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지위를 위해 투쟁하는 테스토스테론

by 교양이




테스토스테론



도파민은 진보주의자를 만들어 낸다. 그럼 보수주의자를 만드는 호르몬은 무엇일까. 진보주의자와는 달리, 무엇이 보수주의자를 만들어 내는지는 확실히 알려진 게 없다. 물론 보수적 성향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호르몬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도파민과 진보주의처럼 직접적으로 관계가 밝혀진 호르몬은 아직 없다. 정치 성향과 유전적 요인과의 관계, 그중에서도 호르몬과의 관련성은 아직 연구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보수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호르몬들이 있다. 나의 뇌피셜은 아니고, 실험을 통해 학자들이 조심스럽게 추측한 결과에 기반해 해석한 결과다.


앞서 나는 보수주의의 뇌 구조와 성향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보수주의는 두려움과 불안을 만들어내는 편도체가 더 크기 때문에 손실 혐오가 크고, 새롭고 낯선 것들을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인식한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는 변화를 거부하고 현상을 유지하려 한다. 5대 성격요인 중 하나인 신경성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에 관해선 이미 말한 바가 있다.


보수주의와 관련 있는 또 하나의 성격 요인은 성실성이다. 성실성은 충동을 절제하고 유혹을 견뎌내는 성격을 말한다. 충동성의 개인차를 알아보기 위해 쥐들에게 코카인을 주입하자, 성실성이 낮은 쥐들과 높은 쥐들의 집단을 관찰할 수 있었다. 성실성이 낮은 쥐들은 충동을 절제하지 못해 먹이도 포기하고 마약이 나오는 레버를 미친 듯이 눌러댄 반면, 성실성이 높은 쥐들은 마약에 더 취할 수 있음에도 어느 순간 레버를 더 누르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중독의 유전적 원인이 더 큰 보상을 갈구하는 도파민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충동을 자제하는 타고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유혹을 견디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게 훨씬 쉽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계발서에서 자신의 노력과 자제심을 성공의 비결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것이다. 뇌 자체가 욕망을 쉽게 견뎌내도록 타고났기 때문이다. 물론 직업적 성공과 성실성은 실제로도 관련성이 크다. 성실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직업과 관계없이 일을 더 잘하고, 더 성공한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동기와 목표를 부여하고 그 목표를 위해 인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도 게으름에게 패배하여 따듯한 이불속에 대피한 동지들은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노력의 천재들과 다르게 태어났을 뿐이다. 게으름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조상님들이 진화시킨 소중한 유산이다. 그 소중한 선물을 내팽개쳐서야 되겠는가.


보수주의자들의 성실성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진보주의자들의 논리적ㆍ추상적 사고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충동을 억제하는 통제 메커니즘을 담당하기도 한다. 건강한 일반인이 도박 실험을 하면 전전두피질과 안와전두 피질 등 전두엽 부분의 신진대사가 활성화되지만, 충동성이 높은 사람과 약물 중독자들은 전두엽 부분의 활성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즉, 성실성은 어떤 목표나 원칙을 위해 즉각적인 보상을 억제하는 전두엽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편도체의 신경성과 전두엽의 성실성이 만나 보수주의의 근원적인 심리인 안정에 대한 욕구가 생겨난다. 그 심리는 무의식적이고 근본적인 인식 체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사회와 문화, 개인의 차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 진보주의자들이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에 이끌리는 것만큼 보수주의들의 안정에 대한 욕구 역시 본능적이다.


따라서 안정을 얻기 위한 구체적인 심리적 특징이 바로 자원을 획득하려는 욕망과 함께 집단에 소속되어 보호받고 인정받으려는 욕구다.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고 느끼기에, 더 많이 가지고 어딘가에 속함으로써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물질적 욕망과 내집단 선호 성향은 우리 모두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보수적 성향이 강할수록, 두 가지 성향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우선 물질적 욕망부터 보자. 보수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이 정글이라고 본다. 보수주의자가 보기에 인간 역시 적자생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깊은 무의식에서 존재하는 두려움과 불안이 세상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당연히 더 많이 가지고, 능력을 쌓고, 위로 더 올라서야 빼앗기고 무시받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보수주의자가 경쟁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익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건 보수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 당연한 것을 진보가 왜 반대하는지 보수는 이해하지 못한다. 진보주의자는 자연의 이치를 인위적으로 바꾸려 든다.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니, 평등이니 연대니 하면서 말이다. 당연히 보수주의자는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진보의 담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의지도 없다. 그러니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강남좌파, 포퓰리즘 같은 것들이다. 서로 간에 세상을 인식하는 체계와 지각 방식의 틀, 즉 프레임이 다르니 벌어지는 일이다.


