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에 관하여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열 번째

by 고용석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이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우리가 어릴 적 했던 숨바꼭질 놀이입니다. 동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한 번쯤은 했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단어조차 생소합니다. 잠시 숙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스페인에서 숙소는 4층 집을 통째로 임대했습니다. 에어 비앤비를 통해 위치, 치안상태 등 몇 번이나 고심해서 골랐습니다. ‘사진과 다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숙소는 완벽했습니다. 수많은 침대, 멋진 유럽식 화장실, 월풀욕조, 무엇보다 다락방 아래의 환상적인 침실까지. 과연 이런 집이 있을까? 광각렌즈로 과장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페인에 도착해서 보니 놀랍게도 사진과 똑같은 집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안도하고 아이들은 바로 뛰어가 집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멋진 집이었습니다.

airbnb.JPG 사진과 실제 집은 똑같았습니다..!

일정이 끝난 후에 아이들은 처음에는 스마트폰 게임을 했습니다. 선생님도 그 편이 조용해서 편하지만 아이들 중 누군가 제안을 합니다. 그 순간을 보진 못했지만 아이들은 삽시간에 숨바꼭질을 합니다. 선생님이 옷을 갈아입든, 목욕을 하든 침대 뒤, 샤워실 안쪽에 숨어버립니다.


한국에선 이런 놀이 못해요


아이들이 현실을 더 정확히 파악합니다. 평면적인 아파트 구조에 비해 이 집은 4층과 테라스, 다양한 가구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층과 가구들이 만들어낸 공간을 아이들은 숨을 장소를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어른들에게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낯선 장소들이 아이들에게는 숨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숨어있고 찾아내는 본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뻔히 들킬 걸 알면서도 표정을 보면 공포 영화에서 괴물을 피해 숨는 주인공처럼 진지하고 두근대는 모습에 저마저도 긴장됩니다. 나중에는 선생님들도 합류해서 함께 놀기 시작합니다. 한동안 집안이 난장판이 됩니다. 나중에는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제안(?)을 걸어옵니다.


저희 게임 안 할 테니까 같이 숨바꼭질하면 안돼요?


여기서 스마트폰 게임은 순위가 내려갑니다. 어른들은 요즘 게임이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하게 만든다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진짜 ‘놀이’ 앞에 화려한 게임들은 그저 작은 화면 속 영상에 불과합니다. 온몸을 움직이고 긴장을 만들어 내는 놀이에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내팽겨 칩니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이려고 사용제한 앱을 설치하거나 수거함을 만듭니다. 모두가 스마트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그게 원인이 아님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겐 놀이가 훨씬 가치 있고 영양가 있다는 걸 어른보다도 아이가 먼저 알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여행기간 동안 아이들은 4층짜리 집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스마트폰 게임도 했지만 많은 시간을 신나게 장롱 속이나 다락방 구석, 침대 뒤편 등에 숨었습니다. 평면적인 아파트와 달리 4층의 공간은 아이들이 좌우가 아닌 상하좌우로 훨씬 입체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숨바꼭질이야 말로 남자들에게 입체적인 공간감을 기를 수 있는 훌륭한 교육도구임을 알았습니다.


숨바꼭질 안에 게임의 본질이 숨어 있다.

숨바꼭질을 감상(?) 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만약 술래가 숨어있는 아이를 못 찾으면 어떻게 할까요? 처음에는 그냥 못 찾으면 계속 술래가 찾아다니기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잡는 사람과 숨는 사람은 수동적인 관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숨어 있는 아이가 술래가 근처에서 계속 헤매고 있자,


나 잡아 봐라


라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술래는 즉시 아이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게임이 지루해지지 않기 위한 일종의 핸디캡 개념입니다. 반대로 술래가 “어디 있니~?”라고 묻습니다. 숨어 있는 아이는 “여기 있지 ㅋㅋㅋ”라고 웃음을 참으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수동적인 게임이 아닌 서로가 대화하면서 게임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KakaoTalk_20180116_105312010.jpg 한 때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한 숨바꼭질 게임, 그래니입니다. 여기서 무서운 할머니 조차도 앞이 안보이는 척 하면서 주인공이 숨을 시간을 충분히 제공합니다.^^;

게임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합니다. 중간중간에 힌트를 준다거나 처음부터 강력한 적은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앞에서는 적이 강력하고 빠르게 움 직지만 플레이어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면 이동속도가 50%로 느려지게 한답니다. 플레이가 다른 적을 상대하도록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일종의 난이도 조절입니다. 이렇게 숨바꼭질에서도 플레이어와 적의 관계, 그리고 서로가 더 재미있는 게임을 위한 배려가 숨어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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