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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Sep 20. 2023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걸까?

직장생활 만렙되기... 

간만에 점심약속은 없고, 비는 내린다. 도시락을 사서 얼른 먹고 책을 읽거나 좀 쉬면 좋을 거 같은 날씨다. 

코로나 때 회사 출근하면 많이 시켜먹었던 도시락집에 전화로 주문을 하고 11시40분쯤 찾으러 갔다. 

빵도 맛있고, 샌드위치도 맛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안 시켜먹는 치킨 필라프도 맛있는 그 곳. 


우산을 들고 점심약속으로 가는 회사동료들을 지나쳐 도시락집으로 간다. 반대편에서 한 아저씨가 걸어오더니 나보다 몇 걸음 앞 도시락집으로 들어간다. 


둘이 거의 동시에 카운터 앞에 섰다. '앗. 이미 전화주문하고 왔으니 그냥 결재하고 받아만 가면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린다. 


"네? 손님... 뭐라구요?"


손님에게 왜 직원의 언성이 높아졌을까 궁금해졌다. 비가 오는 날씨 때문인가 라고 속단한다.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보며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웅얼 웅얼.."


"네? 클럽 샌드위치 포장이요?" 


끄덕끄덕


'아 조용한 성격의 분이시구나. 나도 빨리 결재하고 내 밥 찾아가자.' 라고 생각하는데... 

비켜서지 않는 아저씨. 또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웅얼 웅얼..."


"아.. 식사 스탬프(하나 먹으면 하나씩 찍어주는) 달라구요?!" 

웅얼웅얼을 용케 알아듣는 직원이 대단하다.




후다닥 내 도시락을 결재하고 점심을 먹는데 어제 일이 생각이 났다. 

나와 Boss는 어제... 모 영업팀과 24년 사업계획 목표를 협의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 팀은 경영진부터 모두 이해하고 있는 어떤 사정으로 2년 연속 실적이 안 좋은 상태였다. 


그래서였을까? 아이스브레이킹이나 스몰톡도..원활하지 않고 모두 이 미팅이 빨리, 그리고 서로가 

원하는 바를 얻어 종료되기를 바랬다. 


팀의 요청사항은 지금 수립한 안이 그들의 실현가능한 마지노선이라는 것이었고, 내년 목표가 과하지 않아야 

팀 분위기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Boss도 그런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목표와는 괴리가 있어 난감한 상황이었다. 

변죽을 울리고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는 정도의 이야기가 15분 이상 진행되었을 무렵,

Boss가 내게 고개를 돌리고 말을 건넸다. 


"엠제이, 어떻게 할까?"


"우선은 현재 팀안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목표는 조금 더 높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수치를 구체적으로 제안드리기 어려우나 팀에서 목표를 상향 수정해서 제시주시면 어떨까요?"


"아..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까지 재검토하고 회신드리겠...습니다."


라고 미팅을 마무리하며 돌아오며 Boss에게 물었다. 


"Boss, 아까 그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는 게 좋았을까요?"


"음... 내가 니 자리였어도 그 정도 수준으로 얘기했을 거 같긴 해. 돈버느라 애쓰는 팀 사기도 신경써야 하고, 전체 목표도 생각해야 하고... 너도 고생이 많다."



도시락 가게의 아저씨와 불편한 미팅에서의 나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했을까? 

삶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피엔딩의 연속일 수만은 없기에,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나이를 먹어가고 직급이 높아지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의 유연함이 생기는 거 아닐까? 


[한 줄 요약 : 슬기롭게 나이먹고 지혜롭게 말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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