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시 여행가고 싶은 그 곳, 아이슬란드의 오로라와 비크해변이 서피스 모니터에 늘 있다.
아이슬란드의 그 찬바람과 야생(?)스러운 외계에 온 것 같은 그 느낌. 꼭 다시금 가보고 싶으나, 현실 속의 난
하루 휴가를 쓰는 것도 쉽지 않다.
티백이 넣어져있는 종이컵. 감기기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따뜻한 차를 하루 서너잔은 마신다. 커피 대신 마시는 따뜻한 차는 늘 옳다. 그리고 그 옆의 커피가 반쯤 남은 종이컵. 출근하자 마자 급하게 상의할 것이 있다는 동료와 회사 칸틴에서 만났다. 스몰톡도 오랜만에 나누고 서로 해결하지 못한 업무 이야기를 하다 자리로 돌아왔다. 이 문제는 또 어떻게 풀어야 하나 싶다.
** 늘 책상 위에 머그잔이 있음에도 종이컵을 쓰게 되다니 ㅠ (환경파괴범이 따로 없다) **
컵들 사이에 보이는 반쯤 입을 벌린 봉투는 견과류이다. 365일 다이어터이지만 늘 배가 고프기 때문에 칼로리는 적고 살도 덜 찌는 음식을 아침에는 섭취한다. 그릭요거트나 샐러드, 구운 계란 한 알을 아침으로 주로 먹고 배가 고파지는 10시반쯤 견과류 하나를 먹는다. 목표를 뚜렷하게 가진 히딩크와 같은 I'm still hungry 여야 하나 나는 그냥 배가 고플 뿐이다. 그리고 안구건조가 늘 있는 눈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한 인공눈물도 하나 열려있다.
컵들 앞에는 하루에 수십번을 들고 돌리는 4색 볼펜이 있다. 늘상 회의가 많기 때문에 저 볼펜을 들고 수첩에 이거 저거 메모해놓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그리고 볼펜 옆엔 기능의 10% 정도만 쓰고 있는 계산기. CFA 공부할 때, 재무수업 들을 때, 회계수업 들을 때 매우 유용했던 재무용 계산기 (Texas Instrument 가 좋은 회사인 줄 알았다면 계산기 대신 그 주식을 살 걸 그랬다) 그랬던 계산기가 지금은 더하기 빼기, %, 조금 더 하면 몇 제곱 정도의 계산을 충실히 해준다.
비는 내리고 무언가 정신없는 금요일인데, Big Big 보스는 우리가 바쁜 건 안중에도 없는지 연거푸 order 가 내려온다. 맘이 많이 급했는지 내 자리로 직접 찾아와 서서 order를 내리고, 일어서다 보니 이 사진같은 모습이 보였다. 보스는 이어서 더 이야기를 했지만 내 마음은 서피스 속 아이슬란드에게 뺏겨 버렸다. 아이슬란드로 떠....나고 싶....다..... 는 생각과 함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배경이었던 그 곳. 하루는 은회색 머드를 잔뜩 품은 블루라군이라는 곳에서 온천을 하고, 하루는 엄청난 폭포와 화산의 영향으로 땅에서 물을 뿜어대는 곳을 구경하고, 하루는 빙하 속을 투어하고, 하루는 빙하 사이를 배를 타고 여행하는 그 곳. 섬을 둘러 있는 링로드가 있고, SUV 이상은 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 랜드 마날루가라는 섬의 한가운데로 가는 길은 화성에 온 것만 같고, 먼지 날리는 오프로드와 물이 흐르는 얕은 계곡길 등을 건너면 도착하는 랜드 마날루가라는 곳에는 캠핑장과 트래킹 루트가 있는 그 곳. 일주일이 뭐야, 한 달 내내 돌아다녀도 놀라움만 전해줄 것같은 그 곳, 그곳으로 다시금 가고 싶다.
십여년 전 그 곳을 여행갔을 때, 초원을 뛰어다니는 말들을 품고 있고, 매서운 추위와 바람에 어울리지 않는 아기자기한 통나무집에서 하루를 머물렀었다. '아, 이렇게 인터넷도 잘 되는 곳이라면 은퇴 후 돈을 챙겨와서 주식으로 투자하면서 적당히 돈을 벌고 아이슬란드 한인민박을 해도 좋겠군.' 이라는 철없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월급'이라는 직장인의 달콤한 사약을 매달 받아먹는 지금, 아이슬란드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