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엠제이유니버스 Jul 12. 2024

아 왜 이리 공감이 되나...

힘을 내요 슈퍼파월 !!

분리수거일이다. 박스에 종이를 모으고, 플라스틱, 비닐 등 한 짐을 들고 나가 분리수거장에 비운다.

무언가 어떤 이유로 우리를 설레게 했던 택배상자 안의 플라스틱, 비닐 포장지 등과도 안녕이다.

분리수거를 끝내고 잠시나마 서늘해진 바람을 맞는다. 그리고는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1층엔 노부부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계신다. 할아버지의 한 손에는 깨끗한 스티로폼 박스가 하나 있다.

왠지 저 안에 흙을 넣고 작은 식물을 기르시려는 거 아닌가 싶다. (묻지는 않았다)


"아고, 엘리베이터 안은 시원하네."


에어컨이 켜져있는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며 할아버지가 얘기하신다. 할머니는 대꾸가 없으시다.

엘리베이터 안 모니터안에 TV 광고가 이어진다. 할아버지가 또 얘기하신다.


"오... 저 사람이 전지현이야 전지현. 이야 예전에는 정말 어렸는데..."

역시나 할머니는 대꾸가 없으시다. 그러더니 한마디 툭 내뱉으신다.


"아고, 깨끗한 줄 알았더니 안에 물기가 좀 있네. 얼른 가서 씻어야겠네."


할머니에게 무언가 공감을 원하셨던 할아버지. 스티로폼 박스와 관련된 일에만 집중하시는 할머니..



다시금 현실로 돌아온 나의 모습과도 비슷해서 그런지 너무 공감이 됐다. 무언가 그 날 하루가 힘들었음을 그냥 공감해주거나 때론 맥주 한 잔 같이 하며 대화나 산책하기를 바라는 나. 늘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아내...그런 아내가 머물다 간 공간에는 갤럭시버즈 한쪽, 탄산수 빈 통, 과일의 흔적 등이 있어 나는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는 알 길 없다.

                          

할아버지, 대공감의 그 날까지 화이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의 나쁜 습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