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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이 Dec 29. 2023

카인 콤플렉스

출생 순서가 성격에 미치는 영향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것이다"

                                                     - 영화《에덴의 동쪽》중에서 -

         





 창세기 4장에 카인과 아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담과 이브의 자식인 카인과 아벨은 신에게 각각 곡물과 고기를 바친다. 하지만 신은 아벨의 제물만 받고 카인의 제물은 거부했다. 분노한 카인은 동생 아벨을 목 졸라 죽이고 남은 생을 후회로 보낸다. 성경에서는 카인을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묘사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형제에게 느끼는 질투심을 "카인 콤플렉스(Cain Complex)"라고 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형제는 자신의 유전자 절반을 공유하는 복사본이지만 경쟁자이기도 하다. 돌봄과 배려의 대상이면서, 부모의 투자와 애정을 놓고 다투는 라이벌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시기에 형제는 틈만 나면 죽일 듯이 싸운다. 유기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번식 적합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근거해, 출생 순서가 성격이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 제기되었다.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 다르게 투자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한 첫째가 기회비용이 더 크고, 생존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결국 형제는 서로 다른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선, 첫째는 둘째보다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더 크고 힘이 세다. 똑똑하고 경험도 많아서 부모를 도와줄 수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확률이 높은 자식은 첫째다. 자연스럽게 부모는 첫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게 되고,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자원뿐 아니라, 신념과 가치관까지 자식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것이다. 첫째가 유산의 대부분을 물려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의 신념이나 행동 양식, 자원을 그대로 물려받은 첫째는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부모의 입장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그에 반해, 어린 형제는 어쩔 수 없이 첫째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출발점부터 뒤처진 막내는 다른 전략을 고수한다. 권위에 저항하고, 독창적이고 자유로우며,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니게 된다.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자신을 타인에게 투영하면서 높은 공감능력을 가지거나, 급진적인 이데올로기를 추구하기도 한다. 


 이는 다윈이 분화의 원리(principle of divergence)라 부르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적응 방산(Adaptive radiation)이라고도 부르는 진화 이론에 따르면, 서로 다른 두 종은 같은 생태적 환경 내에서 공존할 수 없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공존하려면 경쟁을 피해야 하고, 각자 다른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갈라파고스의 핀치새가 좋은 예다. 핀치는 먹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부리 크기가 다양해지도록 분화했다. 부리가 크고 뭉뚝한 핀치새는 질기고 큰 열매만 먹고, 뾰족한 부리를 가진 핀치는 작은 열매만 먹는 것이다. 그럼 자원을 놓고 투쟁하다가 공멸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형제 또한 출생 순서별로 서로 다른 관심사를 추구하는 적응 방산을 경험한다. 그에 따라, 개방성이라는 성격 요인이 달라지게 된다. 개방성은 낯선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의미하는데,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가치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첫째는 질서 있고 안정된 삶을 산다. 권위적이며 보수적이다. 야망이 있고 성실하며, 사회의 규범과 관습에 순응적이다. 동생에게 뺏겼던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되찾아와야 했던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남는다. 강한 성취욕을 지니며, 재산이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불안을 느끼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면 둘째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따라서 반항적이고 위험을 즐기는 성향을 지닌다. 약자의 고통에 관심을 지니며, 평등주의적이다. 사회 변화나 개혁을 지지한다. 겸손하며 갈등을 싫어하지만 도전을 즐긴다. 통계에 의하면, 후순위 출생자는 진화론이나 지동설 같이 당대에 급진적인 사상을 받아들일 확률이 훨씬 높았다. 또한 첫째가 안락한 여행을 즐기는 데 비해 둘째는 오지 여행을 떠날 확률이 더 높았다. 


 물론 출생 순서가 성격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기란 불가능하며, 근거도 빈약하다.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고, 양육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부모의 사랑이 아이에게 전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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