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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석 Oct 19. 2023

2화 - 고덕의 하루, 야근을 환영하는 곳

출퇴근 수단 소개, 야근이 좋은 이유

안녕하세요.

30 대 후반, 9년 가까이 일한 회사를 퇴사한 후 작년 8월에 평택에 있는 삼성 고덕 반도체 현장에서 숙식 노가다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여기서 있었던 일들과 깨달음, 의미 있는 일들을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들은 매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했고 많은 응원과 공감의 댓글이 있었습니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연재중이고 이 글에 대한 반응(댓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게시글 아래에 댓글이 있으며 브런치 댓글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https://m.clien.net/service/board/use/17816539




고덕의 하루


한창 고덕에 와서 일하고 있을 즈음,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의 나는 이전의 미술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행복하게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있었습니다.

제 교실에 들어오는 원장님 마저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떠들고 안아주고 만들기를 도와주며 ‘오늘 따라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행복한 수업시간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교실 밖에서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형~! 형~!


바로 제 숙소 룸메이자 현장 선임이기도 한 반장님(여기서는 서로를 반장님이라 부릅니다. 물론 친해지면 형 동생 합니다)의 목소리였습니다.


교실 문을 열고 나갑니다.


원래는 학원 로비가 있어야 할 곳에 비현실 적으로 제가 일하는 건설현장의 화물 엘레베이터 복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형, 뭐하세요? 이쪽으로 빨리 오세요.


평소에도 자주 듣던 목소리였습니다. 분명 배경은 교실과 건설현장의 복도가 혼합되어 있는 비현실적인 풍경이지만 꿈 속에서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룸메의 목소리 모두 너무나 사실적이었습니다.


어, 으응 . 곧 갈게.


저는 뒤를 돌아봤습니다. 교실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고 그곳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앞에서는 평소 현장의 시끄러운 테이블 리프트의 알람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망치소리등이 들렸습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교실을 뒤로 한 채 룸메를 따라 서둘러 복도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새벽 4시 50분.

제가 맞춰놓은 1차 마지노선 알람이었습니다.


모든게 꿈인 걸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귀에서는 아직도 아이들 웃음소리와현장의 소음이 혼합되어 들리다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순간, 눈물이 흘렀습니다. 동시에 웃음이 났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아이들과 수업하는 걸 좋아하고 있구나’


30대, 거의 9년의 시간을 한 곳에서 적어도 2000명의 아이들을 상담하고 가르쳐 왔습니다. 부원장으로서 학원 설립부터 퇴사때 까지 수많은 특강을 했고 아이들과 해외 여행도 여러곳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관련 서적도 출간할 정도로 제 일을 사랑했습니다.


지금은 전혀 다른 곳에서, 먹고 자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 표현 중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에 대한 관용구로 ‘타인의 신발을 신다(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굳이 다른 사람의 신발이 아니더라도 내 스스로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전혀 다른 신발을 신고 있는것도 포함되겠죠. 어느 날 익숙한 신발을 벗어던지고 완전히 새로운 신발을 신고서 발이 아파 눈물을 흘리며 이전 신발을 그리워 하는 제 자신을 가끔 봅니다.


오늘은 고덕에서의 하루 일과를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매일 새벽 5시, 제 방이나 룸메의 방에는 각자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립니다. 4시 30분에 한번 울리는 알람이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눈꺼풀이 자동적으로 열리고 옆방에서는 룸메의 한숨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있으면 5시에 또 한번의 알람이 울립니다. 이 때가 제일 괴롭고 쉬고 싶을때입니다. 하지만 이 때 일어나지 않으면 출근이 상당히 고달파집니다.


기사에 의하면 반도체 공장으로 하루에 4~5만명이 출퇴근한다고 합니다. 고덕이 아무리 거대하다 한들 매일 5만명의 사람들이 현장에 출퇴근을 하는 건 엄청난 정체를 발생시킵니다.