보수주의자의 세계관에서 삶은 투쟁이다. 그 투쟁 속에서 승리를 쟁취하고 위로 올라서는 것은 도덕적으로 선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과정이 옳다면, 결과는 정당화될 수 있다. 경쟁 속에서 승리한 사람은 도덕적으로 옳은 사람이다. 자제력과 노력을 통해 강해지고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쟁하는 목표가 돈이라면 재벌이 동경받고, 목표가 지위라면 사짜 들어가는 직업이 존경받는다. 목표가 권력이라면, 권력을 쟁취한 사람이 숭배된다. 권력의 영역이 정치권이건, 회사의 사내 정치이건 간에 관계없이 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재벌 총수들이 각종 편법과 불법을 통해 재산을 불리거나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짓을 해도,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하지 않아도, 정치인들이 무능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서열과 위계구조를 당연하게 여기는 결과론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다.


수직적 위계질서에 따라 지배, 서열, 권위주의를 만들어내는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게 더 많이 생성되는데, 테스토스테론은 체격과 키가 성장하는 데 유전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배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만들어낸다. 큰 체격과 지배적인 성격은 서열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높은 지위와 명망은 남성에게 더 많은 번식 기회를 부여한다. 그래서 권력이 세거나 지위가 많은 유명인에게선 섹스 스캔들이 많이 일어난다.



thumb-940ebb1bbc2a282bb6067dbfef6c3ea7_1571012805_712_600x400.jpg 테스토스테론의 중요성

왜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을 많이 분비해 서열 싸움을 하도록 진화했을까? 이는 다윈의 성 선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수렵채집 시대의 남녀는 업무를 분담해 살아갔다. 남성은 얻기는 힘들지만 영양분이 많은 육식을 하기 위해 사냥을 전담했고, 여성은 위험이 적고 안정적이지만 영양분이 적은 과일과 열매를 채집했다. 임신한 여성이 사냥을 하다가 산모와 태아 둘 다 죽는 것보다는 자식들을 돌보거나 열매를 따는 것이 진화적으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짝짓기와 임신할 때의 비용이 여성에게 더 큰 점도 있다.


유성생식을 하는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짝짓기 비용은 암컷에게 크다. 인간은 더 하다. 사람은 신체 대비 머리가 지나치게 커서 여성은 출산 시 난산을 겪고, 산모와 태아 모두 큰 위험부담을 안는다. 긴 임신 기간과 무기력한 유아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 여성은 큰 양육 부담을 치러야 한다. 운 좋게 유아기를 넘겼다 해도 살면서 많은 위험에 마주친다. 태아가 성공적으로 세상에 나와 성인이 되기까지 죽지 않고 성장할 확률을 진화심리학자들이 계산해 본 결과, 과거에는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태어나면 둘 중 하나는 성인이 되어 번식하기 전에 죽는단 소리다.


짝짓기의 비용과 위험 부담은 여성이 훨씬 크고, 남성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다. 남성은 이론적으로 횟수의 제한 없이 짝짓기를 할 수 있다. 여성은 임신의 큰 비용을 상회하기 위해 짝짓기 상대를 신중하게 고른다. 자신과 자식에게 자원과 노력을 투자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남성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성은 남성의 일편단심을 확인하는 심리 기제와 함께 뛰어난 능력과 사회적 지위, 자신만만함과 신체적 강인함을 가진 알파 메일을 선호하는 심리 기제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심리적 애호를 충족시키는 현대의 발명품이 바로 연애 소설, 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같은 장르들이다. 그 매체들에서 무능력하고 소심하고 못생긴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건 못 봤을 거다. 남자 주인공은 모두 잘생겼고(잘생긴 것도 진화적 이점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잘생기면 운동하지 마라. 진짜.), 능력 있고 까칠하지만 내면은 상처 입은 야수 같은 남자다. 나쁜 남자를 나에게만은 다정한 남자로 길들이는 것, 그런 남자의 사랑을 받고 또 확인하려는 심리, 융은 그것을 구원자 콤플렉스로 불렀다.


