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한 달 차에 알게 된 인생의 진리
2021.7.30
운동 4주 차 5일째!
드디어 4주 차 마지막 날이다. 4주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달렸다. 어제는 10바퀴씩 3 세트라는 목표를 가지고 힘들게 달렸기 때문에 한 달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뛰기로 했다. 기록에 상관없이 뛰고 싶은 만큼 뛰고 걷고 싶은 만큼 걸으며 한 시간 채우기를 목표로 잡았다. 속도도 빠르게 뛰고 싶으면 빠르게 뛰고 천천히 뛰고 싶으면 천천히 뛰고, 하고 싶은 대로 진짜 즐기는 운동을 해보자는 목표를 잡았다. 그리고 당연히 이뤄냈다. 운동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힘들지만 뿌듯하다는 느낌이 아닌 '신난다, 재미있다'라는 기분을 느끼며 오늘의 운동을 끝냈다. 신기하게도 완전 제멋대로의 운동이었는데 거리기록도, 속도기록도 나의 기준에 나름 만족스러워서 한층 더 기분이 좋은 오늘이다.
오늘 나의 달리기를 함께 한 나이키 런 가이드는 Easy Run이라는 25짜리 가이드이다. 내가 세운 목표와 비슷한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The easy run is the most important run of all.(가볍게 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달리기이다)라는 말로 천천히 가볍게 달리는 것의 중요성으로 시작된다. Running easy doesn't mean a failure. Running is not a punishment. (가볍게 달린다는 것은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달리기는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다) 라며 설명을 해준다.
달리는 것 자체가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과정이었는데, 나는 오늘을 제외하고 그동안 운동은 무조건 힘들고 도전적이어야 된다는 생각만 했었다. 오늘이라도 즐기는 운동을 하자라고 목표를 잡았으니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달리는 것과 힘들게 달리는 것에 대해서도 가이드에 등장한다. Easy run을 제대로 해내면 언제든 다른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등장한 Sexy와 Sucks라는 단어가 나한테 너무 강하게 들렸다. 한국어 가이드라면 저런 낱말은 절대 등장하지 못했을 텐데... 역시 자유롭구나 싶었다랄까.
가이드 끝부분쯤 코치는 Are you having fun?(즐기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서 보통 코치들은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 가이드의 코치 Bennett은 일단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힘들게 훈련시켜서 기록을 단축시킬 수는 있지만 즐기지 않으면 그 사람의 최대능력치가 안 나온다는 의견이다. 운동 20일 동안 가이드를 들었는데 처음으로 Bennett이라는 코치자체가 궁금해졌다. My job is to introduce running and make you fall in love with it. Keep it fun. Love the run. 라며 자신의 직업을 설명하는데 정말 달리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면서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It's not going to be easy all the time but it's not supposed to be hard all the time.이라는 말이다. 항상 쉽지는 않겠지만 항상 어려울 필요는 없다. 머릿속에 새겨놓고 달리기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떠올리고 싶은 명언이다.
운동하는데 허리와 아랫배가 살짝 아프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번 피해 갈 수 없는 대자연이 올 때가 되었다고 나보고 준비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한 달에 한 번 규칙적으로 와줘서 고맙긴 한데 매 달 참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이다. 게다가 출산하고 나서 통증이 더 심해졌기에 매번 살짝 두렵기까지 하다. 여자의 인생이란...
달리기를 시작하고 부모님과 대화가 늘었다. 엄마께서는 꾸준히 하는 것이 대단하다며 항상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신다. 아빠께서는 예전에 달리기를 엄청 하셨었다. 책을 사서 공부까지 하시고 마라톤에도 여러 번 나가셨다. 매일 아침 운동하는 나에게 "좋을 때다"라는 표현을 하신다. 아빠께서도 한 시간을 목표로 운동을 시작하셨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달리기를 하다가 힘들어서 걷기 시작하면 다시 뛰는 게 힘들어서 한 시간 내내 달리셨덴다. 과연 내가 한 시간 동안 걷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날이 올까?
내가 운동하는 공원에 어제부터 달리기를 하시는 분들이 생겼다. 근 한 달간 매일 걷기 운동만 하셨던 분들인데 어제부터 잠깐잠깐씩 달리기 시작하셨다. 공원 크기가 워낙에 작기도 하고 분위기상 빠른 걸음운동만 하는 분위기였는데 내가 계속 달리니까 달리기를 해도 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게 아닐까라며 혼자 흐뭇해해 본다. 물론 아니어도 상관없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지 않고, 나 혼자만의 기분 좋은 착각이라면 뭐...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