출퇴근을 하는 수단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재는 자동차입니다. 평택에 사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엄청난 차량들의행렬과 고덕 주변으로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수많은 차들… 삼성전자 내부 주차장은 임직원 전용이고 기술인(여기선 인부를 기술인이라 부릅니다)들은 외부 주차장을 사용해야 합니다. 외부 주차장도 일찍가지 않으면 진입에서 3~40분이 걸립니다.


결국 외부 주차장도 이용못하면 근처에 차를 주차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새벽 4시에 오지 않으면이미 만차상태입니다. 결국 멀리 주차하고 또 2~30분 걸어서 출근 게이트로 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비효율적인 순단이라 생각하지만 멀리서 오는 분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두번째는 자전거, 킥보드, 스쿠터 등 2륜 차량입니다. 그나마 게이트 근처까지 와서 주차할 수 있고빠르게 출근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합니다. 하지만 요즘같은 겨울에 벌써 팀원들 사이에서는 자전거는 미끄러지고 킥보드는 배터리가 나가고 중간에 엎어지고… 난리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챠량에 비해 위험하고 그렇게 저렴한 수단도 아니라 크게 추천하지 않는 수단입니다. 킥보드도 제대로 된 모델은 100만원 가까이 하니까요.


하지만 가장 빠르게 현장에 도착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세번째로 셔틀버스와 대중교통입니다. 이미 삼성에서는 근로자를 위한 셔틀을 항시 운영중입니다. 게다가 45인승 고속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편하고 아늑합니다.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이많고 원하는 출입구를 한번에 가지 않는 경우는 갈아타야 합니다. 갈아타는 시점에서 이미 수천명의 사람들을 뚫고 탑승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지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남은 선택지는 일반버스입니다. 숙소 근처에서 현장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문제는 서울에 비해 버스의 배차가 길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서울과 지방의 차이점 중 하나가 교통 인프라를 꼽았습니다. 이 말을 절실히 느낍니다. 서울은 버스 한 번 놓치면 5분뒤에 다시 오지만 여기는기본이 20분, 30분입니다. 5시 30분 첫차를 놓치면 6시 버스를 타야하고 이마저 놓치면 거의 지각확정이 되는 꼴입니다.


개인적으론 첫차는 너무 일러서 힘들고 두번째 버스를 탑니다. 이것도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 나중에는 버스안에 수많은 기술인들로 가득찹니다. 앞, 뒤 문을 열고 사람들이 타고 누군가의 고성소리, 더 들어갈 수 있는데 왜 안들어가냐는 짜증섞인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이렇게 현장 근처까지 갑니다.

(대략 이정도 인원들이 매일 출퇴근을 합니다. 매일 매일...)


그리고 대규모 이동이 시작됩니다. 가끔 별 생각 없이 평택에 놀러가거나 출장 온 사람들이 놀라는것이 바로 출,퇴근 광경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차량에서, 자전거, 킥보드, 버스에서 내립니다. 누군가 보면 시위현장을 방불케 합니다. 신호등도 의미가 없습니다. 2차로는 가볍게 무시하고 건넙니다. 처음에 이 모습에 눈쌀이 찌푸려졌으나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진 광경입니다. 차가유일하게 도로에서 힘쓰지 못하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 퇴근 시간대에는 교통체증도 상당합니다. 이미 사람들에게 점령당한 도로는 차량은 한동안 신호가 바뀌든 말든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어떤 운전자는 짜증내며 경적을 울리며 침입하려 하지만대부분은 그 광경에 질려버렸는지 그저 사라들이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제가 운전자 입장이어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한두명이면 경적이라도 울리지, 수십, 수백명이 계속건너는 광경은 그저 넋놓고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빨간불이 마치 붉은 행렬(?)의 의미로 착각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 였습니다. 하지만 몇개월을 이곳에서 보내보니 저도 모르게 좌우를 살피고 바로 건너는 제 모습을 봅니다. 워낙사람들이 많다 보니 차들도 이미 진입을 포기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시점을 노리면 빠르게 건널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문에 다다릅니다. 반도체 건설현장에는 5~6개의 정문이 있습니다. 모두 가보진 않았지만 제일 큰 정문은 2번 게이트입니다. 그리고 저는 동측 게이트를 이용합니다. 모든 게이트는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명동을 연상시키는 사람의 행렬이 있습니다. 자칫해서 기기가 고장나거나 하는 날은 긴 대기시간을 각오해야 합니다.(-_ㅜ)