어쨌든 여성이 우월한 수컷을 선호하는 전략을 택했다면, 남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여성의 전략에 부합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짝짓기 시장에서 선택 우위를 가지는 건 인간과 동물을 막론하고 암컷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은 여성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남성 간 경쟁을 선택하는 전략을 발전시켰다. 따라서 남성은 여성보다 약 30% 이상 체격이 커지게 되었고, 싸움을 잘하거나 그런 위협을 줄 수 있는 능력으로서 체격, 근육량, 남성다움을 선호하는 심리 기제를 발전시키게 되었다. 협동적인 사냥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다툼과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의 여성 역시 남성의 넓은 어깨에 매력을 느끼고, 남성 또한 근육을 키우기 위해 헬스장에서 열심히 쇠질을 한다. 남성들이 하체는 안 하고 상체만 운동하는 이유도, 길거리에서 좀 논다는 형들이 어깨를 잔뜩 펴고 다니는 것도 사실은 자신이 우월한 수컷이라는 점을 어필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테스토스테론이 만들어내는 지배와 서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키는 소득, 직장 내 권한, 계급, 사회적 계층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타인의 지위를 확인하는 단서로 신장을 활용하며, 키가 더 큰 관리자를 더 뛰어난 지도자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체격을 지위의 단서로 활용하고, 체격이 클수록 건강, 지능, 정치적 영향력도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로 확인되었다.


체격이 크면 신체적 다툼이 일어나기 전에 서열 우위를 확인해서 싸움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 싸움이 일어나면 양쪽 모두에게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갈등 상황에서는 체격 차이를 정보로 활용해 결말을 냄으로써 싸움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신체적 위압 성에 기반해 서열 차이가 진짜 발생하는지 의문이 든다면, 헤비급 격투기 선수에게 가서 시비를 걸어보면 된다. 그때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우리의 조상들이 진화시켰던 심리 메커니즘이다. 한 살이 채 되지 않은 유아조차 물리적 크기가 큰 존재가 작은 존재를 이길 거라고 예상하는데, 당신이라고 다를 건 없을 것이다. 결국 신체적 위압성으로 인해 다툼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대개 안정된 서열 관계가 정착된다. 테스토스테론 덕분에 한 덩치 하는 사람은 과거에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자원에 대해 우선적인 접근 권한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5%607.jpg 상대성 떡대이론


테스토스테론은 강함의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강인한 신체를 가진 사람은 지배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진화적으로 유리하다. 실제로 체격이 큰 사람일수록 사회적 계층 차이와 불평등을 선호하고, 부의 재분배 정책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테스토스테론은 턱, 광대, 얼굴 근육이 도드라지게 해 흔히 말하는 남성미 넘치는 얼굴을 만들어내는데, 전쟁 상황에서는 남성적인 얼굴을 가진 지도자를 투표하는 경향이 강했다.


테스토스테론은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은 사회 인식이 낮고 감정 인식 능력이 낮다. 또 상대방과 시선을 잘 마주치지 않고 언어 유창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지배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은 악수를 강하게 하고 개방적이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겐 덜 웃는다. 사람들은 무례하고 규범을 위반하는 사람이 과감하고 권력과 통제력이 있다고 어림짐작하기도 한다.


