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 오고나서 첫 인상과 간단한 궁금증
안녕하세요.
30 대 후반, 9년 가까이 일한 회사를 퇴사한 후 작년 8월에 평택에 있는 삼성 고덕 반도체 현장에서 숙식 노가다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여기서 있었던 일들과 깨달음, 의미 있는 일들을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들은 매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했고 많은 응원과 공감의 댓글이 있었습니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연재중이고 이 글에 대한 반응(댓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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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평택 고덕 삼성반도체 건선현장 숙식 노가다 체험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784024
안녕하세요.
대략 올해 6월에 8년 6개월을 일했던 미술학원을 그만두었습니다.
퇴직금 까먹으며 백수로 쉬다가.. 또 다시 덮쳐오는 재정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일단 월급 부분이 컸습니다. 아마 아동 미술을 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동교육쪽 급여는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면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짭니다. 아마 대기업도 크게 다를것 같지는 않습니다.대부분 2~300따리 안에서 머무르는데 거의는200초반일 것입니다.
8년을 일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월급 상황에서 꽤 많은 재정적인 부담이 있었습니다. (물론 학원에서는 최선을 다해 저에게 월급을 지급했습니다. 다만 학원이 크게 잘되지 않았던게 문제였습니다^^;)
코로나 이전 함께 일하던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워낙 친해서 퇴사 후에도 자주 연락했습니다. 어쩌다 노가다 판에 입성한걸 알게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여러차례 우울한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개판인 팀장, 더러운 숙소 등.. 그러다 몇년 후다시 보니 완전 달라져 있었습니다.
연애도 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모은돈으로 전셋집을 구하기도 하고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나름 여기서 열심히만 하면 나쁘지 않게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년간7천만원을 모았다고 했습니다.
2년간 7천만원...!
사실 그 말에 놀랬습니다. 아마 교육쪽(특히 아동)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이쪽 업계 월급은 정말 최저에서 + @ 수준입니다. 대기업이라 해도 4천 넘기도 힘들고 말이죠. 제가 사람인 검색하다 포기한게 교육쪽 연봉이었습니다.
게다가 삼성에서 진행하는 거라 굉장히 안전하고 돈을 충분히 많이 준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결국 8월 말부터 고덕에 들어갔습니다.
막상 돈 벌어야지, 직업에 귀천이 어딨어?, 돈 좀 모아보자 라는 마인드로 자신감 챙겨도.... 신체검사하고 헬맷 받고 작업복 받는 과정, 그 전에 안전이수증을 따러 대림역에 가는 과정 등에서.. 조금은 '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됬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계 멸망을 대비한 우주선 건설 현장?)
처음 평택 지제역에 내려 건설현장을 봤을 때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했습니다. 마치 퍼시픽림에서 로봇만드는 공장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 외에 공사현장의 용어들을 알아듣는데 초반에 고생했습니다. 몇가지 보면
1공수 / 맨대가리 - 아침 7시~오후 5시까지의 노동.
1공수는 쉽게 이야기 하면 하루치 일급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2시간 단위로 0.5공수가 더해집니다.
그 외에 많은 부분들에서 줄임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안담 - 안전 담당자
화감 - 화재 감시자
발보 - 발령경보
...
한 때 커뮤니티에서 평택 성지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그 때 떠도는 짤이 한달 기본 6~700 급여가 찍힌 월급명세서였는데, 실제로 가능합니다.
다만 정말로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합니다.
물론 팀장급이나 기공(준 전문가)이면 단가가 높아서 덜 일하고 많이 받겠지만 그래도 40공수 이상을 찍어야 가능합니다.
1공수 - 아침 7~오후 5시
1.5공수 - 아침 7~저녁 7시(12시간)
2공수 - 아침7 ~ 저녁 9시(14시간)
이런식입니다. 물론 조기 출근해서 새벽 5시부터 14시간 일하면 2공수도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보면 정말 내 삶이없습니다.
(가운데 붉은 숫자 2가 연속으로 5일이 되면.... 정말 삶이 점점 피폐해 집니다-_-)
초반에는 ‘와 오늘 이정도 일했는데 20만원 이상 벌었네?’ 라며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주 6일, 또 어떨때는 14시간씩 2공수, 야간으로 연속적으로 일하다 보면 ‘아.. 일하는 만큼 버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기준으론 나름 삶을 유지하면서 장기간 일하면서 벌 수 있는금액은 세후 400초 중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학원 미술 선생님으로 일할 때 3년 정도는 원장과 합의하에 월급을 줄이고 주 4일로 일했습니다. 스트레스로 치면 그 때만큼 쾌적하고 적었던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선생님이 그만두면서 다시 주 5일로 되었을 때 상당한스트레스가 있었습니다. 주 5일도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여기서 주 6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일한만큼 버는 곳이라, 또 그만큼 일당이 쌓여가는 걸 매일 눈으로 확인하다 보니 금액이 주는 만족도가 피곤함을압도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요.
사실 30대 후반으로서 그래도 막내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가보니 2~30대 초반이 많았습니다. 저희팀에서도 저는 딱 중간정도입니다. 의외로 고덕에 20대가 많습니다. 보통 건설현장 가보면 4~50대의 주름진 얼굴과 거친 환경을 생각하지만 여기서 보면 상당히 젊은 층이 많습니다.
현재 3인이 1화장실, 투룸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초반에 왔을 때 일보다도 1인1실이 되는 곳을 검색해서 왔습니다. 저에게 배정된 방은 누우면 끝인 작은 방이었습니다. 큰 방은 에어콘에 메인방이라 난방도 잘됩니다. 반대로 제 방은 옆에 또작은 세탁실이 있고 큰 장농이 전부인 작은 방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1인1실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큰 방은 인원이 또 오면서 결국 2인이 쓰고 있고 저는 지금도 제 방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 가장 걱정하고 주변에서도 말리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하면 일할수록 뉴스에서나오는 SPC나 드라마에서 보던 건설현장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하는 티가 팍팍 납니다. 즉, 안전에 상당한 비용을 들이는게 보입니다. 이건 현장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봐도 안전에 엄청나게 신경쓰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지나는 길과 지게차가 지나는 길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무거운 물건 운반시에 만드시 유도자가 앞장서서 동선을 확보합니다. 엘레베이터에도 사람이 따로배치되어 있고 심지어 사람이 타는 작은 엘레베이터에도 층을 눌러주는 인원이 따로 있습니다.
안전교육도 매일하고 잘못해서 걸리면 패널티도 호되게 받습니다. 제 선임의 경우 생명줄을 안걸고 작업하다 결국 2일출근정지 당하고 나중에는 팻말로 벌 서는(?) 패널티도 받았습니다.
물론 사고 소식도 가끔 들려옵니다. 뉴스에는 나오지 않지만 어느 동에서 배관에 사람이 깔렸더라, 어디가 무너져서 죽었대더라 라는 소식도 들려오기도 합니다만... 진짜 눈에 불을 켜고 안전에 신경쓴다는 인상은 어딜가도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누가봐도 살짝 불법작업만 하면 1분만에 끝낼일을 안전규칙대로 하면 1시간 넘게 걸리는 일들도 있습니다. 또는 도저히 불법작업이 아니면 불가능한 작업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에서 ‘돈을 들여’ 안전을 전담하는 사람들을 ‘마구마구’ 고용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사실 대기업으로서 욕을 많이 먹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여기와서 느낀점은 ‘그래도 이정도로 하는 곳은 삼성밖에 없겠구나’ 하는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다음편에는 일반적인 생활이야기도 한번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