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MENT

취준의 기쁨과 슬픔

면접에 대해

by 박규규

그러니까 이번 주는 면접으로 다 보냈다. 3월 중순에 이력서를 마감하고 연락이 안 오길래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화요일에 전화해서 수요일에 면접 보러 오라고 부산스레 연락이 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이런 거였다. 간결하고 격양된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내 감정을 방증했다. 흥분과 놀람을 가다듬고 바로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자소서부터 다시 살피려 잡코리아에 들어갔다. 아니, 여기 127:1의 경쟁률이었다. 127. 기대도 사그라들게 하는 숫자다. 그럼에도 하나하나의 기회가 너무 소중해 긴장과 호들갑을 떨며 회사에서 출판한 책을 빠르게 훑으며 나름의 예상 질문을 뽑고 답을 준비했다.


수요일 아침.

준비해둔 면접 복장을 착용하고 어색하게 쭈뼛 머리를 올렸다. 긴장이 날 잡아먹었다. 이젠 눈감고도 그릴 자신 있는 눈썹이 안 그려진다. 몇 번을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해 그나마 나은 모양을 완성했다. 어색한 구두 걸음으로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회사를 향했다. 미세한 손의 떨림을 꾹 참고 적당한 미소를 만들어 대기장소에 들어갔다. 아뿔싸. 오늘 면접, 부서장 두 명과 2:1 면접이란다. 그리고 이후엔 이사와 1:1 면접을 한단다. 다시 밀려오는 떨림에 준비한 예상 질문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심호흡을 간신히 뱉으며 손소독제를 손에 발랐다. 순간 하나님이 너무 간절해 짧게 기도했다. 다윗의 용기를 발톱만큼 닮고 싶다고, 아니 그 순간엔 내가 골리앗 앞의 다윗이 되고 싶다 기도했다.

두 번의 면접, 총 1시간의 시간이 증발했다. 뭐라 대답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편하게 막힘없이 대답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회사 밖을 걸어 나오자 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 담벼락에 기댔다. 참았던 땀이 이제야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다음 주 중에 합격 결과와 이후 사장 면접 안내를 알려주겠다는 말을 상기하며 다시 경의선에 몸을 실어 집으로 향했다.


목요일.

아침 10시 45분. 1차 면접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내일, 금요일에 최종 사장 면접을 보러 오란다. 엄마와 아침을 먹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다음 주에 알려준다더니 바로 다음날에 알려줬다. 뭔가 좋은 기미가 집 안에 가득해졌다. 좋은 기미는 늘 서슬 퍼런 배반을 숨기고 있으니 철저히 준비해야겠다 생각했다. 다시 옷장을 열어 옷을 준비하고 홈페이지와 사장 인터뷰를 샅샅이 뒤져 다시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최종. 마지막 관문. 절대 놓칠 수 없다. 웅장한 다짐과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금요일.

오후 세 시 면접이라 1시쯤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준비했다. 벚꽃이 카페 마당에 가득해서 잠시 나름의 꽃놀이도 즐겼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다시 긴장이 도졌다. 어쩔 수 없는 INFP의 만성 긴장. 그때부터 면접까지 시간이 삭제됐다. 사장, 부사장의 온화함과 그들의 틈 없는 티키타카 질문 공세를 나름 잘 대처한 듯하다. 2:1 공방전은 가히 뜨거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꾸라지 같은 내 미소와 차근히 쌓아 올린 나의 노력을 무기로 잘 싸우고 왔다. 이제 다시 기다림이다. 다음 주 수요일까진 연락을 준다니 기다림이다. 참 이상하다. 기대하게 된다. 기대하니 다시 다음을 준비하게 된다. 취준생의 감정 소모는 가히 모든 대야의 물을 콸콸 가득 받았다 한 번에 뒤집어 물을 버리는 일을 반복하는 것만큼 소모적이다. 다음 주 화요일은 내 마지막 보루, 서울출판예비학교 원서 마감날이다. 한숨이 푹푹 나온다. 기대의 들숨과 포기의 날숨. 쓰자니 이 회사에 붙으면 시간 낭비가 되고, 안 쓰자니 회사에 떨어지면 막을 수 없는 난리가 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쓴다. 겨자는 정말 찡하다. 코밑이 얼얼하고 억울하다. 취업의 기쁨과 슬픔은 오늘도 책장 넘기듯 쉽게 모든 면을 내게 보여준다. 이러면서도 월급을 어떻게 관리할까 생각하는 내가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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