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테씨 May 25. 2021

우주가 펼쳐졌다.

육아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한 이유

"이제 얼마 안 남았죠?"

"지금 32주 차니까 약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남았네요"

"이제 곧 지옥이 펼쳐질 겁니다."

"네? 아... 네..."


지옥이 펼쳐질 라니... 놀랍게도 만삭인 내게 두 딸을 가진 어떤 아빠가 조언이랍시고 해 준 망언이다. 임신을 한 순간부터 육아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3  출산을 하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육아가 쉽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결코 지옥은 아니다. 꼭 육아가 아니더라도 난생처음 하는데 잘하는 것이 있었나 생각해보자. 외국어나 운동을 배우는 것도 초급자, 중급자, 고급자의 단계가 있다. 심지어 직장을 다닐 때에도 보통 수습기간이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상담사가 있고 훈련학교의 전문가들도 있다.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걷고 먹기라도 하지 태어나서 혼자 움직이지도 못 하는 생명을 키우는 육아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나에게는 기혼인 친구들보다 미혼인 친구들이 많다.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나는 절대 못해'라고 하는 친구들이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감히 육아가 쉽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상상도 못 할 만큼 황홀하고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에 그런 행복함을 느끼는지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내가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이고, 귀여운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육아의 행복함과 뭉클함의 순간들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육아를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임신한 순간부터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새로운 경험들이 시작된다. 처음 임신 여부를 확인하러 갔을 때, 초음파 상에는 작은 동그라미밖에 없는데도 들렸던 심장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배 속의 아이가 움직이는 모습을 초음파로 확인할 때의 울컥함, 손가락과 발가락의 개수를 확인한 순간의 안도감, 입체 초음파를 찍으려고 예약했는데 얼굴을 안 보여주는 새침데기를 움직이게 하려고 달콤한 초콜릿 우유를 마시고 얼굴 좀 보여달라고 배 속 아이에게 부탁했던 마음 등 정말 다양한 감정을 겪게 되는 것이 육아이다. 특히, '귀여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달을 수 있다. SNS를 하며 접하게 되는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귀여움에 치인다, 심쿵당한다'라는 이미지들은 비할 바가 안 된다.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 싶을 만큼 귀여운 존재가 있다는 것의 깨달음이 육아의 시작이다.




아이를 낳고서 나에게는 우주가 펼쳐졌다.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듯 내 인생에 수많은 추억들이 반짝이고 감성들이 살아났다. 아름답게만 포장되어 있는 출산과 육아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어려움을 말하는 글들은 정말 많다. 그래서 나 하나쯤 어려움과 더불어 사랑스러운 육아 에세이를 써도 되겠다 싶었다. 사실 힘든 이야기를 쓰는 아빠 엄마들도 그 순간뿐이지 금방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안다. 그 숨겨진 따스함들을 적어보고 싶어 졌다.


baby,  출처 <Canva>


매거진의 이전글 끊어져버린 인내심의 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