나올 뿐 바뀐 것은 없었다. 그 때 CFA 커트가 이 책을 권해줬다.
팻 도시라고 하는 CFA가 쓴 ‘경제적 해자’라는 책. 지금은 제도가 바뀌었지만 당시 회사에서는 연간 책 몇 권을 사는 비용을 지원해주었기에 이 책을
거실 서재에 갖게 되었다. 해자는 중세 시대 유럽의 성에 적들이 바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물길이다. 경제적 해자는 이 해자의 개념을 기업으로 바꿔
해석한 개념이다. 즉, 어떤 기업이 강한 경쟁력을 만들고 유지하여 오랫동안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무언가..를 경제적 해자라고 표현한다.
사실 이 책은 그 동안 3~4번 정도 읽은 것 같다. 읽던 다른 책에서 경제적 해자를 언급하거나, 혹은 특정 기업의 주가가 급변동할 때 경제적 해자가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경제적 해자가 실효성이 떨어진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나도 CFA인데, 이 정도 개념은 이제 내재화되었겠지.’라는
거만한 마음으로 늘 책을 폈지만, 신기하게도 읽을 때마다 메모하거나 줄을 긋고 다시 보게 되는 부분이 다른 걸 보면 아직 내공이 한참 부족한가 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24년 새해 다짐 중 하나로 주식투자하는 마인드를 다시 세팅하고, 하나씩 단계를 밟아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러번 읽었던 책이라 금방 끝날 줄 알았건만, 이상하게도 진도가 잘 안 나간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개념들에서부터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무너지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한 이익을 주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해자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무형자산
- 브랜드 : 좋은 브랜드 네임 덕에 돈을 더 벌게 되는지가 핵심이다.
~ 티파니의 다이아몬드에는 타사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그 브랜드를 소유하려 하지만, 코카콜라에 펩시콜라보다 엄청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즉, 티파니는 브랜드 가치에 따른 해자가 있고, 코카콜라는 없다 (단순히 코카콜라가 펩시보다 많이 팔리기 때문에 해자가 있는 건 아니다)
- 특허 : 적은 수의 특허 상품에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회사는 주의해야 하며, 특허는 회사가 혁심을 계속 이어가리라는 확신이 있고, 다양한 특허를 보유한 경우
해자로서 기능을 한다 (예, 머크나 3M)
- 법률의 지배(라이선스) : 채권평가회사처럼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독점회사처럼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회사가 해자가 있다.
(저자가 좋아하는 또 다른 유형의 회사는 쓰레기 처리회사나 골재회사같은 님비 회사이다)
2) 전환비용 : 바꾸었을 때 얻는 이익이 바꾸는 비용보다 작을 때 전환비용이 발생한다.
-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사업모델은 ‘은행’이다. 거래은행을 하나 바꾸는 것은 그에 연계된 수많은 결제계좌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잘 안하게 된다고…
- (국내에서 생각나는 또 다른 사례는) 더존비즈온 같은 기업 세무회계 프로그램이다. 특성화고 교육부터, 자격증 시험까지 더존의 소프트웨어를 쓰기 때문에
뒤늦게 더 경쟁력있는 다른 회사가 나타났다고 해서 쉽게 시장을 점유하기 어렵다.
3) 네트워크 효과 : 튼튼한 네트워크는 독과점을 만든다.
- 사용자 수가 더 많을수록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더 증가한다. (미국의 예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는 수많은 가맹점을 보유하기 때문에 해자가 있고,
월마트의 경우는 ‘가격’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따른 해자는 없다.
- MS의 윈도우나 MS 오피스가 절대적인 최고의 것이라 할 수 없지만, 좋든 싫든 이미 전세계 지식 근로자들의 공용어가 되었다.
- 또다른 예로 웨스턴 유니온이라고 하는 외화송금시스템.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적 인프라에 기인한 강력한 해자가 있다.
4) 원가우위 : 가격은 변하지 않는 경쟁력이다.
- 저비용 프로세스 : 델(유통업체 줄이고 직접판매, PC주문 제작), 사우스웨스트 항공(한종류 제트기만 사용, 비용 최소화)
—> 상황이 바뀌거나 경쟁자가 동일한 프로세스를 복제할 수 있다면 저비용 프로세스는 가장 먼저 공격받을 수 있다.
- 유리한 위치 : 시멘트 공장 (도심의 시멘트 수요지에 가까워야 하기 때문에 도심에 공장이 있다), 폐기물처리업체 (매립지 근처)
- 고유한 자산 : 독점적이고 매우 유리한 자원 자산에 대한 높은 접근성(유전 등)
- 규모의 경제 : 회사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경쟁사와 비교한 상대적인 크기가 중요하다. 고정비용이 변동비용보다 비중이 높아야 한다.
고정비용의 비중이 높으면 매출이 증가할 시 이익의 증가폭이 커지기 때문에 유리하다.
슈퍼 CEO에 대해서는 저자도 워런 버핏처럼 중요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회사의 경쟁력은 장기적이며 구조적인 사업의 특성 때문이며,
경영자들의 능력은 제한적으로 미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 베스트바이 등과 같이 엄청나게 경쟁이 심한 산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CEO의 역량들은 뉴스를 도배하기 때문에 기억하기 쉽고 이를 해자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기업이 갖는
구조적인 경쟁력이다.
매번 그렇게 느껴지지만, 인터넷이 발달되고 재무정보도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경제적 해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시장에 숨어 있는 ‘다이아몬드’같은 종목들이 잘 보이질 않는다. 다른 한 편으로는 책에서 언급한 것같은 완벽한 해자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점점
드물어진다는 표현도 맞을 거 같다. 다만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은 …
1) 해자를 가지고 있어서 가격도 높은 주식이, 해자가 무너지지 않는 특별한 이유로 가격이 급락할 때 매수하는 것
- 2007-8년 슈퍼 상승 사이클에 코스닥 2위까지 올라갔던 태웅. 조선, 풍력발전 등에 필수적인 단조회사라 그 사이클에 급상승했고,
조선업 하락기, 풍력발전의 소외 속에 유사한 단조회사들이 모두 망해버린 상황까지 되었고, 최근 조선업의 턴어라운드와 본격적인
해상풍력발전(미국/유럽)등의 수주에 따라 바닥에서 올라올 때 아닌가 싶다. (투자추천은 절대 아님). 끝.
#라라크루 #라이트 라이팅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