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MENT

첫 출근을 기억하며

by 박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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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8시 30분까지 오라는 연락을 받아 8시에 홍대입구역에 도착해 마음을 다독이며 15분 정도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회사 앞에서 5분 정도 ‘이게 현실인가’ 머뭇거리며 회사에 들어갔다. 회의실로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2명이 앉아 있었다. 알고 보니 총 4명이 편집부에 붙었다고 한다. 한 분은 인턴 생활 후 전환되었고, 나머지 나 포함 세 명이 이번에 뽑힌 거라고 했다. 총 300여 명 지원자 중 세 명이 뽑혔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실수로 잘못 뽑힌 것 같다’는 생각에 극도로 긴장해 온 몸의 땀샘이 개방됐다. 동기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며 번호도 교환하고 서로 소개를 나눴다. 몰려오는 긴장 덕에 거친 숨을 후후 내뱉으며 한참 대기하다 사장님께 인사하고 몇 몇 임원 자리에 가서 인사를 돌았다. 다녀오니 4층 편집부 입구 가장 가까운 맞은편 자리에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이 생겼다. 조금 더 대기 후 편집부 전체 인사를 했다. 하필 첫 순서. 작게 숨을 뱉고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XX입니다. 많이 모자라겠지만 최선을 다해 배우고 열심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했다. 작은 박수와 환영 웃음에 조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편집 2팀. 총 8명의 팀원 중 막내가 되었다. 서글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 선배가 맑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셨다. 앞으로 내 신입 시기를 맡아 가르쳐주실 사수셨다. 나랑 이름 앞 자와 중간 자가 같았다. 운명인가 싶었다. 운명이 맞는 것인지 너무나 사려 깊고 친절하셨다. 세세하게 회사 설명과 더불어 회사생활 팁을 알려주셨다. 그 후 시간이 어떻게 지난 건지 모르겠다. 어느새 점심이었다. 팀장 세 분과 이사님, 동기 4명이서 일식집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어색하지만 우렁찬 웃음과 긴장감 넘치는 꼿꼿한 자세, 어설퍼지는 젓가락질. 너무나 신입다웠다. 점심이 끝나고 인사기록부를 작성했다. 그 후 바로 회사 메신저와 인트라넷 접속 허가를 받았고 사원이라는 직함이 주는 안정감에 잠시 취했다. 첫 팀 회의와 교육. 그냥 짜릿했다. 드디어 진짜 편집자다. 회사의 체계와 업무 가이드, 편집 규정을 교육받았다. 아직 담당하는 원고는 없지만 선배들의 서브를 지시받았다. 5월부터 담당 원고가 생길 예정이니 철저하게 보고 배우라는 지시에 책임감과 열공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렇게 업무와 회의, 교육을 반복하며 한 주를 보냈다. 긴장과 긴장의 연속이라 퇴근만 하면 기력이 다 빠졌다. 이렇게 한 주를 다녀보니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는 살짝 걱정되지만 팀장님 비롯 선배들과 동기들이 요즘 햇볕처럼 따사로워 앞으로의 생활이 즐거울 것 같다’ 생각했다. 의외로 바로 생겨나는 파릇한 동기애와 선배들의 안온한 보살핌이 꽤 좋았다. 더욱이 내 자리라는 안정감이 주는 평안함을 자꾸 확인하게 된다. 나는 정말 완벽한 안전추구형 인간이다. 안정감이 해결되자 찾아오는 행복감에 자꾸 놀란다.


앞으로 할 일과 공부할 것이 투성이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은 포기하게 될 것 같지만, 당분간은 회사 적응과 업무 숙지에만 신경 쓰려고 한다. 그리고 이제 9시부터 6시는 연락 불가다. 업무도 많거니와 폰하는 게 눈치 보여 할 수가 없다(그래서 그냥 서랍에 넣어놓는다...ㅎ)


요즘 일기 쓰는 일이 솔찬히 재밌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틈틈이 쓰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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