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맛 나게 해 주는 한 마디
2021.8.6
운동 5주 차 5일째
오늘의 운동은 기록하기에 자랑스럽지 않다. 내가 세웠던 '파이팅 하며 힘들게 달리기'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운동을 통해 또 배운 것이 있기에 기록을 남긴다.
오늘의 교훈 첫 번째. 운동 후 뭉친 근육은 꼭 풀어주자. 어제 운동을 하고 종아리가 많이 뭉쳤다는 것을 느꼈다. 흔히 말하는 '알이 섰다'의 느낌이었다. 자기 전에 근육을 풀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냥 오늘을 맞이했다. 무거운 종아리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종아리 근육이 움찔움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다리 전체가 너무 아팠다. 오늘은 꼭 자기 전에 근육을 풀어 줄 것이다. 아니, 풀어야 한다. 근육 풀기 미루지 말자!
오늘의 교훈 두 번째. 달리기 할 때 물을 마시면 울렁거린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다.) 원래 나는 물을 잘 못 마신다. 그냥 생수는 비린맛이 나서 못 마셔서 항상 차를 타서 마시거나 탄산수로 마시고 있다.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 탄산수를 마셨다. 개운하고 시원하고 좋았다. 탄산수보다 그냥 물을 마시는 게 더 건강에 좋다고 해서 오늘은 탄산수가 아닌 물(차를 섞은)을 들고나갔다. 목마를 때 마시는 용도이니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탄산수가 아닌 물을 마시고 달리기를 하니 속이 울렁울렁 정말 메스꺼웠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몸속에서 물이 출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다이어트에 물이 좋다고 물을 한가득 마시고 차를 탔다가 멀미해서 물만 한가득 토한 적이 있는데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는 내 체질에 맞춰서 운동할 때 탄산수를 마시자.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몸이 물에 빠진 솜 마냥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달라지겠지 생각하며 공원을 향했다. 그런데 달리기를 시작해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허리도, 허벅지도, 종아리도 아프고 계속 축축 쳐졌다. 운동을 하다가 쳐지는 느낌이 들 때 내가 만든 처방들을 하나씩 실행해 보았다. 첫 번째, 물 마시기. 탄산수가 아닌 생수를 들고 온 탓으로 실패했다.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팔을 흔들어 부스터 효과 내보기. 역시나 효과 없었다. 마지막으로 음악 바꾸기. 원래 듣던 음악에서 춤추고 싶을 때를 위해 만든 리스트로 변경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힘이 안 났다. 한번 더 예전에 헬스장 다닐 때 만들어놨던 플레이리스트로 힘내기 도전했으나 여전히 몸은 무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으나 여전히 몸이 축축 처졌다. 그냥 오늘은 그런 날이라는 것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나이키 런 가이드 선택마저 실패였다. Fear Less 5km라는 제목을 보고 선택한 가이드였다. 최근에 6km 넘겼으니 5km쯤은 달릴 수 있겠다 생각하고 선택했으나 가이드는 5km가 아닌 Fear에 대한 내용이었다. Fearless 5km (두려움 없는 5km)와 Fear Less 5km (5km 이전의 거리를 두려워해라)의 차이를 간과한 내 잘못이었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Fear is not a weaknesses.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약점이 아니다.)
Winner is not fearless.
(승자라고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I want you to be thankful for your ability to feel fear.
(두려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It's okay to talk bout your fear and admit it.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정하는 것은 괜찮은 것이다)
전반적으로 두려움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내용의 가이드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려움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인지라 잘 와닿지는 않았다. 가이드의 코치가 옆에 있었다면 인정한다고 그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따졌을 것이다.
오늘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사실 육아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약 34개월 동안 나는 단 하루도 아이와 단 둘이 하루를 보낸 적이 없다. 항상 함께해 준 남편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아이와 하루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 날이다. 잘할 수 있을까. 뭐 하고 놀지. 진심으로 두렵다. 그래서 달리기 하면서도 체력을 비축해둬야 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 하지 못했다... 하하...(전업주부님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오늘의 달리기는 속상한 달리기였지만 교훈이 있었다는 점을 위안 삼는다. 앗 속상함을 담아 이 글을 쓰는데 방금 잠에서 깬 오빠의 한 마디로 모든 속상함이 뿌듯함으로 바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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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엉덩이 예쁜 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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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운동할 맛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