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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석 Jun 08. 2016

결국 내가 쫓고 있는 것은 내가 만들어 낸 환상이다.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만나는 '곁다리'가 아닐까  

가끔 어떤 것에 꽃힐 때가 있다.
꽃히다 보면 그것에 환상을 품고 항상 그것만 생각한다.
그것이 내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그것이 내 미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그 꽃힌 것에 다가가면 이상하게 식어버린다.
겨우 이정도였어?
생각만큼 대단한 건 아니었네?
라든가,

설령 처음에는 대단해 보였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어'
라고 하면서 애정이 식기 마련이다.

어떤 사물이나 대상에 대해 식어 버린 눈으로 바라보면 이전같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된다.


워싱턴에 항공 우주 박물관에 갔다.
미국 여행의 메인으로 삼고 엄청난 환상을 품고 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간 우주 박물관은 멋졌다.
하지만 내가 꿈꾸어 온 환상만큼은 아니었고 꽤 크고 멋진 박물관이었다.


다만 곁다리로 플라네타리움이 정말 멋져서 3번 정도 연속으로 봤었다.




하루종일 봤지만 사실 피곤했고 나중에는 빨리 숙소로 가고 싶었다.
즉, 그렇게 환상적인것은 아닌 것이었다.

얼마전 무등산 입구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예전에 누군가가 안개낀 무등산 스타벅스 야외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 한장이 내 마음속을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만 하고 있다가 주말에 부리나케 아침 일찍 문 열기 한시간 전부터 가서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첫 손님으로 들어가서 야외 테라스를 보는 순간,
'정말 작다… 사진이 전부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날씨도 너무 좋아서 도저히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결국 실내에서 피곤함에 잠깐 졸고 사진 몇장 찍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대신 곁다리로 무등산 등반을 해서 서석대 정상을 찍고 왔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깨닫게 된 것은 결국 내가 따라간 것은 내가 만들어 낸 환상이라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누군가의 경험을 내 마음이 부러운 나머지 복사해서 나도 똑같은 경험을 하고자 하는 욕심인 것이다.

때문에 생각만큼, 기대만큼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만큼 커다란 허무감이 내 마음을 채워나갔다.
자그마한 진실의 알맹이와 그것을 감쌌던 환상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허무로 메꾸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여행지 뿐만이 아니다.
옷이나 전자제품같은 물건일 수도 있고 내가 믿는 종교일수도 있다.

종교의 경우도 때로는 내가 믿는 것이 하나님이 아닌, 내가 만들어낸 하나님일 경우가 있다.
내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소원,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위해 기도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이기적이기도, 욕심인 것인줄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하고 계속 기도하는 내 자신을 본다.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면 믿음이 있던 자리에 분노와 불신이 대신하게 된다.

결국 나는 내가 보고 싶은것, 듣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얻었을 때 성취감과 동시에 허무감을 느끼고 때로는 욕심과 교만함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왜냐면 환상을 쫓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험과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곁다리'라고 표현하는데, 항공 우주박물관에서도 실물 크기의 비행기 대신 플라네타리움이 너무나 좋아서 지금도 멋진 추억으로 남아있고, 무등산 스타벅스 대신에 서석대의 독특한 암석과 정상이라는 성취감을 얻었다.

즉,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기쁨과 성취가 목표보다 더 멋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격시험이나 고시를 준비하는 분들은 목표가 절대적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은 달라졌다.
내가 만들어 낸 환상을 쫓는 것은 변함 없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나의 환상인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다.
환상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성장한다.
이전보다 더 일찍 일어나게 되고 어떻게든 환상을 위해 시간을 더 할애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꼭 '곁다리'로 얻게 되는 것들이 있다.
좀 더 부지런한 삶, 새로 알게되는 지식들, 사람들과의 만남들.

때문에 무엇에 꽃히든 난 좋다고 생각한다.
결과에만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말고 그것이 내가 만들어 낸 환상 이라는 것만 명심하자.


그리고 언제나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진짜 나를 성장시켜 줄 '곁다리'를 찾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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