그러면 어느 새 6시 3~40분이됩니다. 그리곤 제가 일하는 건물에 입성(?)합니다. 입성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정말로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그린동으로, 사실 제일 작은 편에속함에도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50분 부터는 음악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오징어게임처럼 굉장히 현장과 이질적인 클래식 행진곡이 나옵니다. 이 10분짜리 노래가 끝나기 전에 팀원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야 합니다. 그리고 간단한 도수체조를 하는데 이를 삼성체조라합니다.


이후에는 회사의 조회와도 같은 시간을 갖습니다.(TBM : Tool Box Meeting) 안전사항이나 그날스케쥴을 공유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략 7시 30분 정도가 됩니다. 이제 하루가 시작됩니다.


기본적인 스케쥴은 이렇습니다.

오전 7시~11시

오후 1시~5시

오후 5시~7시 : 연장

오후 7시~9시 : 야간


점심시간은 2시간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우와, 2시간이나 되니 엄청 널널하겠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두시간을 주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현장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넓고 사람들이많기 때문에 걷는 시간 + 대기 시간만으로도 거의 1시간을 소비합니다. 실제 식사를 하고 쉬는 시간은 3~40분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많은 시간을 이동+대기 시간에 소모합니다. 워낙 현장이 크니 어쩔 수 없습니다.


또 안전상의 이유로 현장내 취식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꼭 식당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생기느냐...


바로 점심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나옵니다. 차라리 배고픔을 참고 2시간동안 휴계실에서 취침을하는 것이죠. 아니면 간단한 초코바로 때우고(현장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쉬는걸 택합니다.


아니면 처음에 자고 나중에 사람들이 없을 때 식당을 가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만의 루트를 개척해서 어떻게든 쉬는 시간을 확보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이렇게 점심이 지나면 또 한번의 오후 TBM을 합니다.

그리고 3시 또는 3시 30분까지 일하면 3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처음에 왔을 때 2시간의 점심시간과 30분의 휴식시간이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물론 노동법에도 1시간의 노동 후에는 10분의 휴계가 있다 하지만 잘 지키는 곳은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당히 쉬는 시간을 엄격하게 지킵니다.


특히 몸을 움직이는 노동과 관련되서 그런지 ‘쉬지 못했다’ 라는 누구에게나 반감을 살 만한 주제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팀이든 쉬는 시간은 칼같이 지킵니다. 노동이 심한 팀의 경우는 팀장의 재량으로 더 많은 휴식을 갖기도 합니다.


제가 일하는 팀은 일정이 탄력적이어서(나쁘게 말하면 갑작스런 일들이 많아서;;) 일이 끝나고 쉬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때는 누구도 ‘적당히 쉬고 빨리 일해’ 라고 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쉬는 시간은 지킵니다. 다른 현장을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렇게 휴식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보장해 줍니다.


이후에 오후 4시20분쯤이 되면 퇴근을 준비하는 사람과 연장, 즉 야근을 하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일과가 5시까지라 함은 퇴근 게이트가 5시에 열리는 걸 의미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현장 자체가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이동에 거의 2~30분이 걸립니다. 때문에 일과 종료 전 3~40분 부터는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는 팀장부터 시작해서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일했다가는팀원들의 분노(?)와 본인 스스로도 시간적 손해가 심하기 때문에 빠르게 정리합니다.



야근하지 않으면 섭섭해 하는 곳?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99% 돈을 벌러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워라밸 보다는 추가 근무를통해 돈을 더 많이 벌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각 팀장들이 밴드나 구인사이트에서 홍보할 때 ‘풀 연장’ ‘풀 야간’ 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통 사회에서는 야근이 많다라 하면 기피하는 회사로 찍히겠지만 이곳에서는 야근이 많다 = 돈을많이 번다 로 통합니다.