테스토스테론의 지배적 성향은 지위와 짝짓기의 우위를 차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높은 서열은 번식에 성공하는 것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서열이 높을수록 자원을 독점할 수 있는 능력도 높아지고, 자원을 확보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여성의 짝짓기 선택을 받기가 쉬워진다. 상위 직급ㆍ갱단ㆍ명예훈장 추서자는 혼외정사를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남성들은 서열과 지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낮은 지위에 처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하고, 스스로를 학대하기도 한다.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과 앤 케이스는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미국의 저소득ㆍ저학력 백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죽음의 양상을 절망사라고 규정한다. 미국에서 자살ㆍ약물 중독ㆍ알코올 중독으로 죽는 중년 백인이 2017년 한 해에만 15만 8천 명이나 된다. 표면적으론 개인의 일탈과 중독으로 인한 죽음이지만, 본질적 원인은 사회의 불평등과 경기 침체, 실업, 능력주의와 교육 양극화 등으로 인한 좌절과 스트레스로 인해 백인 남성이 절망적 죽음에 처했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한국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중년 남성의 사망률이 1위에 그 원인이 술 때문인 간암이라는 점에 대해 우리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테스토스테론은 왜 사람들이 지위가 높은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을 우러러보는지, 왜 비용을 감수해가며 자신과 지신이 속한 집단의 지위를 상승시키기 위해 노력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만들어내는 서열과 경쟁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다면, 한국 사회를 보면 된다. 한국 사회는 영어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대학까지 20년 넘게 학업 경쟁에 매몰되고, 중고생 자살 원인의 1위가 학업 스트레스인 유일한 나라다. 어른과 윗사람에 대한 공경이라는 말로 서열 관계를 포장하는 존댓말이 존재하는 유일한 나라기도 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경쟁과 서열을 착실히 학습해온 한국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의 위치를 비교하기 위한 과정의 끝이 명문대, 대기업, 강남, 부동산, 연봉 같은 것들이 아닐까, 그런 씁쓸한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의 지배적 성향을 정치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되는 사람, 더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이 더 높은 지위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해볼 수 있다. 정치계와 경영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성격 검사를 실시한 결과, 그들에게서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적 성향의 조합이 더 많이 나타났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의 운명을 쥐는 정치인들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보수적인 사람은 존중하지만 보수적인 정치인은 의심하는 부분적인 이유다. 권력의 꼭대기에 올라선 보수 정치인일수록 자기중심적이고 지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으며, 그런 정치인이 국민 모두의 안위와 행복에 관심을 가질 확률은 적기 때문이다.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은 우리가 행복을 느끼게 해 주고 우울감과 불안을 줄여주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그 밖에도 사회성과 공격성 등 여러 심리 기능이 작동하도록 통제한다. 우울증 환자는 세로토닌 수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주는 약을 먹는다.


세로토닌이 행복한 감정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세로토닌은 집단에 소속되려는 성향을 증가시킨다. 한 연구에 의하면,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의 사람들은 세로토닌 호르몬과 관련된 유전자가 많다고 한다. 동아시아 국가가 유난히 국가의 힘이 강하고 공동체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세로토닌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연구에서 호주인 1만 3000명의 DNA를 분석한 결과,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및 세로토닌이 보수와 진보의 차이에 큰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 교수는 세로토닌이 보수적인 성향을 만들어 낼 것으로 추측한다. 세로토닌이 만들어내는 행동은 전형적인 보수주의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은 사람은 구체적이고 분명한 것을 좋아하고, 질서와 권위를 중요시한다. 그들 중에선 독실한 종교인이 유난히 많다. 또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은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지위가 낮은 사람은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져 스트레스와 분노에 취약해지고, 병에 더 쉽게 걸린다. 세로토닌 계열의 약물을 투여한 사람은 스스로를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부족주의를 강화하는 호르몬도 있다.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져 자식과 주변인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돌보려는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옥시토신을 투여하자 혈연집단이 아님에도 그들을 신뢰하고 공감하는 성향이 증가헀다. 하지만 그 이타심은 집단 내의 구성원들에게 한정되어 있었다. 옥시토신을 주입받은 네덜란드 남성들을 대상으로 트롤리 딜레마(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것인지 묻는 실험) 실험을 실시하자, 그들은 네덜란드 이름을 한 사람을 더 선호하고 네덜란드인의 목숨을 더 귀하게 여겼다. 심지어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선 다른 집단에 해를 입히려는 성향이 더 증가하기도 했다. 보수주의자가 왜 내집단을 편향하고 외집단을 배척하는지, 왜 보수주의자의 이타심이 지역주의적인 성격을 띠는지를 알려주는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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