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MENT

바르게 고침

by 박규규


오늘은 교정에 대해 적고 싶다.


요즘의 내 일상은 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정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어떠한 교정인지 조금 설명하자면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교정(矯正)과 출판물의 글자나 글귀를 검토하여 바르게 정하는 일의 교정(校定)’이다. 요즘 가장 빠져있는 일이기도 한 이 ‘교정’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바라본다면 직업으로서의 출판 원고 교정(校定)과 틀어진 몸을 바로 세우는 요가를 통한 교정(矯正)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출판 원고를 교정하는 일을 이야기하면 직업으로서의 일이자 노동이다. 출판사 편집부에 입사하면서 꿈에 그리던 원고를 이리저리 손 안에서 만져보고 굴리며 다듬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지금은 팀장님이 한번 해보라고 주신 테스트용 원고지만(그래도 아직 미출간 원고다) 씩씩한 콧바람이 멈추지 않을 만큼 기쁘다. 원고는 200페이지 분량의 그나마 회사 도서 중 매우 얇은 편인 번역서다. 원서를 대조하며 머리와 손 안에서 문장을 가지고 굴리다 고쳐보는 ‘윤문’, 어문규정과 문법에 맞추어 수정하는 ‘교정’을 보는 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나름 국문학을 전공하고 나름 책도 꽤나 읽었다고 자부함에도 정답이 없는 일이라 그런지 어렵고도 어렵다. 처음이라 그런지 더 꼼꼼하고 촘촘하게 보려는 욕심에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그럼에도 신기한 건 이게 ‘재밌다’는 건데, 규정을 찾아보고 검색하면서 모르는 건 선배들에게 물으며 야금야금 다듬는 그 밀도 높은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친구 몇몇은 변태 같다며 혀를 내두르지만 그럼에도 어쩌랴 즐거운 것을. 여하튼 나는 요즘 이 교정에 풍덩 빠져 고단함과 성취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노동의 헤엄을 즐기고 있다.


다음은 틀어진 몸을 바로 세우는 교정인 요가다. 요가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 넘짓 된 듯하다. 친한 동생 석이와 운동 인증 사진을 매일 주고받으며, 서로의 나태함을 꾸짖고 꾸짖음 받으며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뻣뻣한 널빤지 마냥 굳어 버린 몸뚱어리 덕에 동작 하나만 취해도 힘들어 땀이 뻘뻘 난다. 균형도 제대로 못 잡아 가을철 갈대 마냥 이리 휘청 저리 휘청하며 층간소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웃긴 건 이것도 재밌다는 거다. 나긋한 말, 유연한 호흡, 늘어나는 몸을 느끼다 보면 내면의 평화가 슬금슬금 가득 찬다. 구부정 굽은 자세로 글과 씨름을 하고 집에 와 느긋하게 몸을 늘이다 보면 깔끔한 땀이 주륵 흘러 하루의 굳음이 말끔히 씻겨 나간다. 그리고 개운하게 따순 물로 몸까지 딱 씻으면 하루가 마무리된다.


나를 감싼 요즘의 교정 일상이다. 두 교정 모두 아직 초보 단계의 일이다. 초보의 기쁨은 그 체감 간격이 짧고 성취감이 빨라 만족도가 높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초보의 기쁨이 우습고 순박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이 감정은 초보일 때만 느낄 수 있기에 만끽하고자 한다. 아낌없이 나를 투자해 착실히 교정하다 보면 바르게 고치고, 바르게 서는 어른이 돼있지 않을까 싶다. 바로 앞의 내일이 보이지 않아 두려워 바르르 떨던 나날이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내일과 모레, 더 나아가 몇 년 뒤 나의 모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바르게 걷고 바르게 살기. 그 안에 바른 정신과 곧은 마음을 담기. 내 안에 그득하게 담길 그윽한 노력의 걸음. 그래서 오늘도 고치고 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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