그래서 정시퇴근이다 = 공수가 적다 = 돈을 못번다 로 인식됩니다.


실제로 휴일에도 보통은 다들 쉬길 원하지만 막상 쉰다 하면 섭섭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팀장의 능력 중 하나는 바로 얼마나 많은 일거리를 갖고 오느냐 =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 로 통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적당하게 4~5일은 연장(12시간), 하루는 1공수 정도로 어떻게 보면 돈과 휴식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시퇴근(7시-5시)을 하면 한달에 버는 돈은 ‘굳이 여기까지 내려와서 이 돈을 벌 필요가있나’ 라고 생각이 살짝 들 정도로 금액이 낮아집니다. 대신 좀 더 쾌적한 생활은 가능하겠죠^^;


모든 이익, +@는 연장근무 에서부터 나온다.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야근, 연장하기 원합니다. 1.5공수, 즉 12시간을 원합니다. 일반 직장에서는 상당히 지치는 스케쥴이지만 이곳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이익 구간입니다. 2시간 더 일함으로서0.5공수를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하루 일당이 14만원이면 단지 두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7만원, 즉 시급 3만 5천원으로 확 뛰어 버립니다.

특히 현장에서는 휴식시간, 퇴근을 위한 정리시간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일반 알바처럼 노동이정량적으로 늘지 않는것도 특징입니다.

(즉 자기 짬, 능력에 따라 쉬엄쉬엄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퇴근 - 출근 못지 않은 또 한번의 전쟁

퇴근도 하나의 전쟁입니다. 특히 야간조(밤샘근무)는 출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서로 뒤섞이는 일도 많습니다. 빠르게 퇴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습니다. 주차장에서 차가 빠져나오려면 적어도 2~30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멀리 주차해 놓은 사람들의 경우 아무리 빨리 나가도 또20분간 걸어서 차가 있는 곳까지 가야 합니다. 그러니 결국 이래저래 1시간 이상이 소모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예 정시 퇴근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휴계실에서 3~40분 책을 읽으면서 자기계발을 하고 있습니다. 40분 뒤에 나가보면 북적이던 현장은 소수의 야간조를 제외하곤 고요해집니다. 그 때 기분좋게 대기시간 없이 퇴근합니다.


이래저래 고덕에서 일한다는 건 수많은 이동과 대기, 사람들 흐름을견뎌내야 합니다. 실제로 일은안 힘들어도 출퇴근이 힘들어 그만두는 사람도 제법 된다고 합니다.


12시간 근무, 1.5공수를 하고 적절히 책을 읽고 퇴근하면 8시 20분 정도에 숙소에 옵니다. 씻고 잘준비를 하면 어느 새 한시간은 금방 지나가 있습니다. 그럼 남은 개인시간은 거진 1~2시간입니다. 대부분 11시가 되기 전에 자야 다음 날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덕에서 생활하다 보면 군대보다 더 바른 생활의 사나이가 됩니다. 살기 위해서라도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활 패턴이다 보니 기존의 취미활동이나 사람들과의연결도 자연스레 정리가 됩니다. 나쁘게 말하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좋게 말하면 소중한 관계들만 남습니다.


특히 주 6일, 월~토를 일하다 보면 정말 인간 관계가 줄어듭니다. 혹시나 외로움을 잘타는 사람이라면 이런 환경은 어쩌면 악순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좋아하지만 혼자서 글쓰고 책읽기도 좋아하기에 지금의 생활이 적절한 인간관계 필터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덕의 하루가 지나갑니다. 가끔 룸메랑 밥먹고 수다 떨다 보면 10시가 넘어갑니다. 그날은 룸메와 즐긴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추가적인 활동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딱 한가지의 자유활동(?)을 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사회라면 새벽까지 친구랑 놀거나이것저것 다양하게 활동했겠지만 이곳에서는 이렇게 제약이 많습니다. 이걸 오히려 ‘내일은 책만읽어야지‘ ’내일은 게임해야지‘ 등 한가지만 생각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할수록만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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