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11일 차. 잠들기 전, 나름 진지한 고뇌와 선택 끝에 고른 책을 가방에 단정히 넣고, 간단한 샐러드를 챙겨 출근길에 오른다. 정확히 40분. 금촌과 홍대입구역 사이의 시간은 하나의 단편 소설을 읽고 적당한 감상을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그 찰나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어 매일 밤 나만의 ‘프로듀스 101’을 혼자 촬영한다. 책을 신중히 고르다 보면 ’ 당신의 책에 투표하세요. 아침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따위의 말이 머릿속을 채울 때가 있는데 그럼 또 나름 그 생각에 맞춰 혼자만의 투표 의식을 치르며 ‘내일 아침의 책’의 우승자를 선택하며 온갖 호들갑으로 나의 밤을 마무리한다.
책을 선택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당연히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읽고 싶은 책이어야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작고 가벼워야 하며, 출근길 졸음을 넉넉히 막아낼 정도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선택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게 읽는 당신에게 꼭 느껴졌으면 좋겠다. 아, 나는 읽을 책을 사서 읽지 않는다. 산 책 중에 골라 읽는다. 그래서 안 읽은 책이 집에 무지하게 많다. 그래서 이런 의식까지 치른다는 걸 지금에라도 밝힌다.
나의 출근길을 함께한 책들은 대부분 문학이다. 현실의 삶을 잊어보려가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살아내느라 가려져 못 보았던 너머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좋아 읽는다. 문학이 말하는 허구의 세계는 처절한 현실을 반증하여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보게 한다. 짧은 이야기 안에 담긴 목소리는 소리치고, 내가 만든 프레임을 부순다. 언어의 유희와 내러티브의 유연함. 그 끝은 어딜까 늘 생각해본다. 너무 거창하고 허황되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고 그를 읽어내는 건 저마다의 즐거움이겠다.
여하튼 내 출근길의 즐거움이 나에겐 그만큼 소중하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커 갈수록 삶에서 감사를 찾는 일이 어려워진다. 무엇이 감사고 무엇이 안온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무엇이 고난이고 무엇이 평범인지 분별이 어렵다. 작은 한 모금의 해갈이 하루를 살게 할 수도 있다.
그 한 모금을 찾는 게 하루 노동의 삯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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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가볍게 쓰던 글이 회식 후 퇴근길과 만나니 요상해졌다. 하루의 피곤함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다. 그러니 끝.