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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Dec 08. 2023

산을 오르며 배우는 것들...

왜 기록을 재며 운동해야 하는지

도봉산의 여파가 아직 몸 여기저기 남아 있다. 안 쓰다 쓴 다리 근육들은 아우성이고 무릎도 오랜만의 산행에 힘들었나 보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도 그렇다. 


"엠제이, 난 요새 10여년쯤 뒤 은퇴하고 하고 싶은 게 생겼다."

"빅브로, 한국지사 대표 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 회사 관련된 거 말고... 내 인생에 대해서 말이야."


거친 오르막을 심장 터지게 오르고 난 뒤 내려오는 길에 빅 브로가 말을 던졌다. 


"어떤 계획이예요? 물론 빅브로가 자신있고 잘하는 거겠죠?"

"응응 맞아. 난 외국 관광객들과 한옥 펜션으로 Cash Flow를 만들꺼야."

"한옥펜션이요?"

"은퇴할 즈음의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봤어. 영어, 요리 그리고 이벤트였어.

 내 영어실력이야 니가 더 잘 알 것이고, 요리는 지금도 좋아하지만 이왕이면 한식 조리사를 딸거야. 그리고 이벤트는 지금도 회사 다니면서 세미나나 각종 이벤트들 많이 진행하니 10년이면 경험이 더 쌓이겠지. 결론적으로 한옥펜션을 내 취향대로 만들어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양질의 숙박과 한식을 제공하고, 쿠킹클래스나 서울투어, 등산투어 이런 걸 해주는거지. 어떤 식으로든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차별점이 있게 말이야. 그리고 이게 일종의 사업모델이자 Cash Flow가 되는거지."

"와, 전 생각지도 못한 대반전인대요."

"궁극적으로 내 목표는 회사 퇴직 & 연금 외에 저 사업아이템으로 월 1,000만원의 순 Cash Flow 시스템을 만드는 거지. 그걸 만들려면 회사에서 더욱 영어와 각종 이벤트를 열심히 하고, 요리에도 진심일 수 있겠지."



같이 수영을 하는 분들은 나빼고 모두 철인3종을 하시는 분들이다. 2시간씩 자유형을 해도 숨 한 번 헐떡이지 않는 강철체력들. 달리기를 이미 정복한 분들이 이제는 수영을 정복하러 온 것이다. 

"1.5키로에 22분이 목표예요." "전 3.8키로 1시간 목표입니다."  

(상식적으로 1.5키로를 22분에 주파하려면, 25미터 레인 30바퀴를 1,320초에 수영해야 하고, 그러려면 25미터를 22초에 주파해야 한다. 즉 1.5키로 22분이면 22초, 25분이면 25초 이런 식이다) 


늘 웃는 얼굴의 강철체력 코치님이 내게도 묻는다.

"그런데, 엠제이님의 기록 목표는 몇 이예요?" 

"아... 저는 대회기록은 아직 언감생심이구요. 쉬지 않고 1시간 자유형 계속 하는거요? 하하하."


어색한 잠시간의 침묵과 "그래요. 엠제이님, 여튼 내년 2월 대회는 같이 나가봐요."



원래 피곤한데, 어제 등산까지 해서 더욱 피곤한 월요일 새벽. 날이 추워 수영장에 걸어가며 위의 두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아, 이래서 내가 발전이 없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목표를 숫자로 안 가지고 있으니 뭔들 애를 쓰면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사그라든다. 1.5키로를 24분에 완영하겠다는 한 사람은 첫 대회에서 30분을 끊고, 두번째 대회에 28분대까지 올라갔고 이번에 25분의 벽도 깼다고 한다. 목표가 결과를 이끌어준 셈이다. 


원래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지만 빅브로가 출퇴근하며 블룸버그로 영어 공부하고, 주말에는 요리를 치열하게 하는 이유 역시 그의 목표와 연결되어 있다. 퇴직금 외 월 현금흐름 1,000만원. 


'아 그냥 수영 평생 취미로 가져가는 건데, 기록이 뭣이 중한디? 그냥 안 다치고 편안한 영법으로 가볍게 오래 수영하면 돼지.'

'뭐 회사 다니는 동안 퇴직연금 엄청 때려붓고, 월급 차곡차곡 잘 모으면, 뭐 연금받을 때 월 4-5백 정도 될 텐데 그럼 그냥 놀아도 되지 않겠어?'


그 결과 나의 수영은 치고 나가지 않는 무난하고 편해 보이는 자유형. 나의 투자는 잃지 않는 투자이며 도토리 모으는 다람쥐처럼 모아가는 타입이다. 목표는 없고 말이다



해마다 12월 초가 되면 내년 달력과 다이어리가 제공된다. 거래처에서도 자기들이 만든 다이어리를 선물로 보내기도 한다. 회사용 하나, 개인용 하나 다이어리를 챙겨둔다. 개인용 다이어리에는 한 해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와 그 목표를 위해 매일 매일 해야 하는 루틴들을 적고 행동한다. 23년의 루틴에는 '편안한 자유형으로 쉬지 않고 오래 오래 수영하기'로 되어 있고, 일주일에 3~5일 그 루틴을 꾸준히 해왔다. 24년에는 '자유형 1.5키로 24분'을 적을까 말까 고민중이다. 목표가 뚜렷하면 분명히 더 치열하게 생활하겠지만, 즐거워야 할 나의 수영이 의무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기 때문이다. 


안해보고 고민만 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일단 해보고 나서 생각해보련다. 발차기도 호흡조절도 지금보다 더 해야겠지만 그래도 1.5키로 끝나고 터치패드 찍었을 때 진정 짜릿하지 않을까? 


P.S.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23년에는 없던 글쓰기 루틴도 넣을 생각이다. 좋은 크루님들을 만나 좋은 영향을 받은만큼 글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길을 찾아보고 싶다. 글쓰기에는 어떤 목표와 루틴을 넣어야 하는 걸까? 


[한줄요약] 오랫동안 꿈을 믿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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