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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Jul 17. 2024

도움은 손길은 의외의 곳에서..

까마귀를 만난 아침에...

비가 올듯 말듯 하늘은 잔뜩 찌뿌려 있는 아침 출근길이었다. 상가 앞 분리수거장 근처에 까마귀 세 마리가 푸드덕 거린다. 무언가 먹을 게 있는지 두 마리는 짝을 이루고 있고 다가가는 한마리에 공격성을 보인다. 걸어서 지나가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 쳐다봤다. 만년필에 끼워씀직한 검은 깃털도 몇 개 떨어졌다. 까마귀들의 아침 결투를 목도하고 돌아서는 길에 '아.. 까치를 보면 행운이고 까마귀가 불운이었던가?'


'아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까마귀를 보아도 행운이 오는건가?' 라고 생각하며 에어컨이 시원한 지하철에 올랐다. 더운 기운이 사라지자 찾아야만 하는 것이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전자사전. 학창시절, 부모님들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나씩 장만해주신 그 전자사전. 스마트폰 등장으로 이제는 사라져버린 그 전자사전 말이다. 쇼핑몰 검색을 하니 가격대가 미쳤고, 당*마켓에 검색을 해보니 왠걸 거래내역이 있지만 당장 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평소 정리를 잘하고, 물건도 잘 관리할 것 같은 친구들 몇에게 물어봤다.

"전자사전? 요즘 스마트폰 쓰지 누가 전자사전쓰냐?"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시대에 전자사전은 희귀한 물건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들 단톡방 두어곳에 더 올렸다. "혹시 전자사전 갖고 있는 사람?" 이라고...




"오, 엠제이, 이런 거 말하는 거냐?"

Y였다. 대기업을 다니다 용감히 퇴사를 하고 전업으로 투자를 하는 Y. 대학교 시절에는 가끔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서로의 경조사를 잘 챙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까운 친구라고 부르긴 어려운 Y. 언젠가 책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소개팅을 성공시키고 결혼까지 맺어준 사람이나 어려운 일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아주 가까운 지인들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 거리가 있는 지인이었다는 내용이다. 나에게 전자사전을 구해준 Y도  그러하다.


Y는 작동상태까지 확인하고, 매우 꼼꼼하게 잘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주었다. 무사히 전자사전이 필요한 미션을 달성하고, 다음날 출근길에 상가앞을 지났다. 그 날은 까마귀는 없었지만 역시 까마귀가 불운의 상징만은 아니었구나 싶다.


나도 누군가가 나를 평소에 그리워하고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겠지만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럭키비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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